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자유SW 운동가 스톨만, "한미FTA 하지마라"

바다에 내리는 비 2008. 6. 23. 14:10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미 강연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동시 통역기도 이미 동이난 터였습니다. '코리안타임'을 의식하고 움직인 죄값을 시작부터 톡톡히 치른 셈이지요.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의 설립자이자 카피라이트에 반대되는 카피레프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리차드 스톨만이 한국을 방문, 지난 18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에서 자유SW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수년간 SW담당 분야를 취재하면서 그의 이름과 사상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으나 얼굴을 직접 대한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편안한 복장으로 강연장에 선 스톨만은 시종일관 직설적인 화법으로 거의 3시간 가까이 자유SW의 가치를 강하게 역설했는데요. 

영어가 짧다보니 강연의 전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자유SW란 무엇인가에서부터 한미FTA, DRM, GPLv3, 대학내 자유SW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리눅스의 공식 명칭은 리눅스가 아니라 GNU/리눅스라는 것과 실용주의 노선의 오픈소스 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엿볼 수 있었지요. 이같은 내용은 예전부터 그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왔던 터라 그리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최신 이슈와 관련한 내용들이기에 그의 발언들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리눅스란 말은 커널이 아니라 사실상 운영체제(OS)에 가까운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언론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에서도 리눅스는 OS로 통하고 있지요. 이에 대해 스톨만은 강연 도중 강한 거부감을 보였는데요. 리눅스는 커널일 뿐이기 때문에 OS 전체를 뜻하는 말은 'GNU/리눅스' 또는 'GNU+리눅스'로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듣고보니 맞는 말입니다.

스톨만은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요. 대충 예상했겠지만 한국은 미국과 절대로 FTA를 체결해서는 안된다는게 그가 내린 결론입니다. FTA는 부유한 이들과 기업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사용자의 자유를 더욱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톨만은 대학이 자유SW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강연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인데요. 그는 대학이 자유SW를 쓰면 비용을 아낄 수가 있는데다 소스코드 공개로 인해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양성할 수 있다고 부르짖었습니다. 특히 자유SW는 기술을 넘어 도덕성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그는 독점 SW기업이 대학에 SW를 무상으로 기증한다고 하면 이를 과감하게 거절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독점SW기업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은 대학생들을 중독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작권 강화의 필수 인프라로 떠오른 DRM에 대해서는 적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DRM을 심는 행위 자체가 사용자의 자유을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게 그의 입장입니다.

그는 강연도중 오픈소스란 말을 거의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픈소스와 자유SW는 출발점과 지향점이 다르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헷갈리는 분들이 있을 것 같군요. 사실 국내서는 자유SW보다는 오픈소스SW란 말이 더 친숙한게 사실입니다. FSF가 만든 GPLv2의 적용을 받는 GNU/리눅스의 경우 오픈소스SW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언론도 업계도 리눅스를 자유SW라 부르지 않는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스톨만은 이같은 상황에 거부감이 강한 듯한데요. 그는 실용주의 노선의 오픈소스 운동을 존중하지만 그것을 지지할 의사는 없는 사람입니다. 리눅스 커널을 만든 리누스 토발즈 역시 스톨만의 시각에서 보면 실용주의자입니다. 

(여기서 잠깐! 자유SW와 오픈소스SW의 차이가 무엇이냐구요? 스톨만이 말하는 자유SW는 사용자가 SW를 마음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소스코드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수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주고 사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변수가 아닙니다. 돈내고 SW를 구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카피레프트는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오픈소스SW는 차원이 조금 다릅니다. SW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지 자유SW와는 무관하다는게 스톨만의 입장입니다.)

알다시피 FSF는 현재 새로운 라이선스인 GPLv3를 준비중입니다. 그는 강연에서 GPLv3에 대해 많이 언급했는데,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어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습니다. 

스톨만은 GPLv3에서 다른 라이선스와의 호환성을 강화하고 GPL이 국제적으로 보다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모두가 자유SW의 가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PLv3를 통해 사용자 자유를 제약하는
MS와 노벨간 협력같은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스톨만은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및 기념촬영 시간을 가졌습니다. 

5시부터는 참석한 몇몇 기자들과 1시간 가까이 인터뷰도 해줬는데요. 인터뷰에서 그는 자유SW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외신보도를 보면 GPLv3를 놓고 스톨만과 토발즈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얘기들 종합해보면 GPLv3가 나온다고 해도 리눅스는 계속 GPLv2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리눅스는 앞으로 스톨만에게 자유SW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오픈소스SW로 남게되는 것일까요? 스톨만에게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한 질문입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리라 위로해 봅니다.

 

by 황치규 - 1인미디어의 뉴스공동체 <블로터닷넷>

출처 : 블로터닷넷
글쓴이 : BLOTER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