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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육성 낭송 - 학살

바다에 내리는 비 2008. 11. 7. 09:19

 

학살 2 - 김남주 육성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둔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출처 :맑은영혼을 위하여 원문보기 글쓴이 : 김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