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속에 .. 나를 놓다 ...
절망이 뭔지 모르듯이
희망이 뭔지 또한 모른다.
총맞은적이 없어서
총맞은 고통을 모른다.
누군가가 전해준 경험에 대한 추측일 뿐이다.
삶이 뭔지 모르겠다.
살아봐도 매일 다른 삶이라서 ...
삶이라는 단어의 뜻은
매일매일 쓰는 일기장에
매일매일 다르게 씌어진다.
오랜만에 늦은 밤이다.
늦은 오후 잠시 잠들었더니
다시 밤에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허기진 삶에
꾸역꾸역 채워넣는 삼시세끼가
거추장스럽다.
그러는 가운데에도 흐르는 시간처럼
그렇게 먹는다.
참 잔병치레는 없는 편인데 자주 체한다.
거식증이 없는게 신기할 정도다.
차가운 바람속을 걷다보면
그 바람에 나를 놔버리고 싶다.
그렇게 가볍게
그렇게 홀연히
피아노 선율 속에 온 몸의 상처가 아프다.
오래전에 들었던 노랫 속에 어제처럼 떠오는 기억이 나를 흔든다.
살 애는 겨울 바람속에 나를 놓고 오고 싶다.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상처의 아픔조차 떠오르지 않게
모세혈관이 얼어붙는 고통없는 무감각 .. 속에서 나는 자유로울까?
아니 그 보다는 온 몸의 상처가 기억해내는 무한의 고통 ..
속에서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같은 어리석음이 갖는 호기심이 살게한다.
죽음이 책 처럼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면
살아서 하는 모든 것도 만약 그와 같다면 .. 그렇다면 ..
나를 놓고 싶다.
살아있는 시간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잡고 있다.
새로움을 찾고, 모르는 것을 쫒고, 낯선것을 탐하게 한다.
고통도 아픔도 살아있으니 느낄 수 있는 것
그런 것 ..
밤의 어둠에 모든 것들이 묻혀간다.
언제나 눈 뜨고 있는 도시는 피곤하고 힘들다.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처럼 .. 그 속에 눈 감기를 원하는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사치, ...
서른의 끄트머리 가까운 나이에도 ..
사는 법을 모르는 나,
바보다.
바보처럼 사는 것도 좋을 지 모르겠다.
불면증 환자보다는 말이다.
내일 눈뜨기 위해 오늘 눈을 감자.
그것이 겨우 선잠이라고 해도 ..
오늘은 그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