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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제 9차 세계사회포럼 개막하다

바다에 내리는 비 2009. 1. 28. 21:54

제 9차 세계사회포럼 개막하다

- 너희들의 위기를 대신 짊어질 생각이 없다!

제 9차 세계사회포럼이 1월 27일 저녁 3시(현지시간) 행진을 시작으로 브라질 파라Para주의 수도 벨렘Belem에서 공식적으로 개막하였다.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쏟아지기 시작한 엄청난 열대성 폭우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은 현재 지구가 겪고 있는 금융, 경제, 생태, 식량, 문화 그리고 정치적 위기에 대한 각양각종의 구호를 쏟아내며 행진을 이어갔다. 그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거리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사람은 아마존의 사람들이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가장 큰 특징은 대회 장소이다. 지구의 생태위기에도 각 나라의 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대응을 촉구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사회포럼이 열리던 포르투 알레그레가 아니라 지구의 허파, 아마존의 대서양 하구도시인 이곳 벨렘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제5차 아마존사회포럼이기도하다. 아마존은 남미의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프랑스 기아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 9개의 나라를 가로지르고 있다. 수없이 많은 부족들과 강가의 사람들이 ‘국경과 상관없이’ 모여 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아마존은 야만적 자본주의에 의해 엄청난 착취를 다하는 곳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벌목이나 농자개발을 위해 대지주들에 의해 원주민을 살해하는 인간사냥과 불법방화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원주민들과 함께 일을 해 온 활동가들, 수녀들 또한 살해, 강간을 당하기도 하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은 국경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생태 지도의 상징이며 국가 정치와 야만적 자본주의를 넘어 인간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협력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회 조직위는 환영인사를 통해 아마존과 아마존에 의지해 살아오던 사람들에 대한 착취를 상기하며 ‘그러나 이곳은 세기를 넘으며 저항을 해 온 원주민들의 상상할 수도 없는 능력’의 보고이기도하다고 선언하였다. 지금 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아마존 사람들이 지켜오고 투쟁해 온 가치들과 삶의 태도, 그리고 문화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한편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가장 큰 이슈중의 하나는 당연히 지금 세계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위기이다. 조직위 역시 지난 9차례의 세계사회포럼이 이 멈추지 않고 폭주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기차를 멈추어야한다는 것을 경고해왔다고 상기하였다. 이 길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지구의 작동을 멈추는 일’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경고하였다.

 

이런 이유에서 예년과 비해 ‘경제위기에 대한 좌파적 대응’에 대한 많은 토론들이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의 반자본주의당NPA과 남미의 여러 좌파정당들이 주최하는 ‘경제위기와 좌파정당에 대한 영향’ 세미나도 있으며, ‘우리는 너희의 위기를 대신 짊어질 생각이 없다’는 세미나도 있다. 구제금융이니 새로운 경제 질서니 하는 명목으로 금융자본이 스스로의 탐욕에 의해서 만들어진 현재의 위기가 정작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이다. 지구 곳곳에서는 한국의 종부세 무력화와 노인들의 최저임금삭감 시도처럼 국가 내에서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국제적으로는 다시 한 번 가난한 나라로 전가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운동의 범죄화’ 경향에 대한 세미나들이다. 풀뿌리 민중들이 인터넷이나 라디오와 같은 매체를 이용하는 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려고 하거나, 사회운동가를 테러리스트로 지목하여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 등등의 일이 전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촛불 시위자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탄압,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형적인 억압의 사례인 미네르바 사태, 금번 용산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신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고 있는 것 등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는 경찰들의 통제가 심해졌다는 것이 눈에 띈다. 포르투알레그레와는 달리 무장경찰들이 행진하는 길가에 길을 막고 서 있었고, 하늘에는 헬리콥너가 굉음을 내며 계속 떠다니고 있다. 이런 사뭇 달라진 분위기속에서 내일은 룰라와 차베스 등 남미에서 좌파가 집권한 5개국의 수반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등, 이밖에도 쿠바혁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연속 세미나 등 수많은 활동들이 이곳 밸렘에서 2월 1일까지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