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내리는 비 2009. 2. 22. 16:10

가슴이 시려온다.

 

그렇게 하나씩 가슴을 버리면

나를 비울 수 있을가?

차가와질 수 있을까?

그렇게 가슴을 베이고 나면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고 나면

나는 강해질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버리고, 그렇게 베이고

그래서 차가와지고, 강해져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해야할 것이 무엇일까?

 

아니, 다시 묻자 ..

하고 싶은 게 뭘까?

 

그냥 살아져야 할 삶을 견디는 것 .. 이

너무 힘들다.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 외로와서 그렇다는데 ..

이게 외로운건가?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고독하다고 한다.

 

한번도

외롭지 않다고,

고독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내가 이미 그것이라고

이미 오래 전에

인정했다.

 

나도 외롭고

나도 고독하다.

 

그것이 존재고,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나다.

 

사랑은 나를 더 외롭고 고독하게 했고

인간은 나를 더 외롭고 고독하게 했다.

<닥터후 시즌4>의 마지막 회에서 모든 사랑을 두고 홀로 타디스를 타고 떠나는 타임로드 닥터처럼 별 사이를 유영하는

사람들 사이의 섬 ..

그 섬을 스치는 .. 그저 바람 ..

그뿐 ..

 

지독하고 잔인한 삶에 어떻게든 묻혀 살지 않으면

매 순간을 목숨걸고 살지 않으면

스스로의 존재를 잘근잘근 씹지 않으면 못견디는

어리석음 조차도 겨우 나를

지탱할 뿐이다.

 

지금이 ..

그때였구나.

2년 전 그때 .. 구나 ..

그래서 이렇게 아프고

잊어버린듯 무의식의 상처가

몸이 기억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렇게 외롭구나

그래서 이렇게 눈물이 .. 눈물이 ..

눈물이 나는구나

 

서른아홉이되었다.

흔들림없는 존재가 되는 나이가 불혹이라 했는데

과연 그런 나이가 오는지 모르겠다.

 

살아갈 시간이 너무 무겁다.

내 존재는 너무 가볍고

 

영균이의 말처럼 ..

세상을 좀 우습게 보며 살고도 싶다.

세상을 빈정거리고 싶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