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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태안 기름유출사고 삼성중공업의 책임은 56억원 뿐?

바다에 내리는 비 2009. 3. 25. 17:06

태안 기름유출사고 삼성중공업의 책임은 56억원 뿐?

법으로 본 세상만사/이호균 변호사 2009/03/25 15:49 법무법인 한강

태안기름사고와 관련한 삼성중공업의 배상한도가 56억원으로 정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는 지난 24일 삼성중공업이 '해상사고를 일으킨 선박소유자는 고의나 중과실 사고가 아니면 책임액의 한도가 제한된다'는 상법을 근거로 낸 책임제한절차개시 신청을 받아들여 "태안 사태가 삼성중공업의 고의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님이 인정되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이 책임제한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법에 규정한 책임제한액 230만7776 SDR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에 사고일 이후 발생한 법정이자를 합한 56억 3400만원을 공탁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은 지난해 10월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액이 5663억~601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대기업 삼성중공업의 책임이 56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일단 현행법 체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책임은 위와 같이 제한될 수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92. 12. 제정된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선주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 한도액은 선박 5,000톤 이하의 경우에는 451만 계산단위[계산단위라 함은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을 말한다]에 상당하는 금액, 5,000톤을 초과하는 선박의 경우에는 위 금액에 8,977만 계산단위에 상당하는 금액의 범위안에서 5,000톤을 초과하는 매 톤당 631 계산단위를 곱하여 얻은 금액을 가산한 금액으로 제한한다.
다만, 유류오염손해가 선박소유자 자신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제한되지 아니한다.

이러한 선주에 대한 책임제한의 취지는 해상기업활동의 위험성 내지 특수한 기술적 성격과 관련하여 자국 해운업의 보호,장려의 견지에서 인정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수 많은 거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선박소유자에 대해서만 유독 책임을 일정금액으로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가 있으나, 아래에서는 제도의 유효성을 전제한 후에도 남는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태안 해경은 원유 유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 선장 등 관련자 5명에 대한 사건 일체를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찰은 삼성 측 예인선장 1명은 구속(나머지 1명은 불구속),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선장, 삼성중공업, 허베이 스피리트 주식회사, 허베이측 선장과 1등항해사는 불구속 기소했다.

항소심인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2008. 12. 10.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던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선장에게 금고 1년 6월 및 벌금 2,000만원을, 유조선 1등 항해사에게 금고 8월 및 벌금 1,000만원을 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고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 선박주식회사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 하였다.
또한 1심에서 무죄였던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선장 김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반면, 1심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던 예인선단 선장 조모씨는 징역 2년 6월 및 벌금 200만원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보조 예인선 선장 김모씨는 징역 8월로 각 감형했다. 1심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던 삼성중공업의 항소는 기각하였다.

이러한 형사법원의 판단은 허베이측의 과실은 물론 삼성중공업 측의 과실도 크게 보아 형사처벌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를 두고 이번 중앙지법 파산부는 '무모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단순 과실과 중과실(무모한 행위)은 구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선주책임제한의 입법취지와 이에 대한 비판,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사회적 파장, 사고를 발생시킨 기업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다면, 이번 중앙지법 파산부의 결정은 법리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법감정상으로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다른 사고 유발자인 허베이스피리트 측 역시 책임제한절차개시 신청을 냈고,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이를 받아들여 유조선 선주의 배상책임한도를 1,425억원으로 제한하였다.

한편 정부는 태안특별법에 따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보상한도 3,216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추정액 6013억원까지 선보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책임이 56억원으로 제한된다면 이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 정부가 선보상하는 경우 삼성중공업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어렵게 된 것이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서해안으로 자원봉사를 간 국민은 대략 100만명이라고 한다.
이번 법원의 책임제한 결정으로 정작 책임져야 할 삼성은 뒤로 빠지고 국민 전체가 고스란히 그 책임을 분담하게 된 것이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서해안으로 자원봉사를 간 국민은 대략 100만명이라고 하는데, 이제 그 통계는 수정되어야 할 것같다.
4,80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맞는 표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