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내리는 비 2009. 4. 18. 21:57

냉장고에 그렇게 오래 두려고 했던 건 아녔다.

나도 모르게 시간은 흘렀고, 그럼에도 아직 먹을 수 있으면서 ..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 하얗고 작은 접시에 댕강 잘라 올려놨다.

붉은 섬이 되었고, 싹은 나무처럼 서 있다. 벌써 세 번재 물을 줬다. 

저것이 살까? .. 그렇다고 당근 뿌리가 새로 생길꺼라는 생각은 못하겠고 .. 당장은 보기 좋지만 .. 다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빌라촌 가운데 작은 공원이 있다.

내 어린 시절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다.) 졸업식 후에 저 공원 작은 돌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게 아직도 있는데 ... 이 곳에 와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여하튼 스산한 빌라들 사이에 겨우내 썰렁했던 공원에 온갖 꽃들이 피었다. 그야말로 꽃대궐 ... 같다.

사철나무도 새 연두잎이 나고, 살구꽃이 져가면서 나의 사랑 .. 연보라 라일락이 향기롭게 피어나고 있다.

 살구꽃잎이 벚꽃잎처럼 떨어졌다.

 

해물탕골목 .. 거의 매일 지나다니는길 .. 해물탕집도 거대해져서 작은 가게 여럿 있던 것들이 다 사라지고 기껏 열개가 조금 넘는다.

그리고 가게도 무쟈게 크다.  그들만을 위한 일방통행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단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지만 ..

그것과 상관없이 .. 은행나무 연둣빛 새 잎들이 피어나자 화사해졌다. 차가운 건물들을 조금 덜 볼 수 있다는 게 즐거움일 뿐이다.  

 

그렇게 부평의 해물탕골목을 지나 .. 지져분한 다운타운의 먹거리 길을 지나ㅡ 별다방 앞에서 길고 긴 지하상가를 따라 걸으면 .. 부평 역사가 나온다. 그리고 전철을 타고 15분 옴면 도원역. .. 도원역에서 내릴 즈음이면 무가지 신문을 모아 파는 어르신들이 연신 커다란 부대자루부터 작은 봉다리봉다리 해서 .. 인하자원에 가져다 판다. 요즘은 일찍 나오느라 거의 못보지만 한산해지는 10시 즈음이면 .......... 그렇게 공방 출근길 .. 창영길 입구다.

 2007년 작업했던 한평공원은 나름 자리를 찾아간다. 한번 심었던 나무는 죽었고 지난 해 다시 심은 벚나무가 늦은 벚꽃을 피웠고 .. 작은 철쭉도 몽오리지고, 작은 사철나무도 연두빛 새 잎을 틔웠다. 뭔지 몰랐단 풀떼기 들이 나란히 심궈져 있었는데 .. 보리란다. 죽은 줄 알았던 보리가 싹을 틔웠다. 예쁘다.

 

 마을 텃밭 주변의 집들에서 별로 관심들여 보지 않았던 틈새의 문에 .. '바보'가 씌어있는 건 첨 봤다. 저 그림은 뭘까?

어르신들이 바지런히 심어놓은 작물이 벌써 훌쩍 커버렸다. 그런데 저건 또 뭔 작물인고 ㅡ.ㅡ;; 어려워 어려워 ...

노랑집 앞도 화사하다. 석죽의 붉은 보라빛과 하얀 꽃이 예쁜데 이 아이도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러한데 .. 여기도 하얀 라일락과 보라빛 라일락이 피어난다. 올해는 꼭 라일락을 얻어다가 심어야지 ..

 

 

저 집은 한 두 해 전  새로 이사왔다고 했다.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나무가 너무 이쁜 꽃을 피웠다.

파란 육교와 커다란 나무 앞에서 여리게 피어난 모습이 참 잘어울린다.

 복숭아꽃인지 벚꽃인지 살구꽃인지 .. 여하튼 이쁘다. 좀 헤깔렸는데 녀석들이 비슷한 종류라고 한다.

 

다시 우리집 .. 천리향. 길었던 가지들을 잘라 뿌리를 내려서 이웃들에게 선물하고 .. 공방에도 가져갔다. 또 자라면 분양해야쥐 ..

큰 석류는 가시같은 끄트머리에 뭔가 생명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거 같기도 하고 .. 아직은 모르겠다. 나무 밑 잡초만 덩그러니 하다.

작은 녀석도 새 가지가 났었는데 진딧물이 잔뜩 붙어서 .. 잘라버렸다. 살아나야 할텐데 ..

 계단아레 주욱 늘어선 철쭉은 아저씨가 공사를 해주던 집에서 뽑아버린 것이라 했다. 이맘때가 젤루 이쁘다. 비까지 내려서 촉촉하게 젖은 모양이 정말 우아하다.

 라일락 .. 아침마다 향기를 맡고 간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수 없는 기억에 ... 햇살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떠가는듯 그대 모습 ...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떠나가는 그대 모습 ...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 여위어가는 가로수 그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밑 그 향기 더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