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다행 多行_하다> 정리 때문에 정신없이 연말을 보냈다.
그도 어정쩡한 정리라 맘이 찌뿌두둥 하다 ㅡ.ㅡ; ... 혼자 하는 정리가 아니다보니 완결성을 가질 수 없어서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쑥대밭이 된 집을 그냥 둘 수 없어서 ..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 또 하루 종일 집을 치웠다.
우선 욕실이자 화장실 청소를 박박 .... 그리고 부엌 정리를 하고 .. 엄마 방을 정리하고 .. 거실 청소를 하니 ..
간단히라도 한 해 사진도 둘러보고, 잘 있냐는 안부도 전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라도 보내고 싶었는데 .. 해가 다 져갔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전기난로가 세탁소에 며칠째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 드라이 맞길 것을 가지고 가서 찾아가서 맡기고 가져왔다.
저녁에 엄마와 늦은 식사를 하며 해넘이를 해왔던 게 있어서 서둘러 먹거리를 사러 동네 큰 슈퍼를 갔다가 왠지 이맘 때의 시장을 보고싶어서 집으로 돌아와 시장가방을 들고 나갔다. 날이 많이 차가왔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슈퍼에서 두 개에 2800원 하던 파프리카가 색이 좀 않좋기는 해도 5개에 2000원,고기를 뭘 살까 정육점 앞에서 고민을 했다. 고깃국용 국내산 600g에 6800원, 꽃등심 12800원. 삼겹살은 있지만 요즘에는 비계가 먹히지 않아서 보지도 않았다. 새우를 살까 했는데 .. 깐 새우는 너무 깨끗하게 까져서 왠지 맘에 들지 않았고, 근당 5000원이라는 중하는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생각해보니 삶아서 자르면 될껄 .. 그러다가 결국 메뉴에 맞는 닭가슴살로 결정(메뉴는 월남쌈) 가슴살 네 덩이가 5000원인데 하나 더 주겠단다. 만원짜리를 꺼냈더니 12개 주겠다고 하셨지만 .. 그걸 누가먹나 .. 쩝 ..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하나만 샀다. 홍합은 다 손질한 것이라 비싸다면서 산 것이 2000원. 헌데 보름 홍합은 속이 없다는 걸 삶고 나서 엄마께 들어 알았다. 홍합은 그믐에 살이 제대로 오른단다. 팽이버섯은 하나 있지만 아랫집과 나눠먹을 겸 하나 더 사기로 했는데 4-6개 천원씩 하던 팽이가 달렁 2개 .. 어디가나 그런 걸 보니 이런 시즌에 비싼 모양이다. 사지는 않았지만 가래떡과 만두, 곶감과 시금치가 많았다. 떡과 반찬을 많이 팔기도 하고, 너무 추워서 인지 제철이라서 그런지 생선들은 무지 쌌다. 헐 .. 생선을 잘 만지면 사고 싶었는데 .. 생선 요리는 좀 자신이 없다. 허걱 .. 카메라를 안갖고 나온 것이 얼마나 아쉽던지 .. 송현시장 화보 작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 내가 엄마 손 잡고 다니던 이곳의 화보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부평시장에 기록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한해 프로젝트로 기획을 해봐야겠다.
그렇게 몇가지 되지 않는 시장을 보는데도 한 시간 여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으니 공장장 아저씨와 엄마와 친한 아주머니가 술잔을 나누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와 음식준비를 했다.
색깔과 식감이 다양해야 맛있는데 좋아하는 깻잎과 등근이 없다. 당근은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공방에 있는 거였다. 하는 수없이 동네 슈퍼에 가서 사는데 흙당근(국내산이라 믿어지는)은 쭈글쭈글 수분이 다 빠져버려서 하는 수 없이 중국산이라고 써 있지만 멀쩡해보이는 것을 480원에 샀다. 깻잎은 아예 보이지 않아서 결국 동네 슈퍼에서 샀는데 유기농이라고 30잎 정도 들어있는게 1000원. .. 좀 망설이다 그냥 샀다. 많이 먹지도 못하면서 욕심낼 일이 아니다. 한두번 먹을 양만 사자. 그리고 피쉬소스가 들어가니 화이트 와인 한 병-마주앙으로 샀다. 동네에서 복숭아샴페인 말고 스파클링 와인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 8시가 좀 넘어 엄마가 들어오셨고, 썰어놓은 야채들을 늘어 놓고 뜨거운 물과 접시를 놓고 식사를 시작했는데 엄마는 병원에서 버릇들인 드라마에 맘을 뺏기셔서 하는수 없이 꼬이고 싸우고 울고불고 하는 드라마 앞에서 식사를 해야했다. 이건 참 괴롭다. 병원 휴유증 ㅡ.ㅡ;; .. 배가 불러오자 아랫집 가져다주는 걸 잊고 있었다는 걸 알고 후다닥 갖다드렸다. 9시 뉴스는 1년의 빅 이슈를 흘려준다. 용산을 시작으로 해서 쌍용으로 .. 전직대통령의 죽음과 국회의 투쟁 .. 노무현의 죽음에서 전두환 같은 놈은 안죽고 너무 착해서 죽었다며 왜 죽나며 엄마께서는 안타까와했다.
나의 그리고 엄마의 1년을 되돌아 볼 시간도 없이 역사의 시간은 흐른다. 좀 일찍 식사가 끝났고 간단히 정리를 했다.
시끄러운 각종 쑈와 시상식을 엄마가 싫어하셔서 이곳저곳 돌려가며 TV를 보았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기다리고 듣던 TV속의 재야의 종소리는 ..
힘들었는지 .. 오세훈 얼굴을 보기 싫었는지 .. 아님 서울의 종소리를 듣기 싫었는지 .. 듣지 않았다.
엄마 옆에 누워 이것보다가 저것보다가 졸다 하다가 눈이 번쩍 뜨인건 ..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그걸 봤다. 만화책을 보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10여년 전인데 .. 그 감동적인 만화책의 기억이 있어서 몇 번이나 봤던 만화영화다.
정말 .. 미야자키 하야오 .. 대단해.
그렇게 .. 푸른옷의 나우시카를 보며 .. 만화책의 앤딩이 잘 기억나지 않아 속상했다.
만화책 7권에는 다 있었는데 그 부분은 그 책의 삼분의 이 정도에 나오는 중간 결말이다. 아 .. 책을 구하고 싶은데 안타깝다. 흐흑 ..
그러고 보니 <인류가 사라진 세상>이라고 하는 다큐멘터리를 몇 번 보게 됐는데 ..오우~~~~~~~~
원전수주를 갖고 쾌거니 어쩌구 하는 내용과 오버랩 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엄마께서 일어나셔서 움직이는 소릴 듣고 일어났다. 9시가 넘었다.
올 해는 어떻게 살 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오랜만에 손으로 끄적거려보려고 했는데 .. 어젯 저녁 먹은 것들이 그냥 있어서 정리하다가 남은 음식을 처리하기위해 식사를 했다. 세 개 싸두었던 월남쌈은 물기에 다 풀어져 먹을 수 없게 되었고, 두부를 튀기고 남은 야채들을 볶아 남은 월남쌈 소스를 뿌려먹고, 어제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테이블을 닦고 커피를 타고 .. 자리에 앉으려 하니 .. 아직 보내지 못한 사진이 있어 다운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진멜만 보내고 오늘은 컴퓨터 끝.
올 한 해 .. 근력이 줄어드는 나와 근력이 필요한 엄마와 함께 운동을 하고, 보다 생태적이고 저소비적인 삶을 계획하고, 엄마를 보살필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확보하고 모색하는 사진관을 열고, 내 많은 잡다한 옷가지들을 리폼해보고, 이것저것 투닥투닥 맨노동을 해서 직접적인 재생산을 하며 살아보자는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채식으로 옮겨보자는 것 .. 커피를 줄이고 자연적인 차에 취미를 가져볼 것 등을 설정해봤다. 이제는 보다 성실하고 여유있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ㅇ ㅣ든다. 너무 빠른 시간에 속하다보니 사람도 삶도 세상도 잘 볼 수 없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써본 .. 전기난로 ..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데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58000원짜리를 이런저런 쿠폰으로 38000원에 샀는데 ..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팔아야겠다. 은근히 물 끓이는 건 좋은데 .. 흠 .. 세게 틀면 공기가 따뜻해지기는 하는데 너무 건조하다. 물이 수증기를 뿜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우리 집에는 안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