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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 하기엔 좀 늦은 ...

바다에 내리는 비 2010. 11. 1. 12:40

다시 아침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요즘은 늦은 밤에 깨어있기가 어렵다.

피곤하기도 하고

찬 기운 가득한 오래된 집에서는 그래도 아침이 좋더라.

차가운 밤 공기를 피해 이불속에 몸을 묻고 책 한 두쪽 읽고 스르르 잠을 자는 즐거움.

몇 달에 한 번 쓴 일기장도 고스란이 이불속에 박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어제 봄가을용 이불을 볕에 널고, 발 끝에 밀려있던 겨울용 극세사 이불과 덕다운 이불을 정리하면서 알았다.

ㅋㅋㅋ

힘든 여름이었다.

변화의 가을이었고

이번에는 정말 가을 없이 겨울이 오려나 했는데 .. 다시 가을 기운이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요즘엔 ..

책을 좀 읽는다.

여름 내~ 9월까지 .. 거의 책을 사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하고

간간히 경향신문과 가끔 서울 가는 길에 사는 씨네21이나 시사IN정도의 잡지가 쥐어져 있을 뿐이었다.

 

송현시장사진집 프로젝트 <시장, 사람이 살아간다> 편집이 9월 중순에야 마무리 되었고

한가위가 있었고 - 우리집이 제사를 지내고, 나는 큰 고모에 장녀에 결혼도 안한터라 차례준비는 당연히 나와 새언니의 몫이다.

그러고 나니 곧 동생 첫 아가 - 수빈이의 돌이라 돌 영상을 만드느라 또 일주일 고민고민

한가위가 지나자 작업비가 들어왔다. 밀려있는 세금과 공과금, 카드비를 내고도 좀 돈이 남아서 며칠을 쏟아 책을 골랐다.

그 와중에 몇달을 미뤄둔 약속 -송씨아저씨와 가볍게 한 약속이지만 꼭 지켜보고 싶었던 인천IN 터덜터덜 걷기 DMZ트레킹을 다녀왔고

동생의 생일 즈음하여 1박2일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루로 줄여서 남이섬에 다녀왔다.  

그 바쁜 매일매일 중에도 생각할 일도 이야기 나눠야 할 일도 많았고

멀리 공부하러 간다는 금속공예가 우민이의 이야기도 듣고 상황도 살펴보아야 했다.

다행공방의 운영과 소통에도 마음을 써야 했고 ..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

뭔가 지금은 나에게 모색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 '결정'해버리면 끝나버릴 것 같아서 .. 좀 물렁물렁하게 두려고 한다.

거의 15년 만에 갖는 또 다른 느낌의 ..

텅빈 ... 충만을 느껴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 사진 선물도 하고 ..

참 다행공방 근처에 마을책방도 들어오고 .. 작은 소품가게도 생기고 .. 활동공간에 생기가 돈다.

내가 생기가 도는 걸까?

여하튼 거기에 .. 오랜만에 손에 쥔 책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일단 책을 고를때는 나는 서점에 간다.

색이 이쁜 책도 좋고, 평가가 좋은 책도 좀 읽어보고, 경향일보가 1면을 할애 해 두해째 책소개를 거의 매일 하고 있는데 눈여겨 두었던 책을 보기도 한다.

이래저래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고른 책이

<세 잔의 차>-오래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란다 ^^;; .. 전에도 손에 만지작 거린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 왜 안샀을까? 

<군중과 권력>궁금했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아니 확인하고 싶었을까? 이 작은 공동체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고 .. 예전 책이라고 하는데 .. 노벨상이 발표되고 있는 시점에서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엘리아스 카네키가 섰다고 해서 고르게 되었다.  

<미치도록행복한 순간>은 몇번 손에 잡았다가 내려놓았다가를 반복했다. 내가 쓸 수도 잇는 책을 굳이 사야해? 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 결국 사게 된 건 .. 화두가 필요해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나는 박완서씨의 글을 읽은적이 없다. 그런데 책이 너무 이쁜거다. 아, 철딱서니 .. 나는 이쁜책이 좋다. 헐~~  근데 좀 지루했다.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이 즐겁고 아름다운 건 .. 이미 박경리 선생 글에서 느꼈고, 법정스님의 글에서 알았다. 좀 잡동사니랄까? 어제 쓰여진 것 같은 글들 속에서 약간 성의 없음 .. 같은것도 느껴지고 .. 다 지난 글을 옮겨다 놓은 것도 좀 .. 화가 났고, .. 왜 그러지? .. 싶어서 좀 두었다 읽었는데 .. 다시 읽으니 그럭저럭 읽을 만 하다. 모르겠다. 왜 안티질인가 ^^;; .. 노老 작가의 삶을 보는 게 어쩐지 나의 조금 먼 내일 같아서 였을까? .. 이 노인네 .. 지금의 내 나이에 두 배를 살았다. 소름끼쳐 .. ㅡ.ㅡ

최민식 선생의 <사진은 사상이다> .. 예전에 그의 흑백사진책을 들고 너무 감명깊어 펑펑 울면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한때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서 샀다. 읽다가 .. ... 여러 책중에 가장 먼저 손에 잡았는데 .. 잠시 멈춰있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이제는 잘 쓰지 않지만 다시 손을 고스란히 담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손이 가더라. 오래된 카메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필름카메라를 다시 들어보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 .. 옛날 카메라와 그 카메라를 들고 다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좌파들의 반항> .. 사실 김규항씨의 <B급 좌파>를 사려다가 .. 우리 이야기는 좀 뻔해서 .. 외국인이 쓴 걸 샀는데 .. 사실 큰 차이는 없다. ㅋㅋ 짐작이 가는 그러나 가볍고 유쾌하게 읽어볼 수 있을 꺼 같아서 골랐다.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은 .. 미드<BONES>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거 같다. 문화인류학이 가지는 그 포용과 건강함, 인류애와 .. 폭넓은 인식이 가져다 주는 편견 없음과 평등 등 .. 이제부터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것중에 하나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렇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몰랐던 아시아 .. 내 이웃들, 내 형제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상상망치> 동생과 남이섬 소풍을 갔다가 잠시 드른 남이섬호텔 로비에 널려있던 <상상망치>. 재기발랄함과 .. 그랬으면 하는 게 다들 그렇게 되어있던 남이섬의 자연스러운 개발에 좀 매료되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드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들이 그곳에 가는 느낌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경향일보 금요일인가 토요일에 주로 책소개를 하는데 그걸 읽다가 사봐야지 했다가 잊고 있었는데 논쟁중이란  기사를 읽고 사게 되었다. 지난 주에 샀으니 올해가 가기전에는 읽겠다. 

<고민하는 힘>우연히 꽃길이님과 부군과 함께 연안부두 나갔다가 동인천 삼치골목에서 목을 축이고 나왔다가 드른 대한서림에서 골라 선물받았다. .. 거기서 담에 읽어볼 책은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고전 - 열하일기나 .. 그런 거 .. 고등학교와 대학교때 한참 그런 책 읽고 싶을때는 없었는데 .. 이제는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 실학 사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 우리나라 18세기가 궁금하다. 물론 거기에는 정조가 있고, 성스도 있고, .. 그가 죽으면서 거의 매몰되었다는 실학사상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몇 권의 월간지 기자때문에 인연이 닿아 생각난<마음수련> 가을걷이 말리기를 써 놓은<에쎈> 자연주의니 에코니 하는 주제로 나온 잡지가 있어서 구입한 것이 오가닉인데 .. 거의 오가닉 상품 선전 책이다. 헐 .............. 책이 예브고 좋지만 .. 오랜동안 잡지를 고르지 못한 덕에 .. 보는 눈도 쇠해졌다.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

아마 고전에 손이 가는 이유는 .. 전에 봐 두었던 .. 책들에 손이 가는 이유는 ..

'지금'은 뉴스에 TV에 신문에 .. 활개치며 펼쳐져 있고 이것을 통찰하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아서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

 

 

<사진노트>

  나뭇잎이 돌덩이 땅위로 떨어졌다.

  나무는 그림자가 되었다.

  다시 나무와 나뭇잎이 만났다.

  그건 허상이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