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s 단식이야기 5> 단식과 휴식 ..일상의 쉼에 대하여
평화롭다 .. 라는 느낌을 받는 지금 .. 행복하고 감사하다.
너무 많은 사람, 너무 많은 말,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일들에 우린 모두 지쳐있는 듯 하다.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단식을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런 것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게 한다.
물론 개인의 특성이나 기질에 따라 좀 다르긴 해도 그렇다.
나는 어떤 기질일까?
일단 다혈질 .. 어렸을때는 안그랬는데 .. 성격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성실하고 조용하고 부끄럼 많고, 화 나는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였던 스타일이었는데 .. 참 많이 변했네 .. 나. ....
20여년간의 내성적인 감성이 이젠 내면화 되어있다.
표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바뀌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말이 많아졌다. 아마, 말이 많아진 것이 가장 스스로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지 않았을까?
호기심이 많아 모르는 것, 낯선 것에 관심이 이러저런 많은 일들에 손을 뻗으며 20-30대를 보낸 것 같다.
믿었던 것들이 나를 믿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것을 배신이라 느껴 힘들었지만
난 나름, 정말 멋진 청춘을 보냈다, 불꽃처럼 .. 여름처럼 ...
그랬구나 .. 정말 사랑할만한 멋친 시간이었구나 ..
감사한다.
나를 이끌어 준 이들, 미치게 했던 것들, 눈물 흘리게 했던 것들, 가슴 떨리게 했던 것들, 열병에 걸리게 했던 것들, 나를 냉정하게 만든 것들, 아프게 했던 것들, 슬프게 했던 것들까지도 ...
난 이제 나를 그대로 쏟아내면 안될 것 같다.
그야말로 나잇값을 이제는 좀 .. 해야할 때가 됐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그게 되더라도 20년은 걸리겠지 .. 한다.
이젠 뭔가 나누어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온전히 스스로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처음에 있었던 한 사람의 전화에 상상하기 힘든 것이 가능해진 느낌이 이제야 들기도 한다.
단식 마지막 날이다.
지난 2~3일? 4일인가? ..여하튼 며칠 힘들고 피곤하고 무기력해졌었다.
또 며칠 두통에 시달렸고, 어떤 즐거움이나 희망적인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무심히 틀어놓은 TV도 너무 시끄러웠고, 글도 복잡한 것들에는 짜증이 났다.
아마 .. 출근하는 동안 그랬던 거 같다.
지난 단식때처럼 이곳저곳 다니고 이일저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는 사람 대하는 것 외에는 크게 해야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금요일은 출근했고 친구를 만났다.
토요일은 빨래를 하고, 목욕탕엘 가고, .. 뭔가 할 일을 찾다가 먼지쌓인 장독대와 장독들을 닦았다.
일요일은 묵은 장을 옮겨담고, 첨으로 혼자 된장을 담갔다. 뿌듯 .. ^^
..
집착에서 벗어나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여유로와진 .. 느낌이 그러는 사이에 찾아들었다.
끊임없이 삶을 나눠놓는 시대에 살면서 돈에 쫒기고, 시간에 쫒기고, 일에 쫓긴다.
돈이 없으면 여유도 즐길 수 없는 것 처럼 말하고, 그래서 그 여유와 쉼을 위해 돈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렇게 지내는 일상에서 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여유와 쉼은 더더욱 쉽지 않다.
돈이 목적이 아닌 노동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취미할동이 그런 예이기도 하다. 하기야 그 취미에도 돈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적게 먹고, 적게 쓰자. 그리고 많이 쉬자.
그 쉼이 삶에 풍요를 가져온다. 마음에 여유도 삶의 지혜로움도 가져온다.
그 쉼 속에 꽃의 향기로움도 찾아들고, 매일매일의 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의 숨결도 느끼게 되고, 여전히 빈 가지지만 곧 뽀록뽀록 새싹이 돋아날 물기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어보고, 만들어보고 싶었던 작은 선반도 하나 만들어보고, 멀리 있는 친구도 찾아보고, 버스와 전철만 타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니 짧은 여행도 다녀보고 ..
바쁜 출퇴근 시간에 천천히 걸어본 적 있는가? 천천히 걸어봤다. 사실 그렇게 천천히 걸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엄청 빨리 걷기 때문에 마치 왕가위의 영화에서 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 사람들이 흘러간다. 물결처럼 .. 그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 좀 쉬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