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일상속에서, 내 안에서

강's 단식이야기 7> 장독을 닦다

바다에 내리는 비 2011. 2. 24. 13:53

토요일 ... 이제 3일간 휴일이다 싶다.

피곤햇던 한 주 .. 푸~욱 자려고 했는데 눈이 떠졌다.

키가 클때처럼 .. 운동을 하고 난 것처럼 근육이 욱신욱신 .. 운동을 한 것은 아니니 .. 근육이 빠져나가느라 그런가?

이번엔 아침에 냉수마찰도, 저녁에 냉풍욕도 안했다.

어쨌든 작업실을 다니는게 힘들어서 푸욱 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글을 좀 쓰려다가 목욕탕에 가서 느긋하게 탕욕을 즐기고 있는데 친척을 만났다. 살짝 민망 ^^;

언니와 조카뻘인데 .. 나이는 나보다 한창 위다. 언니가 65세에 조카가 45세 .. ^^;; .. 내가 학렬이 좀 높다.

목욕을 끝내고 먼저 나왔다.

 

바람은 많이 부드럽고 햇살은 제법 따뜻하다.

봄이 .. 날카로운 바람 사이로 걸어오고 있다. 그늘은 여전히 차갑지만 ...

동네를 넓게 돌며 사진을 찍고, 생수를 두 병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잠시 오수를 취하려 누웠는데 ..

얼마 전부터 눈에 자꾸 들어왔던 먼지 가득 쌓인 장독대가 생각이 났다.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 장독대의 먼지를 씻어냈다.

말끔하게 씻겨져 나가는 먼지 .. 손은 차가왔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곰팡이가 생겨 따로 떠 놓은 장을 달이고, 엄마가 장을 담그신다고하셔서 빈 독도 씼어 놓고 .. 

한바탕 일을 했더니 피곤했고, 두어시간 푸욱 잤다.

 

멍~~ 하고, 기력이 없어요 ... 헐~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눈에 들어오는데 힘은 빠졌고 ... 하는 수 없이 ... PC를 켰어요.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고, 인터넷 책방도 둘러보고, 블로그도 이곳저곳 들러보다가 ..

단식사이트에 들어가 단식중에 읽어볼만한 책과 글들이 있길래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근데 .. 제가 교정을 보고 있더군요. 헐~~ ^^;

 

그러던 중에 어머니가 오셨다.

단단히 결심한 듯 .. 외삼촌 생신에 가지마라! 하신다..

니가 못먹고 있는데 내가 음식이 넘어가겠나? 

(단식)다 해놓고 음식 잘못먹어서 큰일나면 안되니 가지마라 .. 다시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듣고 나니 .. 난 상관 없더라도 어머니 마음은 그렇겠다 싶어서 .. 안그래도 힘들어서 못갈것 같아 .. 했다.

저 때문에 부럼도 안깨셨는데 .. 많이 죄송했다.  

 

상주로 이사간 옛 친구를 찾아 가려고 했는데 ..

그것도 회복식이 끝난 후로 미루려니 맘이 좀 그랬는데 .. 어머니 말씀 듣고 안가기로 했다.

예전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걸 느껴서 그렇기로 했다.

 

일상생활은 꼭 직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작지만 끊임없는 노동과 관계들 속에서의 이야기, 사건들 뿐 아니라

내가 아니어도 지속되는 시간들이 있으며 먹을 것이 아니더라도 해야할 것도 많다.

이번 단식은 잠과 TV와 블로그와 책, 출퇴근과 짧은 만남들로 보냈다.

TV와 PC는 적게 하려고 했는데 .. 몸이 많이 힘들어서 다른걸 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작  장독대와 독과 독 뚜껑을 씻고 닦고 나서도 이렇게 힘드니 .. 늙었나 ㅜ.ㅜ

휴가를 내서 단식을 하는 게 필요한가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