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코어
아날로그
요즘 다행공방에서는 조금 옛날(?)식 카세트 라디오에서 015B의 'H에게'나 김건모의'핑게'가 테이프를 틀어놓는다. 오래된 공간에 어울리는 소품을 열심히 가져다 놓는 꽃길이님 덕에 소중히 간직했던 옛 테이프 들을 꺼냈다. 출근을 하면 PC를 켜고 미니홈피나 블로그, 또는 다운받은 MP3를 윈엠프나 알송들로 틀어놓고 아침일을 시작했었는데 요즘은 오토리버스도 안되는 스테레오 카세트 라디오에 옛날 음악테이프를 20-30분에 한번씩 앞뒤로 돌려가며 듣고 일을 한다. 문 하나를 두고 있는 한점갤러리에도 지난 봄에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작은 CD라디오를 틀어놓고 있다. 아날로그로 음악FM 주파수를 어렵게 어렵게 찾아 틀어놓았지만 지지직 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작게 틀어놓으니 들을만 하다. 그렇게 옛날 방식을 재미삼아 즐기고 있다.
라디오, 카세트, 미니카세트_마이마이, 소니_워크맨, CDP, pc, mp3 ....
어얼리답터는 아니지만 나는 빠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겨 들었던 세대지만 낯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세살 터울의 부잣집 친척 언니 덕분이다. 내 오빠는 나랑 나이차이가 많고, 그도 그런 문화를 즐겨 누리며 살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 언니가 누리는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 언니의 방에서 산울림의 '회상'을 들었고, 웸이나 라붐, 아하의 테이크온미에 신기한 뮤직비디오도 봤다. 팝송 마지막 세대인 언니의 의 노래웹이나 네를 종종 갔던것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영어음악을 듣는게 유행이었던 마지막 세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통해 다양한 외국음악을 들었고, 낯선(?) 밴드들의 음악도 들었다. 그리고 나의 책상위에서 미니카세트라디오로 이문세의 별밤을 들으며 고교시절을 보냈고, ...........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이 오빠가 고교생이었던가? 대학생? 나는 초등학교 3~4년이거나 중1-~2쯤? ..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사가지고 온 카세트 라디오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녹음된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이상하다고 부끄러워하며 까르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곧 카세트 라디오는 내 차지가 되었고, 용돈을 쪼개 테이프를 사 들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마이마이라는 소형미니카세트를 들고다니며 듣는 혁명(?)적인 행위가 유행이었고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LP가 있는 저가형 스테레오 오디오를 사서 테이프와 LP를 사모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영훈과 이문세가 각자의 음악을 위해 헤어진 시점이고, 거리에 복제 테이프가 넘쳐나던 시절이고, 이적이니 토이니 ... 이전에 들었던 포크송과는 다른 세련된 음악을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곧 CD플레이어라는 것도 등장했고, 테이프로 듣던 것들을 다시 비싼CD로 바꾸느라 애를 먹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겨우 산 휴대용 CDP는 튀기 일수였고, 막 시작된 PC시대엔 컴퓨터로 음악을 듣게 되었다. 짧은 MD를 지나고 CD로, 드디어 MP3까지 ...
어디에나 넘쳐나는 소리들
그렇게 직접 사람들의 목소리나 연주를 직접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끔 듣는 서툰 연주조차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이유가 아마 그게 아닐까?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에 많이 지친다. 소리가 없는 게 종종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중독된 탓일까? 가끔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듣지도 않는 미니홈피 음악을 듣거나 보지도 않는 TV를 틀어놓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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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CD한 장을 선물 받았다.
한동안 쎄시봉이니, 송창식이며, 김세환이 어떻고 하면서 엔틱한... 아니 7080복고음악들이 유행을 했는데 몰랐던 시대의 이야기와 함께 들으며 꽤 감동하고 눈물도 흘렀지만 미국의 컨트리 음악처럼 포크송들이 3곡 이상 넘어가면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참 미안하지만 정말 평이하고 지루한 느낌을 받아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된다. 아마 90년대 다양한 사운드, 다양한 시도들이 익숙한 세대이다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
작은 공방에 아날로그 기타소리가 퍼진다. 아니,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퍼진다. 첫 앨범이라고 하는데 능숙한 기타솜씨와 세련된 느낌이 드는 선율들, 흐린하늘이라 느러지고 쳐질 것 같았던 기타소리는 청명한 가을바람마냥 사람들 사이를, 오래된 물건들 사이를 빠져나가 유쾌하다. 곡의 구성도 CD 한 장을 다 들었는데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홍대 삼거리 트리오, '어쿠스틱 코어'되다
다행공방에서 바느질공방을 하시는 꽃길이가 들고 온 앨범이다. 지난 17일 앨범이 나왔고, 목요일 저녁 홍대에 있는 한 클럽에서 쇼케이스를 가진 그녀의 남동생-장승수-이 친구들과 지난 겨울부터 준비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곧곧곧 .. 하더니 드디어 앨범을 냈다. 쇼 케이스 전날 누나인 꽃길이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던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어수선 했고 날도 많이 흐렸다. 그래서 죄송스런 마음을 전하며 함께 가지 못했는데 세 아티스트의 사인까지 담아서 주셨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탄 장학금을 털어 쪼르르 기타를 사러 갔다고 했다. 첫사랑이 음악하던 사람이었다고 했던 거 같다. 그래서 기타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길이 아녔는지 새 인연을 만나려고 그랬는지 탈춤과 사물놀이에 정신이 없이 빠졌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남동생 승수가 조심스레 기타를 달라고 하더란다. 시집가기 전에도 배우지 못한 기타를 시집가서 배울 수 없을 것 같아 주고 왔다고 한다. 그렇게 기타를 받아든 동생은 책을 보며 기타를 익혔고 집안 내력인지 온 가족이 손을 쓰며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재능이 그 역시 그 재능을 펼쳐 살아왔다고 한다.
이게 첫 앨범이라니 ....... 이승철이 또 미안해 하겠군 ^^
컬투 공연의 음반과 세션을 맡아하고, 웃찾사의 하우스 밴드_장승수 밴드-를 하던 다양한 무대경험과 탁월한 연주실력이 인연이 되어 '홍대 삼거리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주로 활동하던 홍대 삼거리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아 그렇게 이름지었는데 다들 너무 촌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아직도 한글이름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건 아쉽지만 어쩌랴 ... 시대의 흐름이란 게 있는데... 결국 주변의 의견을 받아 '어쿠스틱 코어'가 됐다고 한다.
동생이지만 너무 잘 한다, 넘 멋지다며 칭찬이 마르지 않았는데 기타소리를 듣고보니 그녀의 자랑이 헛자랑이 아녔다. 그녀의 말처럼 동생이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지 걱정했다고 했는데 그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나야 그 시절 기타를 친다는 사람들이야 다 그 만큼은 치지 않았을까 했는데 ... 세련된 감성이 느껴진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
질려버린 아이돌의 후크송이나 나노래잘해~ 하는 가창송들과 달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퍼지는 기타소리가 흐리지만 우울하지 않게, 첫 앨범이란게 믿어지지 않게 멋진 곡의 구성들, 오랜 경험이 준 탁월한 연주실력이 녹아져 있는 음악들이 오랜만에 음악듣는 즐거움을 준다.
*아래 글은 꽃길이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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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엔루이스에 있는 자료 퍼왔슴다.
어쿠스틱 코어 Acoustic Core
정재호 | 장승수 | 최영두
흔히 '통기타'로 불리우는 어쿠스틱 기타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에게 추억과 낭만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이콘이 되어왔다. 컬투 공연/음반 세션 및 [웃찾사] 하우스 밴드 등의 다양한 무대 경험으로 탁월한 연주 실력과 노래, 사람 냄새 묻어나는 감성으로 무장한 세 남자와 세 대의 어쿠스틱 기타! 아름다운 감성 블루스 발라드에서부터 역동적인 락에 이르기까지 모두 7곡의 노래와 4곡의 연주곡을 통해 Acoustic Core가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상쾌한 사운드! 그 첫 번째 행보가 담긴 앨범, <Acoustic Core>를 소개합니다.
아티스트 소개
- 정재호 - Vocal, Guitar _오랫동안 블루스 음악을 연주해왔으며, 국내 최고의 라디오 DJ이자 개그 듀오인 컬투의 음반 및 공연 세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부터 사람 냄새나는 감성 기타 트리오, Acoustic Core를 결성하여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였다.
-장승수 - Backing Vocal, Guitar_에릭 클랩튼의 <461 Ocean Boulevard>를 통해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는, 지역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기타세션을 시작으로 컬투의 전신인 컬트삼총사의 음반 및 공연 세션, SBS '웃찾사'의 하우스밴드 기타 세션 등의 활동을 하였고, Acoustic Core의 멤버가 되었다.
-최영두 - Backing Vocal, Guitar_Acoustic Core의 막내로서, 다른 두 멤버들보다 8살이나 어리지만 창작무용, 독립영화 등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리오의 한 꼭지점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