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삶의 지혜 ...
우각로신보 5월호는 이런저런 일들로 혼자 골머리를 앓다가 겨우겨우 말일에야 인쇄에 넘어가서 6월 초에 나오는 불상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렇게 늦어지다보니 실수도 했고, 실수를 수습하면서 맘도 상했고, 또 누군가의 마음도 상하게 했겠습니다. 맘 상하고 그 맘을 굳혀버리느라 시간을 좀 떼어놓았고, 그랬더니 또 좀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4일만에 마무리 ... 내일이나 모레 아침이면 신문이 나옵니다. 함께 한다는 게 많이 힘이 된 6월이었습니다.
매번 모여서 논의하기에는 다들 바쁘고 힘들다는 걸 아니까 .. 그리고 같이 모여 고민하고 논의하다보면 대개는 일이 진척되지않고 느러지기만 했던 기억이 있다보니까 끙끙거리며 힘들기는 해도 혼자 하는 게 속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혼자하는 일이 그렇듯이 구멍이 숭숭, 실수투성이가 되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소리 듣게 되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수고했단 말 한 마디 듣기도 전에 듣는 비평은 객관적인 비평으로 들리지 않고, 비난으로 들리게 됩니다. 괜스레 서럽고 속상하고 ... 그러니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나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즐겁고 싶은 일이 그야말로 해야만 하는 일로 바뀌고, 의무감에 무게는 무겁고 하기는 싫어지고 ...
'사람은 불완전함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으므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해왔음에도 막상 내 삶에 들어오면 생긴것 같지 않게(ㅡ.ㅡ;) 낯가림도 있고, 어울려 살아감에 대한 지혜가 부족한 이유로 '손 내밀기'를 잘 못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부족'하며 살자면서도 완벽할 수 없는 완벽주의(?) 성격탓에 저 역시 손 내미는 지혜가 부족했습니다.
5월의 이런저런 실수들 속에서 냉정하게 역할나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저 한 달에 한 번 글만이라도 제때 써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을 수정하고 가능한 한 편집과정과 기획과정에도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더니 옆에서 안타까와만 하던 이들이 득달같이 달려와주었습니다.
다들 바쁘고 제 할일이 있다는 걸 알다보니 도움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고, 도움을 청해도 시간이 없어서 거절해야 하는 경우 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이유야 어쨋건 도움을 요청할 때 돈으로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았고, 그것이 속편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돈이 별로없는 저로서는 도와줄 수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그래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돈은 없지만 재능이 많은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나누며 살아왔던 거 같은데 어느틈엔가 그들, 또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돈으로 모든 가치를 치환하는 자본주의 사회다보니 생각과는 다르게 '돈을 벌어야 하는' 그런 처지가 되어버렸고, 많은 돈을 원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필요한 돈을 지급하는 게 서서히 이제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예전의 공동체 처럼요 ...
돈을 기부할 수 없는 대신 그보다 '노동(시간과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느껴졌고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그런 내용을 비췄지만 각자의 구조가 있다보니 그도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쉬운일이 아니어서 어려워하는 듯 하더군요. 대단한 재능을 나누는 경우도 많지만 누구나 가진 다양한 재능을 자료로 정리하고, 필요한 일에 적절히 배치하고 조직한다면 경제적으로 는 세계경제 침체와 함께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더 풍요로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능나눔 관련 캠페인을 하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개개인들이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재능이 있어도 '이게 재능인가?' 스스로의 능력을 존중받은 적이 별로 업다보니 재능으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 않은 일, 또는 잊혀진 방식을 회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하튼 저야 돈을 벌어본 적이 거의 없지만 이제는 다른 분들도 '돈으로 떼우는 일'이 점점 쉽지 않아진 듯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담도 많이 도고, 시간은 더더욱 내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습니다. 백수가 많다지만 백수가 더 바쁜 시대의 아이러니가 이해되는 수간입니다. ^^ 돈을 안벌거나 못벌면 무조건 백수로 보는 건 가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다양한 이유로 '이미' 가진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으로 떼우다보니 각자의 아름다운 재능을 적절히 배치하고 함께하는 일이 쉽지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알려서 나눠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삶의 지혜를 많이 나눠야 할 시절입니다. 도움을 청하고 할 수 있는 도움을 나누는 일, 원래 자연스러웠던 일이 잊혀진 요즘 6월호 편집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소중히 기억됩니다. 도움을 청하는 노력-용기도 필요하고, 함께 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스스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걸 알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거 같습니다.
서로의 삶을 천천히 살피며 사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러하지 못했기에 지난 4월 친구를 잃었다는 이제는 어른이 된 제자의 안타까운 소회를 듣고나니 더더욱 드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도움을 청하는 방법, 도움을 나누는 방법부터 배우고 익혀야 하는 건 아닐지요 .. 언제나 그렇듯 저부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