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그림을 그리다
어느 그림 엽서를 봤던가? 북촌 어쩌구 하는 .. <나비날다 책방> 봄맞이 정리를 하다가 찾아낸 엽서 세트였다.
예전에 꽃길이가 샀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셨다.
골목을 정성스레 그리고, 색칠한 엽서 몇 장을 돌려가며 보다가 .. 너무 이쁘다며 저마다 맘에 드는 것을 한 장씩 나눠 가졌다.
그림에 대한 느낌을 서로 이야기하다가 다들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했고, .. 강사를 찾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한 달 여 .. 지난 후 <나비날다 책방>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그림을 배우기로 했다.
3/13일 수요일 10시. 첫 수업이 시작됐다.
강사는 별비, 첫 수강생은 강, 나비, 꽃길이다.
서로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이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대로 그리기로 했다.
꽃길이가 책무더기에 올라앉은 고양이 인형을 꺼내 놓았길래 나는 그 뒷편을 그리기로 했고
나비는 지금 자기 앞에 책상위 모습을 그리기로 했다. 그러다가 자기 노트에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들과 이야기를 연결시켰다.
강은 참 설렁설렁 빨리도 그린다.
그러고는 또 하나 .. 별비가 보여준 책 중에서 맘에 들었던 그림을 모사해봤다.
까미의 흙 묻은 발바닥이 그대로 찍혔당 ㅜ.ㅜ ... 이야기 나누다가 사진 찍어 두는 걸 까먹어서 지금 막 찍어봤숨.
그 와중에 나비날다 막내고양이 까미가 천연덕스럽게, 능청스럽게 그 커다란 몸을 털썩 자리잡는다.
다 그리고서 별비가 각자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스타일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들 ..
그러나 서로 그것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들이 나타났다.
나비는 섬세한 필치가 어여쁜데 과감하게 그려보고 싶다고 하고, 꽃길이는 모나거나 강조되는 것 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인데 그림의 기본부터 그려보고 싶다고 한다. 강은 자유롭고, 과감하고, 열정적인데 섬세한 그리기나 어떤 상황의 기억을 자유롭게 편하게 그려두고 싶은데 잘 못하겠다고 한다. 각자의 스타일에서 스스로는 단점을 이야기 하지만 남이 보기엔 멋진 장점이다. 그러나 장점이던 단점이던 항상 자신이 그리는 스타일을 넘어보고 싶은 거 같다.
...
예술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프린터를 고치러 온 분이 그랬다.
디자인을 배워서 이것저것 하다가 먹고 살기 어려워서 포기하고, 기술을 배워 AS기사가 되었다고 했다.
종종 그런 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아쉬움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듣는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조금씩 그런 재능들을 발휘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사진을 찍고 싶다던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가 하는 공통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그러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그 정보를 가진 기관에서 찾아 그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지원하고, 미처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있다고 들었다.
...
좀 나아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