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듣고 보고 읽은 것에 대해

지슬, 너무 아름다워서 더 아프고, 슬픈 영화.

바다에 내리는 비 2013. 4. 23. 11:54

 지슬 

  영화가 끝나고 다리가 풀려버려 주저앉았던 기억이 난다.

  가슴을 좀 쳐줘야 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는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나는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고, 고통스럽도록 아팠다.

  다시 떠올리는 지금도 그렇게 .. 아프다.

 

  단단한 호흡이 필요한 영화였다.

  고통스러운 영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 사람들이 구덩이에 몰아앉아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다.

  <제주 4.3>을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피하고 싶었는데 볼 수 있었다.

 

 

 

  하늘, 구름 위 풍경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언제나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은 그만큼의 고통을 예견한다.

  제사의 절차를 빌어쓴 구성은 이것이 4.3에 대한 제례임을 짐작케 한다.

  사신(辭神 : 두 번 절하고, 향로에 축문을 사르는 행위)을 통해 마무리 하는데 그 호흡이 좀 짧아서 ... 상처을 충분히 위로할 수 없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마무리가  고맙기도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고 아직도 아프다. 처음엔 너무 서둘러 마무리 된 느낌이어서 영화구성상의 문제였을까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주 사람들의 상처를 각인받은 느낌이다. 저 깊은 가슴 속의 상처 ...

 

  22살때였나 엄마 대신 식당일을 하다가 칼로 손가락 끝 살을 다 베어 허연 뼈와 뚝뚝 흐르던 피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손끝, 생살을 베에버린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제주를, 4.3을 생각하면 이제 그런 느낌이 든다. 어떤 단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 조금은 그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한다.

  이것까지 계산했다면 .. 오열 감독, 참 어마어마한 감독인 듯 .. 

 

 "  한반도 남쪽 끝, 제주섬에 북에서 넘어온 공산당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명분이고, 결국 제주를 일본의 오키나와처럼 자신들의 병참기지로 만들고 싶었던 전략이었다 싶다.

    영화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미군, .. 자막으로 이 모든 행위의 원흉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한다.

 

    평화로운 마을길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깊고 어두운 굴 속이 그렇게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 낯설은 언어속에 투박한 정와 깊은 가슴이 느껴졌다.

   

   이 땅에 전쟁의 위협이 날로날로 이어지는 지금 .. 이 영화는 .."

 

  이렇게 들었던 생각들, 영화분석을 끼워넣기 어려울 정도로  이 영화는 .. 이 영화는 ... 아직 내 가슴에서 허연 뼈를 보이고 피흘리고 있다.

  제주의 씻김굿은 아직 .. 다 ..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