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세계는 왜 이우환의 예술에 열광하는가.
학고재가 번역 출간한 '이우환-타자와의 만남'은 세계 정상급 미술가 반열에 오른 이우환(1936∼) 작품의 힘을 현대미술의 국제적 맥락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우환은 일본 현대미술에 큰 영양을 미친 모노하(物派:가공되지 않은 자연적 물질이나 물체를 그 자체로 사용한 작가들)를 주도했고,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 단색화 열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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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사상으로 서양의 미니멀리즘을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백남준, 구사마 야요이와 함께 아시아 대표작가 3인으로 선정될 정도로 현대미술사에 뚜렷한 괘적을 남겼다. 독일 미술사가인 저자 발라베는 서양 예술을 통해 단련된 유럽저술가의 관점에서 이우환 예술의 의미를 정신사적 문화사적 맥락에서 짚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관계항' 연작에서 1990년대 이후 '조응' 연작까지 이우환의 40개 작품활동을 다섯 개 장으로 나누고, 동 시대 서구 작가들의 조형언어와 비교하면서 이우환이 지닌 미술사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우환의 작품이 지니는 사상적 측면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레비나스의 타자이론, 데리다의 해체이론, 그리고 일본의 선사상을 동원해 설명한다.
이우환은 서울대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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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도쿄를 오가면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는 '사물' '장소' '만남' '비움' '타자' 등의 핵심 개념을 조각과 회화 작업 뿐만 아니라 '여백의 예술' '만남을 찾아서' 등의 저서로 변주해온 탁월한 예술이론가이기도 하다.
질케 폰 베르스보르트-발라베 지음/이수영 옮김. 도서출판 학고재 펴냄, 2만원.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 이우환_From Point_3pcs_Pigment suspended in glue on canvas_162.1x291cm_1977
"이우환의 작품이 외국 미술시장에서 한국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깼다.
미술품경매사 서울옥션에 따르면, 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제10회 홍콩경매에서 추정가 20억원에 나온 이우환의 1977년 작 '점으로부터'가 21억3000만원(수수료 제외)에 낙찰됐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24억2100여만원에 이른다.
'점으로부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질서정연하게 찍어 나가는 점을 통해 작가의 철학적 사고를 표현한 작품이다.
세로 162.1·가로 291㎝ 크기의 3점 세트다."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오늘 이슈가 되었는데요~
저는 그것보다 이 기사의 댓글들이...훨~~~~씬 더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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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적가치 와 역사적(미술사적,고고학적)가치의 구분
많은 사람들이 -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적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에요.
뭐 이우환씨의 작품이 미적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만
이우환 씨의 그림의 가치- 역사적, 혹은 미술사적 가치가
그만큼(24억쯤) 된다고 이해하시는것이 더 빠를것 같아요.
미적가치와 역사적(미술사적)가치는 분명 다른거에요.
이를테면 말이죠
현대미술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의 변기가 아름다워서, 미적가치가 탁월해서 그는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되었나요?
(뭐 현대미술의 할아버지를 세잔이라고 칩시다.)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고 없던 가치를 만들면서 그는 역사적인 예술가가 된거죠.
변기통? 우리집에도 있는데?
그거 내다팔면 돈되나?
돈안돼구요~~걍 잘 닦아서 깨끗하게 볼일볼 때 쓰셔요 ㅋㅋ
아티스트 남준 팩의 티비쌓아놓은 것을 보면서 '간지난다'라고 느낀적은 없습니다.
다만 누구도 그렇게 실험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영상예술 역사의 The First 가 된것이죠.
그의 가치는 그것에 있는 것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앞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대서 가까이서 보기도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그 모나리자를 보면서 그 미적 아름다움에 감탄하러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은 '어 나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봤어!!' 그 자체를 자랑으로 삼습니다.
마치 세계적인 연예인이나 셀레브를 목격한 그 감동말이죠~
미적가치로 따진다면야 루브르의 모나리자 보다
연예인 김태희가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죠 ㅎㅎ
아닌가요? 나만 그런가??ㅋㅋ
아니 여러분들의 여자친구분이 더 미적가치가 훌륭할 수 있습니다.
루브르 미술관은 미술관이지만 또한 '박물관'입니다.
모나리자가 유명하게 된 것은(미적가치 만큼이나) 그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때문입니다.
그 것을 착각하시면 곤란하죠.
그런데..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모나리자를 완벽하게 복제해낼 수 있다고 한들
그건 정말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지금에와서는 전혀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도 발가락에 연필 꽃아 그리면 저렇게 그리는데? 나도 점 저렇게 찍을 수 있는데..라는 식의 생각은 정말 알지못해서 생기는 헤프닝인거에요. 그리고 그 작품값을 단순히 실물경제의 소비재가격으로 환산해서 비교하면서 작품의 가치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단순한 헤프닝이라 생각하기에...리플들의 수준은 정말... 그래서 중학교를 잘나오셔야 합니다ㅋ 무튼..이우환님의 24억 짜리 작품보다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2. 무비판적 교육의 주입
대학가면 필독서로 읽게되는 교양서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젠슨부부의 서양미술사.
그 책들 또한 미술史, 미술의 역사책인거에요.
역사적으로 가치있는(가치있게 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거죠.
즉 거기나온 작가들의 작품들이 모두 다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데.
이미 미술사의 권위를 등에업다 보니
그것들을 아름답다 생각하지(강요받지)않으면
마치 자신이 교양없고 무식한 티를 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거에요.
(이것이 가장 무서운 함정입니다.)
예전에
국내에 피카소와 모네의 전시가 있었는데(시립미술관에서)
제가 보기엔 거의 작업실에 나뒹굴던 습작들, 작가의 B급도 안되는 C급 작품들이 반입이 되서 전시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마치 그속에서 억지로 감탄할 것들을 끄집어내어
뭔가 마치 대단한 작품들인양 억지 감탄을 하려 노력하더군요.
거의.. 자기기만 수준입니다.
그것도 아마 미술사책에 언급된 이름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훌륭하다!
라고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잘못된 교육의 문제점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미적가치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네가 위대한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훌륭한건 아니란 뜻이에요.
모네의 작품 중에서도 미적가치가 쓰레기급 되는 작품도 있다는 거죠.
피카소의 드로잉이 몇억하는 것은 그게 몇억하는 만큼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피카소의 역사적가치, 시장가치가 그만큼 되는것 뿐인 경우가 더 많을거에요.
그리고 '서양'미술사 이기 때문에 역시 백인남성들의 중심에서 쓰여진 반쪽짜리..아니
반의 반쪽짜리 미술역사 교과서 가운데 하나라고 보심 됩니다.
그러므로 그 책들을 '신봉'해서는 안되는거죠.
그리고 나는 세잔을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나는 세잔의 그림이 그다지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면
그것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거에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미술사도 역사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전혀 다른 미술사도 쓰여질 수 있죠.
서양미술사를 비판하고 문제점을 꼬집은 서적들도 상당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작품은 있을 수 없어요.
그리고 검증된 작품들을 비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비판이 아니라 '싸잡아 비난'은 정말..아니라는 거죠.
네이버 리플들의 수준은..정말 참담합니다.
3. 미술품의 가치
있는자의 돈놀음? 제태크를 위한 수단?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주식이 오르기 전에 사놨다가 오를때 판다고 생각하면 쉬울까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24억을 주고 산 사람은 그 작품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에요.
그렇게 시장은 움직이게 되어었어요.
우리나라의 고려청자와 조선의 백자가
500억에 낙찰되었다 칩시다.
그것을 단순히 미적가치만을 보고 구입하는 극도의 탐미주의자는 거의 없을거에요.
나중에 되팔기도 하겠죠. 그 청자 백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가치가 상승할테니까요.
우리의 미술품의 역사적 가치가 그만큼 된다는데 오히려 자부심을 가질 일입니다.
epl축구 좋아하시나요?
러시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삼성이 유니폼을 후원하는 첼시FC의 구단주에요.
스페인 국대 축구선수인 '토레스'를 900억을 주고 데려왔습니다.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그 토레스 선수가 포텐을 터트리지 못하고 하향세입니다만
그렇다고 누가 로만 구단주를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요?
로만은 토레스선수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 돈을 주고 데려온것 뿐이에요.
로만에게 900억은 껌값보다 조금 비싼 돈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을 우리가 '말도안된다' '거품이다' '그 돈으로 빌딩을 사네 마네' 이런사고로
로만을 비난할 필요가 있을까요?
문제는
정말 값어치가 없는 작품들이 언론플레이와 시장의 검은 손들을 통해
없는 아우라를 주입하고 포장하여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겠죠.
특히나 현대미술의 경우에요.
그리고 재벌들의 탈세와 돈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어 질 때겠죠.
그것들을 판별하는 눈을 기르기위해서도 미술교육은 제대로 이루어 져야 합니다.
4. 미술교육의 부재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동안
미술시간은 몇시간 정도 수업을 받으셨나요.
그리고 그 수업시간에...질 높은 교육을 받긴 받으신건가요.
아마 아닐겁니다.
미술시간에 영어 수학 참고서 펼쳐놓고 공부한 경우가 더 많을것 같아요.
아닌가요? 저희때는 그랬습니다.
학교에서 어디 미술이라는 과목이 존재감이 있었던가요?
수능에 과목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미술, 음악이 어디 과목 취급이나 받았나요.
그리고 그 과목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떤 대우를 받으셨을까요..
오늘 보고 분노했던 네이버 리플들도 결국 그들의 잘못, 혹은 그들의 교양수준을 탓하기전에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눈을 가르쳐 준 적이 없는 이 교육환경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술'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자체가 너무 없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삶속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예술이..배부른 자의 취미생활(따위)로 여겨지는
그저 눈가리고 아옹하며 사기나 치고 허세나 부리는
차라리 평생 초코칩 자바 프라푸치노를 평생 먹는것이 나은 정도의
가치로 여겨지는것이..너무..슬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초코칩 자바 프라푸치노많이 드시지 마세요..뱃살에 손잡이 생깁니다ㅋㅋㅋ)
물질만능주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뒷모습이겠죠.
리플들을 보면서 느낀 깊은 절망은 그런거였어요.
세상엔 돈으로 환산하거나 교환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습니다.
프랑스가,루브르를, 그리고 모나리자를, 돈으로 교환을 할까요?
억만금을 주더라도 팔지않을 것이에요.
왜일까요?
그것은 돈으로 교환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꼭 모나리자에 비유치 않더라도
돈으로 살 수없는,값을 매길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 가치들 속에 예술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거에요.
디자인 서울..ㅎㅎ
간판정리한다고 문화강국이 될 수는 없습니다.
백년대계라는 우리의 교육은. 언제쯤 그 질과 깊이를 얻을 수 있을까요.
ps
이우환 님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군요~!!
(많은 덧글과 공감!! 들을 보니 말예요 ㅎㅎ)
이우환 화백이 10여년 전에 출간하신 수필집이 있습니다.
예전엔 '디자인 하우스'라는 곳에서 출판했었는데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지만
이우환 화백의 작품세계나 사상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겐
조금이나마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것 같으네요~
"선생은 늘, 산다는 것은 일을 하는 것이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슴하시곤 했다. 어느 날 밤, 술자리에서 내게 곰곰이 말씀하신 것도,
생각이나 일을 못하게 되면 나는 적어도 내 쪽에서
산다는 짓거리 따윈 그만두고 싶다, 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머리나 행동이 없는 식물인간인 양 부질없는 목숨의 연명에 급급한,
수많은 세상의 속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 이우환 '시간의 여울'(p127) 가운데서_
[출처] 이우환의 24억 그림보다 더 충격적인 리플들|작성자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