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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27일 Facebook 이야기
바다에 내리는 비
2013. 12. 2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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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그랫으리라...
나도 보고 싶네...어제 혜화동 일번지에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다큐멘터리 연극, <구일만 햄릿>을 봤다.
지난 5년간 배워온 연극에 대해 내가 안다고 생각해온 것들이 0도로 돌아갔다. 관극 경험 중 처음으로 무대의 모든 소리가 잘 들렸다.
울분에 찬 햄릿이었다.
드라마를 시의적으로 드러내는 활용이 여지껏 내가 이 땅에서 본 모든 셰익스피어 중 가장 뛰어났다. 배우들 때문이다. 이들이 몸담았던 기업 콜트·콜텍은 2007년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했다. 그리고 외국으로 공장을 옮겨 자사 브랜드 기타는 물론 펜더, 깁슨, 아이바니즈 등 유명 외국 기타 회사들의 하청을 받았다. 대법원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업체는 판결에 불복했다. 그래서 해고노동자들은 부조리한 현실과의 7년간의 투쟁 안에서 만들어진 어떤 진실을 연극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구일만 햄릿'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공연과의 교차편집을 통해 연습 과정 자체를 영리하게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들이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무대위의 삶을 보았다. 햄릿이라는 텍스트를 통해 은유하는 울분의 기저에는 이들의 진실이 서려있었다.
연극을 통해 진실과 만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었다. 나와 동료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기술을 통해 (언젠가는)그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약없는 환상을 품었었다. 나는 보기 좋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어떤 기술이나 도구를 이용해서가 아닌, 이 초보 배우들이 스스로, 우스우리만치 쉽게 어떤 순간을 만드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배우들은 그들의 자아와 정념, 신념에 온전히 일치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더이상 믿을 수 있는 진실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심 따윈 필요하지 않다. 대신 뜨거운 박수가 남는다. 울분을 대신하는 눈물 또한.
오늘이 막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