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3년 12월31일 Facebook 이야기
바다에 내리는 비
2013. 12. 31. 23:59
-
안놀아진다.
일이라고 느껴지자,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느껴지자 싫어졌다.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들이 많아 바쁜데 억지로 끼워넣은 ㅡ 사실 잘 놀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약속한 ㅡ 일이 도대체 진행되지 않아 답답하다.
내가 동의해서 하기로 했고 그에 대한 책임감이 분명 있는데.. 집히지 않는다.
심지어 하기 싫다. 그래도 오늘은 꼭 시작해 두어야 한다.
나에게 창영동 배다리의 일상은
나른함이 있는, 게을러도 되는 즐거움이다.
부평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느긋하게 출근하고 ... 시간이 많아 마을 곳곳을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창가에 앉아 햇볕을 누리거나 나비네, 헌책방들에, 동인천에 다니고, 맨날찍는 텃밭과 철로변길의 사소한 변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 놀다가 원하는 시간에 퇴근한다.
잉여라 불리우는 시간... 그러나 그것이 무언가 하고 싶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누군가와 느긋하게 차를 마시거나 노닥거리는 걸 가능하게 한다.
성실과 근면을 신앙처럼 받드는 사회에서 길러진 나 역시...며칠 노닥거리면 불안했던 사람이다. 사실 할 일은 차고 넘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계획처럼 되지 않는 일들 때문에 삶은 살아진다. 그래서 오늘 또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뭔가 하기 싫은 겨울 날들이다. 아니면 다른걸 하고 싶어서 이걸 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마지막 날... 길고 긴 날ㅡ364일ㅡ을 또 한번 살아냈다, 우리... 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
→ 강영희 새해복많이받으세요~2일날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