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내리는 비 2014. 5. 15. 17:30

세월호 1
-강

짙은 안개 때문에 다른 배들은 뜨지 못하지만
이 배는 덩치가 커서 갈수 있나보다.
컨테이너도 차도 사람도 참 많기도 하네.

넘실넘실 검은 빛 바다로 배가 미끄러져 나간다.
짭쪼름 비릿한 바다냄새 .. 시끌벅적 하지만 살짝 설레기도 한다.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유일한 배,
언젠가 한 번은 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리라 했는데 ..
이 배와 함께 서해에서 넘실넘실 춤추다보면 
우린 어느새 노오란 유채바다에서 춤추리라.
곧 결혼한다는 어여쁜 부부도 있고
61세 친구들끼리 회갑잔치대신 여행을 떠난다는 젊은 할머니들이 호쾌하다
게다가 신혼여행으로나 떠났을 제주도를 18살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간다니
참 좋은 시절이다~ 

이 아침, 바다위에서의 일출을 봐야지
허허헛 .. 서쪽바다네. 해가 지는 서쪽 ..
싸늘한 습기가 서린 바다 위에서 해는 없어도 아침 바다를 봐야지 ..
어, 춥다 .. 들어갈까? 말까?

쿵! 허허헉 ......... 뭐지?

배가 기운다.

자리에 그대로 있으란 안내방송. 

배다 더 기운다.

그런데 물이 차올라 가만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방송이 없다.


_이 시는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오후 2시정 작성된 뉴스를 참고로 하고 부평시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참고로 하여 가을에 어머니와 그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려했던 마음을 더하여 써 보았습니다. 배안에 사람들의 절박함을 어떻게도 담을 수 없어 우리가 들은 몇 조각의 단어로 대신합니다.  학생뿐 아니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 음식하고 청소하는 노동자들도 있었겠고 ..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세월호에 타고 있는 거지요? 어떻게 탈출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