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기한 지점에서 누군가는 시작한다.
내가 포기한 지점에서 누군가는 시작한다.
22살에 군대가기 전에 수도공사를 따라다녔다.
6개월정도 따라다닌거 같다.
도로나, 아스팔트 중간쯤 땅속으로 수도본관이 지나가는데 우리는 땅을파서 본관에서 수도물을 따내는 일을했다. . ...
새로지은 건물에 수도물을 연결해주는 공사인데 준공에 꼭 필요한 공사라 건물주로부터 대우가 좋았다. (담배를 잘 사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싶었는데 기사아저씨를 빼면 50대 아저씨랑 딸랑 둘이다.
그렇게 6개월동안 아스팔트를 자르고, 오함마로 콩크리트를 깨고, 지겹도록 땅을 팠다.
경기도 땅은 흙이 좋다. 서울땅은 대부분 건축쓰레기가 땅속에 있어서 땅파기가 아주 고약하다.
우리는 참으로 짜장면을 먹었는데 삽질이 얼마나 사람을 배고프게 만드는지 땅을 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다.
어떤 땅은 정말이지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쪽저쪽 다 돌이고 삽이 튕겨져 나온다.
꼬챙이도 들이가지 않고, 땅을 파는게 아니라 땅을 떼어내야되는 땅 그렇게 질긴 땅이있다.
한사람이 삽질을 하다가 지쳐서 나오는게 아니라 머리에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겁이나서 다음삽을 어디로 찔러야될지 마음이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그러면 아저씨가 그 좁은 공간으로 들어온다.
내가 포기한지점, 삽을 어디로 찔러야될지 모르겠는 지점에서 아저씨는 다시 시작한다. 담배를 한대 피면서 내가 포기한 지점을 본다.
아저씨는 아저씨 고집대로 또 땅을판다. 그러면서 또 성과도 없이 튕겨져나오는 삽질을 한다.
힘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떨어진다.
이런 땅은 정말 화가난다. 힘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땅팔마음을 떨어뜨리는 땅은 정말 화딱지난다.
우리가 파낸 흙더미 위에서 자연스럽게 짜장면을 올려놓고 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우리 짜장면을 보고, 우리가 파다만 땅을 구경한다. 그렇지만 아저씨와 나만 알고있는 이 징그러운 땅에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흥분한 날 아저씨가 말리지만 오함마로 때리고 꼬챙이로 찔러대고, 삽으로 찍는다. 내가, 내마음이 포기한 지점을 찍고, 또 찍는다.
주전자만한 돌맹이가 빠져나오면서 삽이 들어가는 흙이보인다.
그때의 기쁨은 정말 아무나모른다.
그리고 저 깊은 곳에서 삽에 부딪치는 쇠덩어리 소리가 들리면 다 판거다. 밖으로 내가 나오면 아저씨가 담배를 물고 들어간다.
깔깔이를 찾고, 샌들을 채워서 수도본관에 구멍을 뚫는다.
좁은 흙속에서 작업을 마친 아저씨 손은 항상 상처투성이다.
일을 마치면서 밖으로나온 아저씨는 꼭 싸구려 자기담배를 권한다. 친구에게, 전우에게 권하듯이.
독하다. 다섯번빨면 없어지는 싸구려담배지만 받아피운다.
우리는 서로 포기한 지점에서 서로를 위해 싸워준거다.
상처투성이 손에 흉하게 탄 얼굴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자식들도 부끄러워하는 노가다 인생이다.
강하고 또 강하다. 굵은 근육과 오기가 있다.
흙처럼, 아스팔트처럼 살아간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노가다아저씨들은 모두 이 힘든 노동에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수시로 한계를 만난다.
마음이 막힐때가 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운다.
마음이 포기하는 지점에서 담배를 문다.
이렇게 번돈으로 집에가서 싸운다.
이걸로 어떻게 애들 공부시키냐고.
그러면 또 담배를 문다. 마음이 답답해서 담배를 문다.
더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렇게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섬세하고 예민하며, 쉽게 웃고, 노래부르는걸 좋아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얼마나 사소한것에 서운해하고, 쉽게 우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얼마나 놀고 싶어하는지 쉬고 싶어하는지.
함께 읽어봐야할꺼 같아서 .. 박명균 님의 글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