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가의 공공성도 ‘힘들 때 기댈 사람 있다’ 응답 비율도 OECD 꼴찌
![[70창간기획-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각자도생’ 대한민국](http://img.khan.co.kr/news/2016/11/02/l_2016110301000327300026941.jpg)
“한국 사회 생존원리는 각자도생이다.”(장덕진 서울대 교수), “한국인들이 유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없다 보니 각자도생만 생각하게 된다.”(박찬승 한양대 교수)
여러 지식인들이 민주공화국을 내건 한국 사회의 위기를 표현하는 말로 ‘제각기 살 길을 도모한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꼽았다. 각자도생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 상실과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 대표적 사례는 세월호 참사다. 300명이 넘게 죽은 참사를 두고 사고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지겹다’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다. 한 여행객은 심장 발작으로 기절한 택시기사를 버려둔 채 골프여행길을 재촉했다.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나라에서, 보수세력이 정부수립 70년 중 60년을 집권한 나라에서 각자도생이 만연하고 공동체 유지라는 보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민주공화국의 척박하고 형해화된 현실은 구체적 수치로도 나온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14년 발표한 ‘이중위험사회의 재난과 공공성’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공공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에서 꼴찌다.
보고서는 공공성을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로 나눠 살폈다. 공화주의는 공익성(사회·교육·의료 지출 현황과 시민의 공익활동)과 공정성(임금격차와 성별 고용률,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 민주주의는 공민성(선거절차와 투표율, 법치)과 공개성(언론자유, 정보접근성)으로 구분해 점수를 매겼다. OECD와 유엔, 각국 통계청 자료로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칠레를 제외한 3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화주의(공익성·공정성) 지표가 33위로 꼴찌다. 민주주의 지표에선 공민성 31위, 공개성 29위로 최하위권이다. 4개 항목을 합산한 공공성 지표 평가도 맨 끝에 위치해 있다.
‘국가별 가치관 특성’ 분석에서도 한국은 강한 물질주의 성향과 차이에 대한 낮은 관용도를 보였다. 통상 교육수준이 높거나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탈물질주의 성향과 사회적 관용도가 상승하는 대다수 ‘선진국’들과 반대다. 한국은 고소득·고등교육 수혜 계층에서 물질주의 추구가 더 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OECD 사회통합지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각자도생의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2015년 OECD 사회통합지표 중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망) 부문에서 10점에 0.2점을 받았다.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거나 기댈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72.4%로, 조사대상 36개국(OECD 회원국 + 브라질·러시아) 중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은 8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