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일상속에서, 내 안에서
산다는게 좀 치사한 날들에...
바다에 내리는 비
2016. 11. 16. 17:16
내 곱고 아름다운 어머니께
효도한 건 마땅히 없어서
치사하게 나 오늘도 살아있다.
내 어여쁜 조카들에
물려줄 건 마땅히 없어서
그들에게 물려줄 조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다.
회색빛 11월은 원래 좀 흐린데
2016년 이 계절은 너무 부끄럽다.
쓰린 속을 달래며 1리터 짜리 싸구려 와인을 마구 쏟아 넣는다.
사는 게 치사한 날들을 버티는 방법이
겨우 이거다.
겨우살이 걱정을 해야하건만
이 부끄러운 계절을 어찌해야할 지 ..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란다.
돈을 가진 게 부끄러운 나라이기를 바란다.
배고픈게 자랑이기를 바란다.
이미 돈을 갖느라 저 윗대가리들은 추접하고 더럽고 역겹고 허접하다.
불쌍한 아귀들 같으니 .. 그걸 권력이랍시고 휘두른다.
휘두르는 헛칼질에
어여쁘고 아름다운 이들이
숨을 놓치고
숨을 잘리고
숨을 버린다.
산다는 게 좀 치사한 날들에
나, 내 어머니와 내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핑게로
살아있다.
어차피 죽을꺼 .. 이 귀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게 뭘까?
어리석은 나는 속만 상하다.
부끄러운 나는 속만 아프다.
그렇게 하루 또 살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