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좋은 마을이 하나 있다-2009년 7월 25일
인천에 좋은 마을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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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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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카페 이름은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이었다. 까페는 공영주차장 옆 확 트인 공간에 있었다.
카페 옆에는 지역교육터전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과 창작공방 '다행'이 나란히 있었다. 반지하에서 활동하는 결, 정석, 강 샘을 만났다. 카페에서 점심밥상을 같이 나누었다. 반지하에서 참치김치찌개를 손수 준비해 주었다. 우리도 준비해 간 유부초밥과 감자볶음을 꺼냈다.
10명 정도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안은 아늑했다. 결, 정석, 강 샘은 주로 여기에 지내면서 이웃들을 만나고, 마을꾸미기 활동을 하고,
교육활동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상주하는 활동가는 더 있는데, 드라마고와 지경이 그들이다. 자원활동가들도 있다고 한다.)
반지하에서 직접 마을카페 공사를 했다.
2008년에 마을꾸미기 활동을 하면서 남은 자재를 썼다고 한다. 직접 공간을 만든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직접 만든 나무 탁자와 의자, 창호지 창문을 열면 TV 모니터가 나오게끔 한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카페 앞에는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생활정보게시판과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카페 안에 주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마을엽서를 붙여놓았다.
괜히 '마을'카페가 아니었다. 마을주민들과 소통하고, 마을풍경을 담아놓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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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는 2001년 지역민들의 삶의 기반인 집을 기록하는
작업과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퍼포먼스 공연을 하면서 결성되었다.
지역민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역문화 기획 및 전시,
청소년 대안교육 활동을 해 왔다.
재개발 물살에 몸살을 앓는 지역인 인천 동구에 터를
잡아가며 재개발의 문제점을 알려갔다.
2003~2004년에는 송림동에서, 2005년에는 인천 동구 배다리에 있는 아벨서점의 아벨전시장에서,
2006년에는 도원역 앞에 자리잡아 활동을 이어갔다. 배다리 산업도로 건설반대 주민대책위원회에 동참하면서 지금 있는 창영동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마을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터를 닦으면서 2007년 '우각로 프로젝트'와 2008년 문화관광부가 지원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마을꾸미기 활동을 펼쳐가기 시작했다.
삶의 정주, 함께 살게 하는 마을
적기에 창영동 마을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하에서 그동안 활동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 샘의 인솔 하에 마을 구경을 했다. 반지하는 먼저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해갔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활상을 알아갔다. 집수리를 하고, 청소도 하면서 주민들과 친해졌다. 지역 청소년들과 텃밭도 일구었다. 그러고 나서야 마을꾸미기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 사정을 모른 채 '잘 꾸며놓으면 된다'는 식이거나 예술적 능력만 뽐내는 활동을 경계했다.
집 벽에 예쁜 색깔로 페인트칠을 하거나 집수리를 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삶이 담긴 벽화를 그리는 활동도 했다.
마을을 돌아보면서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 좋았다.
제도권에서 하는 재개발과 다른 재개발을 이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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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구경에 이어 반지하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삶의 정주, 함께 살게 하는 마을'을 감상했다. 2008년에 활동했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마을을 둘러보고 영상을 보니 더 실감있게 다가왔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하나, 서로 살게 하는 정주의 힘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일상은 조금은 이상하다.
남들은 다 돈 벌러 간 낮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이야기를 나누거나, 동네 어르신들의 부탁을 받고 갖가지 호출활동을 나가기도 하고, 우리 땅도 아닌 공사장에 서투른 농사를 짓는다.
생계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하며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생애는 싫다.
가난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함께 나누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 곳에는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이 있다."
둘, 골목길에 뿌려진 씨앗이야기. "텃밭과 재활용, 어르신들의 삶을 주제로 마을공동체 미술활동을 한다.
일로써만 어르신들을 만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의 과정으로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의 환경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가꾸기 위해 대가 없는 노동을 지속한다.
이러한 가꿈이 함께 살아가는 시간들을 의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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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마을카페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이야기. "재개발을 기대하고 지분 쪼개기로 지어진 건물이 있었다. 이 곳은 처음에 1년이 넘도록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컨테이너에 지나지 않았다. 이 공간을 정식으로 임대하여 마을까페를 만들기로 한다. 마을에 살고자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 정보,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원에 관한 정보, 스스로 가꾸며 살아가기 위한 농사며 재활용 등의 다양한 생활지원정보를 나눌 공간이 필요해서다."
넷, 할머니들의 삶과 우리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 "마을꾸미기 작업을 하면서 만났던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만화벽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러워졌다.
가난한 무당 빼빼할머니, 지붕 가득 박을 키우며 끊임없이 생계노동을 하시는 마늘할머니, 편찮으시지만 늘 화통하신 반바지할머니를 만나며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는 생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비춰본다. 한 해 동안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끝나고 떠난 이도 있지만, 마을카페에는 또 다시 사람들이 오고, 아이들은 새로이 태어나고 자라나며,
사람들은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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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낯설게 만드는 현실을 넘어서기
마을은 정감 있고 익숙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낯설기만 하다. 한 지역에 오래 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개발, 강남북균형발전의 미명 하에 재개발을 하면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주한다. 중산층이나 집이 몇 채 있는 사람들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새 집으로 이주한다.
아파트가 들어선 곳에 새로운 사람들이 온다 해도 수직적인 집의 구조상 마을공동체를 이루기 쉽지 않다. 집은 있지만 마을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아파트에 무지개마을, 아름다운마을이라고 써 놓아도 그건 그냥 좋은 말을 갖다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을공동체를 잃어버리고 고립된 섬으로 살게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반년 동안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용산 참사 유가족의 모습이 우리 모습이다.
창영동 마을에서 반지하와 주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고자 한다. 함께 살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 반하여 함께 살게 하는 마을을 구성해가고 있다. 반지하는 재개발 바람이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을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다.
드라마고 반지하 대표는 인천신문 인터뷰에서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원천 봉쇄된 지금의 개발 방식은 주민들의 삶을 더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골목이 없어지고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공간도 사라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문화재단을 만들 계획이다. 힘들겠지만 주민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도시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전망을 그렸다.
반지하를 만난 인수동 마을 사람들도 같은 길을 걷고자 한다. 절망스런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희망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한다. 스스로 가난함을 인정하고 가난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함께 나누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그것을 토대로 마을공동체를 이뤄간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마을에서부터 만들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