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코로나19, 순례자의 길을 막다

바다에 내리는 비 2021. 5. 27. 11:26

오십이라는 나이가 어떤 의미인지 정해져 있던 시대가 지났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을 뿐이다. 

마흔이 불혹이랬다. 미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 개뿔 ..

다만 어떤 한 생의 사이클을 다 살아낸 느낌이었다. 그만 살아도 될꺼 같은 나이었다.  

 

물론 그건 전통적인 한 생과는 좀 다르긴 하다.

태어나져서 영유아기, 청소년기 동안 사회적응 교육받고, 직장을 갖고, 사랑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다시 그 아이들이 자식을 낳고, 숨이 붙어있으니 하릴없이 죽을 날을 기다리며 버티고, 서서히 생의 기억을 되돌리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을 본다면 말이다. 

 

아마도 이런 보통의 삶에 사이클-형태? ... 뭐라 부르던 -을 살아낸 사람들은 별로 없는 거 같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내 생각에는 그렇다. 모두 정답처럼 말하는 그 삶을 살고 죽은 이가 얼마나 될까? 

 

여튼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려고 했다. 어느 계절이든 두 달 정도 그 황량한 길에서 온전히 그간의 생을 바라보고자 했다. 익숙한 것들에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낯선 공간이 필요했다. 필요하다가 생각했다. 사진관 보증금과 약간의 저축을 털어서 가보려 했다. 인간의 욕심이 코로나를 만들었고 그 영향이 세계를 뒤덮었고, 나의 계획도 무산되었다. 

 

문득 그 시간이 올꺼란 걸 알고있다. 그 시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