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우리 삶이 바뀐다] 의회 제동에 美 돌연 연장 요구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47:52

 

 

‘타결 임박’…‘시한 연장’…‘곧 타결’…‘결렬?’….

지난달 31일 오전이면 끝나기로 돼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협상이 ‘협상시한 이틀 연장’으로 결론나기까지 상황은 시시각각 요동쳤다.

당초 외교통상부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에 의해 한·미 FTA가 처리되려면 본서명 시점(미국시간 6월29일) 90일전인 3월31일까지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FTA 체결의사를 통보해야 하지만 31일이 토요일로 휴일인 만큼 의회 통보 시한은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가 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그리고 양측 협상단은 본국에 대한 협상결과 보고 등 절차를 고려해 협상 시한 목표를 한국시간 31일 0시로 잡았다.

그런데 30일 오후 3시쯤 갑자기 협상 시한과 관련해 전혀 다른 소문이 돌았다. 내용은 “한·미 FTA 관련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취소됐으며 미국이 협상시한을 4월2일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 양측은 곧바로 이런 소문을 부인했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 청와대 김정섭 부대변인은 “협상시한은 연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협상단의 스티브 노튼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도 기자실을 찾아 “미국은 협상시한 연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 밤 12시가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고 강조했다.

30일 밤으로 접어들면서 협상은 점점 타결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오후 5시쯤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장에 나타나면서 카란 바티아 미 USTR 부대표간의 최후 담판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최대 쟁점인 농업 고위급 협상도 오후 7시부터, 또다른 대형 쟁점인 섬유 고위급 협상은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오후 9시 무렵에는 청와대에서 협상 타결을 우선 발표하고, 추후 세부 쟁점 사안에 대한 조문화 작업 형식의 협의를 해소하는 ‘선(先) 타결, 후(後) 협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미 FTA 타결’은 발표만 남은 일인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목표로 삼았던 30일 자정이 지나 날짜가 바뀌었는데도 ‘타결’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시간 양측 협상단은 구체적인 협상이 아닌 시한 연장을 논의하고 있었다. 양측은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잔여 쟁점에 대한 입장차는 어느 정도인지와 함께 추가적 협상을 다룰 경우 마지막으로 남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지를 논의했고, 미측은 미 의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미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31일 오전 7시40분쯤 브리핑을 통해 “협상시한을 48시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석기자〉

 

[FTA, 우리 삶이 바뀐다] ‘여론이 무서워…’ 팽팽한 긴장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51:02
 

 

협상시한이 48시간 연장됐지만 1일 한·미FTA 협상장 안팎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간간이 협상장을 나오는 한국측 협상단의 표정은 전날보다 더 굳어졌고, 미국측도 시종 무표정이었다. 미국측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져 당초 목표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협상 마지막날인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한·미FTA 협상장 분위기는 농업과 자동차 등 핵심 쟁점의 이견이 분명해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쇠고기 등 민감품목과 자동차, 섬유, 금융 등 핵심 쟁점을 놓고 2일 새벽까지 최후 협상을 이어갔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김본부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11시15분쯤 굳은 표정으로 협상장에 돌아와 청와대의 막판 지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오전부터 농업분과를 시작으로 실무협상이 열렸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대부분 핵심품목은 입장차가 컸다”며 “미국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어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협상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미측 대표인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 수석협상관은 오후 5시30분쯤 분과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일정상 유럽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농업 분야 협상 결과에 궁금증을 보탰다. 이어 한국측 농업 분과 대표인 민차관보도 협상장을 나와 고위급 손을 떠난 것으로 풀이됐다.

금융분과장인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정책심의관은 “우체국 보험은 비교적 낙관적이지만 ‘일시 세이프가드’는 협상 마지막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계속된 진통을 예고했다.

자동차 협상장도 냉랭한 기운이 감지됐다. 특히 막판 미국측이 미의회와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주문을 내세워 강공을 펴고 있어 긴장이 고조됐다는 전언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농업 개방에 대한 요구는 늘리면서 자동차 개방폭에는 인색하게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의 양허안과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우리측의 관세협력 방안을 놓고 신경전이 진행중인 섬유협상도 난항이긴 마찬가지였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30일에 이어 이날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전 9시반쯤 협상장을 방문한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측 협상단과 1시간 정도 의견을 나눈 뒤 오후 10시30분쯤 다시 서류뭉치를 든 채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협상장 밖에도 긴장감이 넘쳤다. 오전 11시 하얏트호텔 앞에서는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 등 의료인·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공동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중단이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병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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