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의 생태계의 기반인 습지 생태계는, 물과 공기, 무기물과 흙, 빛, 식물과 동물, 미생물 등 생물학적인 요소와 비생물학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체계이다. 연못과 습지의 생태계는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이우학교의 생태연못에서 관찰되는 문제는, 습지 생태계의 균형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우학교의 생태연못 중 시멘트를 바른 곳과 바르지 않은 곳. 전자는 시멘트를 바르면서 생물학적인 요소와 비생물학적인 요소의 상호작용을 방해했으니 당연히 문제점이 명확하고, 후자 역시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하니 복잡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내가 다니는 이우학교의 생태연못은,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이우학교의 생태연못은 과연 잘 만든 것인지 당연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아직 생태주의와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가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생태연못이 많이 조성되는 추세이다.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학교의 생태연못도 문제점이 많았기에,다른 곳의 생태연못 역시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심증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대로 조성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자연 상태의 연못과 습지에서는 당연히 존재해야 할 다양한 식생을 재현하지 못하였고, 녹조현상과 부영양화 등으로 인해서 수질 관리에 차질이 심한 사례도 잦았다. 식물을 잘못 심거나, 수심의 높낮이를 다양하게 구성하지 못하여 종 다양성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물고기나 다양한 수서곤충 같은 포식자가 거의 없어서 모기가 번성하는 곳도 많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여 연못을 메워버리거나 물을 말려버려서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생태연못에 관심이 많았다. 꼬맹이였던 내가 연못을 만들겠다며 땅을 파서 비닐을 덮은 자리에 물을 들이부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자료와 서적들을 읽으며 여러 지식과 정보를 습득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생태연못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깊은 애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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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일 때 시도했던 연못. 곧 겨울 추위가 찾아와서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더니 비닐이 찢어졌다. |
생태연못 만들기에 실패한 생태주의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 기사에 담는다.
연못이 정원의 구성 요소로서 개념이 확립된 시기는 18~19세기 무렵부터이다. 다양한 품종의 수련이 보급되고 화훼 시장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연못은 수생식물의 전시장으로 발전해갔다. 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다채로운 습지 생태계를 재현하는 것을 꾀한 생태연못(Ecological pond)이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생태연못은 야생의 습지 생태계를 시각적으로 해석한 공간이며, 안정적인 생태계 기반을 활용하여 다양한 수생식물을 심어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생태연못에서는 다양한 습지의 생명이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풍부해지는 등 잠재적인 가치가 높은 비오톱(Biotope)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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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학교의 생태연못에서 촬영한 등검은실잠자리의 산란 행동. 오늘날의 연못은 습지의 생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연못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
국내에서도 연꽃을 심고 잉어를 기르던 전통적인 형태의 연못으로부터 더 나아가 생태연못, 빗물정원, 습지원 등의 이름이 붙은, 물을 주제로 삼는 생태적인 정원들이 많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물을 다루는 정원은 간단하지 않다. 생태연못을 설계하기 전에는 호소생태계(Lake ecosystem)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조화로울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소생태계는 무엇일까? 그리고 호소는 무엇일까?
호소(lake)는 내륙에 있는 “정수역” 즉, “멈춰있는 물이 고여있는 곳”을 뜻한다.
호소생태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에 앞서, “생태계”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생태계란, “어떤 장소”에서 생물학적인 요소와 비생물학적인 요소가 상호 작용하는 복합적인 체계를 말한다. 호소생태계에서 의미하는“어떤 장소”는 바로 “호소”인 것이다. “호소에서 여러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호소생태계”라고 정의하며, 수심에 따라서 호수, 늪, 소택지, 습원, 습지림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호수
호소생태계의 초기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5m 이상의 수심이 유지되는 곳을 호수라고 한다. 호수의 형성 이유는 다양하다. 화산 폭발 시 발생한 분화구에 물이 고이거나, 지각의 충돌로 인해서 생긴 분지에 물이 고이거나, 하천 유역에 댐이 건설되며 물이 저장되어서 형성되는 경우 등이 있다. 수심이 깊다 보니, 물가의 수심이 얕은 구역 이외에서는 수생식물이 자생하기 어렵다.
늪
호수의 형성 이후 토사의 퇴적이 진행되면서 수심이 5m보다 더 얕아지면 늪이 된다. 수심이 얕아지게 되면 햇빛이 물속 바닥까지 비추게 되고 나사말, 붕어마름, 물수세미 등의 침수식물이 번성한다. 온대기후의 지역에 형성된 늪에서는 수심 2m 정도부터 수련, 네가래와 같은 부엽식물이 유입되고 수심 1~2m 구역에서는 부들과 흑삼릉 등이 군락을 이룬다.
소택지
늪에서 퇴적이 계속 진행되면서 수심이 1m 이하로 낮아진 단계이다. 개수면(open water)이 적게 남게 되면서 복잡한 형태를 이룬다. 부들, 줄, 사초속(Carex)에 속하는 식물과 같은 물가에서 서식하는 정수식물의 군락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변 식물이 서식한다. 수변 식물이 번성하면서 양서〮파충류나 얕은 물과 수생식물 줄기 속에 알을 낳는 잠자리목(Odonata)에 속하는 곤충 등이 안정적으로 서식한다. 소택지를 모방하여 습지원을 조성한 사례를 제법 볼 수 있다.
습원
개수면이 거의 없고 수심이 아주 얕거나 육화된 단계이다. 습초지가 함께 형성되며, 축축한 땅이 펼쳐진 습원에서는 다채롭고 다양한 호습식물이 서식한다.
습지림
습원의 육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습초지에서 습지림 즉, 숲으로 변화하는 천이(Succession)가 진행된다. 습지림은, 육지에 형성된 일반적인 숲에 비해서 천이의 속도가 느리고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낮은 경향이 있다. 습지림에서는 주로 오리나무, 낙우송, 귀룽나무, 버드나무속(Salix) 등의 나무가 자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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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03월 28일에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재된 대암산 용늪. 과거에는 늪이었으나 이미 육화가 진행되어, 소택지와 습원이 혼합된 형태로 변화하는 중이다. |
생태연못을 조성하고자 할 때는 호소생태계의 개념과 그 종류를 잘 이해하고, 어떠한 형태로 구성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설계를 해야 생태연못이 생태적인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생태적인 정원 자체로서의 정체성이 확보된다.
호소생태계와 관련된 부분은 생태연못의 큰 틀을 이루는 요소이다. 이제 생태연못 조성의 섬세한 부분을 짚어보겠다. 생태연못을 더 섬세하고 생태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식물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연못에 식물을 심을 때는 고려해야 할 정보가 많으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생태연못을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연못에 심는 식물은 주로 수생식물이다. 수생식물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수련과 연꽃, 갈대, 개구리밥, 부레옥잠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호소생태계의 환경에서는 이보다 더욱 다양한 생명들이 공생하는 구조이다.
연못의 생태계는, 물을 핵심으로 두는 다양한 환경을 치밀하게 조성할수록 풍성해진다. 주변의 저수지나 오래된 연못을 오랫동안 찬찬히 바라보자. 물속에서는 수심에 따라서 식물의 분포 차이가 확연하다. 물 바깥에서는 건조한 육상생태계의 식물이 호소생태계의 식물과 끈끈하게 연계된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 비해서 연못의 생태계를 훨씬 더 풍성하게 조성할 수 있다. 호소생태계에서 서식하는 식물과 주변 환경에서 서식하는 식물이 서로 연결되어 공존하는 습지의 체계를 이해하고, 연못 안에 재현할 줄 안다면, 더 풍성한 생태연못을 만들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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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적으로 발생한 호소생태계 기반 환경에서는 다양한 식생이 호소생태계와 육상생태계를 끈끈하게 연계시킨다. |
호소생태계에서 서식하며 물에 의존하는 식물은 선호하는 수심에 따라서 서식 장소, 뿌리가 활착한 장소,줄기의 곧고 유연한 정도 등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수생식물을 부유식물, 침수식물, 부엽식물, 정수식물, 호습식물까지, 이렇게 다섯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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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생식물은 선호하는 수심에 따라서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지게 된다. |
부유식물 Floating plant
뿌리를 땅으로 뻗지 않고 물 위에 떠서 자라는 풀이다. 이들의 잎이 수면에서 햇빛을 차단하고, 뿌리를 통해서 수중의 유기물을 흡수하여 부영양화와 녹조현상을 억제한다.
(개구리밥, 생이가래, 통발, 부레옥잠 등)
침수식물 Submerged plant
물속 바닥에 뿌리를 뻗 고 물속에 잠겨 자라는 풀이다. 식물체 대부분이 물속에 잠겨 있어서 잘 안 보이므로 관상 가치가 떨어지지만, 물속으로 많은 양의 산소를 배출하며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조류의 번식을 제한하기 때문에 수질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붕어마름, 검정말, 물수세미, 나사말 등)
부엽식물 Floating leaved plant
잎과 꽃은 물 위에 띄우고 뿌리는 물속 바닥에 뻗어 자라는 풀이다. 수심이 1~2m인 구역에서 서식하며, 대부분의 부엽식물에 해당하는 식물은 잎이 넓어서 물속에 투과되는 광량을 줄여서 녹조현상을 억제하고 무더운 여름에 주위 수온을 시원하게 유지하여 수서생물이 쉴 곳을 마련해준다. 대부분 화려한 꽃을 피워서 이들의 관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네가래, 마름, 노랑어리연꽃, 연꽃, 개연꽃, 수련 등)
정수식물 Emerged plant
물가에서 자라는 풀이다. 수심 1m 이하의 얕은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수서곤충과 조류의 휴식처 및 번식처를 제공한다. 정수식물의 서식처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수심이 깊은 물가에서는 흑삼릉, 부들 등이 자라고, 얕은 물가에서는 골풀, 고랭이속Scirpus에 속하는 식물 등이 자란다.
(골풀, 큰고랭이, 고마리, 벗풀, 흑삼릉, 부들 등)
호습식물 Water loving plant
물가에서도 자라고 물가에서 조금 먼 축축한 땅에서도 자라는 풀이다. 호습식물에 대한 개념이 해외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정수식물에 포함하기도 한다. 매우 화려한 꽃을 피우는 종이 호습식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태연못 조성 시에 중요한 소재로서 여겨진다.
(느리미고사리와 처녀고사리처럼 습한 땅을 선호하는 양치식물, 노루오줌속(Astilbe), 동의나물속(Caltha), 꽃창포속(Iris), 곰취속(Ligularia), 앵초속(Primula)에 속하는 식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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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부엽식물에 해당하는 네가래. 이우학교 인근 논에서도 많이 관찰된다. (아래) 호습식물에 해당하는 꽃창포속 식물인 부채붓꽃. 이우학교 연못 주위의 축축한 땅에서 소규모로 자생한다. |
이러한 식생 구성을 최대한 완벽히 재현하여야만,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생태연못의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우리나라의 많은 생태연못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식생 구성이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곳들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었는데, 연못 주위 물가에 바위를 일률적으로 배치하는 조성 방법이 만연했다.
아이들의 그림 속 연못은, 대부분 물가에 돌멩이와 바위를 빙 둘러놓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곳곳에 조성된 대부분의 연못도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생겼다. 생태연못도 예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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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 주위 물가에 바위를 일률적으로 배치하여 조성한 모습 |
연못 터를 파다가 나온 바위를 활용하거나, 흙이 쉽게 무너지는 곳을 보강하거나, 계곡의 모습을 연출하는 등 시각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서 연못 주위에 바위를 배치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연못과 생태연못에서는 바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위가 가져다주는 기능만을 고려하여 과다하게 많은 양의 바위와 돌을 연못 주위에 일률적으로 배치하게 되면 생태연못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바위를 연못 주위에 일률적으로 배치하면, 물과 육상 간의 연결이 단절되고 정수식물과 호습식물 간의 연속성이 깨졌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부드러우며 생태적인 식생 조성을 방해한다. 또한, 연못과 육상을 오가는 양서〮파충류와 수서곤충의 이동을 방해하는 등 생태계를 격리하게 된다. 생태적인 부분의 논외로, 바위가 생태연못 주위로 빙 둘린 모습은 매우 인위적이라서 ‘생태연못’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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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학교 생태연못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 유혈목이. 연못 주위에 바위를 일률적으로 배치하면, 연못과 육상을 오가는 생물의 이동을 방해한다. |
웬만하면 필요한 일부 구간에만 바위를 배치하고, 물과 육지 사이 경계는 식물이 자생할 수 있도록 흙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생태연못 조성 방법이다. 참고로 물 위에 드러나는 바위의 높이를 최대한 낮게 조절해주면 새가 날아와서 앉기도 하고, 양서류가 햇볕을 즐기는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으니 기왕 바위를 배치하겠다면 약간의 신경을 더 기울여보자.
생태적인 정원 조성을 다루는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그 책의 일부분이 윗부분에서 언급한 내 심정과 견해를 무척 잘 대변하여 발췌했다.
“비오톱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크고 작은 연못들이 조성되었다.
최근에는 자생하는 수생식물과 더불어 다양한 외국의 품종들이 활발하게 유통되어
습지원 조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축축한 땅’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자연의 습지는 지속적인 퇴적으로 수심이 변화해간다.
수심의 변화에 따라 습지로 유입되는 식생 또한 다양해진다.
축축한 땅Wet Land은 습지의 수위보다 살짝 높은 곳에 형성된 토양층으로
습원 단계에서 대규모로 발달한다.
이곳에는 대표적인 습지식물인 호습식물Water Loving Plants 군락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며 수변식물 군락과 더불어
다양한 수서동물의 서식처로 이용된다.
그러나 현실의 습지원은 대부분 물이 있는 연못 속과
물이 없는 연못 밖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중략)
개념도에서는 생태를 이야기하지만
물 속 공간은 자연의 습지와 달리 획일적인 서식 기반으로 단순화된다.”
김봉찬 저, <자연에서 배우는 정원> 발췌
생태연못은 여러 생명과 인간이 상생하기를 바라는, 생태주의자들의 염원과 이상이 표현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국내 생태연못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희망이 발 디딜 틈조차 부족한 듯하다.
연못의 식생 구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식생은 수질과도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연못은 고인 물이라서 언제든지 썩을 수 있다. 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부영양화가 쉽게 일어나서 수질이 악화하기 쉽다. 분수와 같은 기계의 힘을 빌려서 물속의 용존산소량을 늘리면 부영양화를 억제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고,기계라서 관리하기가 어려우며 지속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처음부터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는 생태연못을 조성하여, 연못이 자신 스스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 시작이 생태연못의 식생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것이다. 수생식물을 심을 때도 안정적인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수심을 고려하여 식물을 심는다. 물가에는 호습식물과 정수식물을 대표할 만한 식물들을, 깊은 물에는 부엽식물과 침수식물을 대표할 만한 식물들을 배치하여 심는다. 식물을 심기 전 배치를 계획할 때에, 식물이 시각적으로 부여하는 질감, 색감 등을 고려하여야 하고, 개화기를 미리 파악해 놓아서 겨울을 제외한 연중 꽃을 관상할 수 있도록 종을 구성하면 아름다운 생태연못을 장식할 수 있다. 그리고 양서〮파충류와 수서곤충의 이동, 조류나 포유류의 접근 등을 고려하여 식물을 배치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흑삼릉, 부들, 창포, 수련, 연꽃 등은 증식 속도가 다른 식물에 비해서 매우 빠르므로 연못 전체를 금방 독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물을 주제로 다루는 정원인 연못에서 물이 노출되는 부분이 줄어들어서 경관을 해칠 뿐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려서 수질 관리에 차질이 생기며 종 다양성이 낮아진다. 작은 생태연못을 계획할 때는 되도록 이들을 심지 않는다. 작은 연못에 꼭 심어보고 싶은 경우나 단기간의 전시 등을 이유로, 이들을 심겠다면 미리 화분에 심은 것을 그대로 땅에 묻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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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식 속도가 빠른 흑삼릉의 군락. 큰 연못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들을 심지 않는 것이 좋다. |
개구리밥, 생이가래, 통발, 부레옥잠 등의 부유식물이 과잉 증식하면 햇빛을 가리며, 침수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므로 수시로 제거해준다.
호습식물은 물기가 많은 땅을 매우 좋아하고,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선호하는 양지식물이다.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습지의 식생 재현을 원한다면, 연못 주위의 햇빛이 잘 들고 습기가 항상 풍부한 축축한 땅을 호습식물에게 양보해보자.
육지더라도 연못 주위는 아주 습한 땅이기 때문에 자랄 수 있는 나무의 종수가 제한적이다. 연못 주위에는 습한 땅을 선호하는 나무를 심는다.
버드나무속(Salix), 낙우송, 메타세콰이아, 물황철나무, 미루나무, 사시나무, 오리나무, 때죽나무, 다릅나무,물푸레나무, 야광나무, 칠엽수, 신나무, 귀룽나무, 쉬땅나무, 꼬리조팝나무, 산수국 등의 나무가 습한 땅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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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개쉬땅나무, (아래) 꼬리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는 이우학교 연못 주위에서도 자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