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대표적인 병: 성인병 -잘먹어서 생기는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연식이다. 그런 자연식의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사찰음식. 그 유래와 특징을 알아본다.
인간의 근원적인 사고(生, 老, 病, 死)를 통찰한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는 그 해결을 위하여 끝내, 부귀영화가 보장되는 왕자의 신분을 박차고 홀연히 출가를 단행한다. 그 후 하루에 깨한톨 보리한알(一麻 一麥)로 인욕(忍辱)하며, 6년간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극도의 고행을 감내 하신 후 어느날, 보리수 아래 금강좌에 좌정고선 단호한 결정을 내리신다. 깨달음을 얻지 않고서는 결코 이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그런데 여기서 대단히 놀라운 사건 아닌 대사건이 발생한다. 다름 아닌 이 마을에 사는 여인 수자타가 올린 그 유명한 "유미죽" 공양을 흔쾌히 받으신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수행정진에 필요한 최소의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3·7(21)일이 지난 후 동터오는 새벽녘 금성을 보시고 홀연히 무상대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사찰음식의 유래-1 불교 초기에는 모든 출가승려들은 와발, 혹은 철발을 들고 산 속의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나와 성안으로 가서 걸식을 하였다. 부자나 가난한 집을 가리지 않고 그릇에 가득 차지 않더라도 적당한 양이면 돌아와서 오전 중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 주식은 건반(말린 밥), 맥두반(콩과 보리를 섞어 지은 밥), 초(미숫가루), 육(고기), 병(떡) 등 다섯가지였고 부식으로는 식물의 가지, 잎사귀, 꽃, 과일 및 우유나 가타 명제품, 꿀이나 석밀등이었다. 특별히 음식에 대한 금기는 없었는데 고기는 아무 고기나 먹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병든 비구에 한해서는 삼정육, 오정육, 구정육 등을 허락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종정육(三宗淨肉) 오종정육(五種淨肉 - 위 삼종정육 포함) 구종정육(九種淨肉)
수행과 음식 점차 수행자들이 늘어나 교단을 형성하면서 부처님께서는 수행정진하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사항들을 계율로 정해 금지하셨는데 음식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로써 사찰에서는 수행승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전개되어 나갔던 것이다. 예컨대, 사찰에서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중요치 않았다. 음식의 조리도 그리 크게 중시하지는 않았으며 되는 대로 끓이고 삶아 채소가 익어 맛이 들고 죽이 되면 그만일 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려고 억지로 노력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떠한 수행정신으로 어떻게, 특히 언제 먹을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시 하였으며 그리고 일상적으로 먹는 내용물들을 음식이라고 일컫지 않고 약으로 총칭하였으니 다음과 같다.
(마하승기률) 1. 시약(時藥) : 일체의 뿌리, 곡식, 고기 2. 시분약(時分藥) : 아마라과장, 쟌부과장, 바나나장, 밀장, 포도장, 살카장, 빨사카장, 빡쨔과장 - (정오 이후에 먹어도 좋은 음료수를 총칭함) 3. 칠일약(七日藥) : 숙수(熟手), 생수(生手), 유(油), 밀(密), 석밀(石蜜) - (병 든 수행 인에 한해 영양 보충을 위해 7일간 저장해서 먹어도 좋은 음식) 4. 진형수약(盡形壽藥) : 기한의 한정없이 언제든지 가지고 있어도 좋은 현대적 의미의 약 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좀 더 살펴보아야 할 것은 수행인들은 비시식계(非時食戒)라는 계율이 있어 일일(一日)일식(一食)을 하되, 정오(正午) 이후에는 음식을 결코 먹을 수 없으니 시간의 개념은 엄격하였고 또 하루에 한끼만 드니 음식이 약이나 다름없었다.
초기 불교 시대에는 수행인들은 전통적으로 시주님들이 시주하는 음식물을 탁발하는 관계로 취사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공양물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고기도 포함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당나라 의정스님이 저술하신 남해기귀내법전(南海記歸內法傳)에는 그 당시의 주식과 부식이 나와 있다. 말린밥, 콩과 보리를 섞어지은 밥, 미숫가루, 고기(삼종정육에 한함), 떡 그리고 부식으로는 식물의 가지, 잎사귀, 꽃과일, 우유나 우유발효식품, 꿀, 사탕 등...
순수 채식의 사찰음식 유래 -2 그렇다면 현재처럼, 순수 채식의 사찰음식 문화는 언제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을까 ?
기원 1세기 전후로 태동하기 시작한 이른바 대승 불교가 흥하면서 부터였다. 열반경, 능가경, 범망경, 능엄경 등 수많은대승경전에서 육식과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금하는 대목이 경전곳곳에서 보이고 있으며, 한편으로 중국에서는 달마대사와 선문답을 나눈 것으로 유명한 양나라 무제가 단주육문(斷酒肉文) 4편을 지어 수행자들의 육식을 엄금한 이후부터 북방 불교권에 속하는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지금과 같은 확고한 음식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중생들의 고통을 대자대비로 치유코자 하였던 대승불교는 수행자들 스스로가 더욱더 적극적으로 생활속의 불교를 실천코자 하였으니,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 청규를 제정하여 선농일치(禪農一致)를 케치 프레이즈로 삼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급자족을 위한 논농사, 밭농사의 육체적 노동은 기본적인 영양공급을 필요로 한 까닭에, 일일일식의 원칙을 버리고 일일삼식을 하면서 사찰음식의 조리에도 나름대로 법도가 생겨 났으니 다음과 같다.(치문) 첫째, 청정의 원칙인데,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깃들어 있지않은 청정한 채소로 만든 맛깔스런 맛을 내는 깨끗함을 말함이다. 그리고 육식은 물론이고 젓갈이나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냄새나는 오신채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둘째, 유인의 원칙인데, 짜고 맵지 않아야 된다는 것인데, 자극성이 많으면 수행 정진에 열중하는 스님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기 쉬우므로 부드럽고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여법의 원칙인데,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으로 넣어야 하고, 또 골고루 적당하게 들어가야 하고,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끼니때마다 준비해야 하고 반찬 가짓수는 적되 영양은 골고루 포함되어 있고 양념은 적게 쓰면서 채소의 독특한 맛을 살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리법이 어떤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 전수되어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입산수도한 그날 이후부터 수행자들은 "행자"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치면서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땔감을 구해오고 온갖 허드렛일을 맡아야 하는 '불목하니', 큰스님들과 대중 스님들 그리고 객실에 머무르고 있는 신도님들의 상을 준비하는 '간상', 갖은 밑반찬과 온갖 나물을 씻고, 썰고, 데치고, 무치고 양념해야 하는 '채공', 어느 정도 반찬 만드는 일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국을 끓이는 '갱두' 소임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최고참이 맡기마련인 행자수련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밥을 짓는 '공양주' 소임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한국 사찰에서 전래되는 음식
신라시대에는 정월보름의 찰밥에 기름과 꿀을 더하여 약밥을 만들었고, 밀가루나 쌀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기름에 튀기는 유밀과(油蜜果)의 발달을 보았다. 불전(佛前)에 올리는 육공양(六供養 : 花, 茶, 香, 果, 燈, 米)은 더욱더 藥果의 발전을 보게 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상추쌈, 약밥, 약과 등이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나라에서 수입해갈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누렸으니 원나라의 시인 楊允孚의 다음의 싯구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고려의 맛 좋은 상치를 되읊거니와 산에 나는 새막나물이며 줄나물까지 사들여 온다네"
조선시대 이후 조계종으로 자리잡은 현재의 한국 사찰에서는 경남 양산 통도사의 두릅무침, 표고밥, 가죽김치, 가죽생채, 가죽전, 가죽튀각, 녹두찰편, 합천 해인사의 상추 불뚝김치, 가지지짐, 고수무침, 산동백잎부각, 머위탕, 송이밥, 솔잎차, 순천 송광사의 연근물김치, 죽순김치, 죽순장아찌, 해남 대흥사, 금강산 유점사의 동치미, 전북 금산사의 돌미나리김치, 생채, 돌미나리전, 전남 여천 흥국사의 산초잎된장국, 산초잎장떡, 김부각, 민들레잎김치, 쑥밥, 원추리국,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의 참나물김치,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의 참나물김치, 무침, 튀김, 쌈, 취나물김치, 진주 의곡사의 우엉김치, 구이, 충청도 개운사의 머위김치, 무침, 돌나물김치, 부산 범어사의 씀바귀김치, 배추익선, 수원 용주사의 국화전, 두부소박이, 여주 신륵사의 연꽃밥, 표고버섯 찹쌀 전병무침, 구례 화엄사의 상수리잎쌈밥, 아카시아꽃부각, 참죽부각, 경기도 용문사의 은행전골 등 이름만 열거하기에도 지면이 부족해 이쯤에서 그치기로 한다.
사찰음식의 현재 의미
뉴욕 맨하탄 한인거리 32가에 위치한 사찰음식 전문점 "한가위"가 많은 미국인들의 관심속에 급기야 2000년판 ZAGAT에 실렸다고 매스컴은 전하고 있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조리하기에 위나 장에 부담을 주지않는, 정갈하고 담백한 사찰음식은 온갖 스트레스와 과도한 육식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분명 눈여겨 보아야될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듬뿍 깃들여 있는 소중한 건강식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수행자들이 음식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했던 심신일여(心身一如) 사상과 오직 깨달음을 얻기 위한 도업(道業)의 약으로 여기는 부분도 결코 간과해서는 사찰음식의 진면목을 다 알아차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님들이 대부분(모든 스님이 다 그렇지 않다는 것에 주의) 피부가 맑고 장수하는 것은 첫째 음식물의 내용, 둘째 음식을 대하는 마음자세, 셋째 주변의 환경, 넷째 식사습관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을 경우 종종 숨이 가빠지고 몸이 둔해지며 그에 따라 맥박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여 좌선 수행에 방해가 되며 지나치게 작게 먹을 경우에는 반대로 신체가 허약해지고 그에 따라 배가 고프고 숨이 차며 생각이 맑지 않게 되며 이 또한 좌선 수행에 적절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증일아함경의 다음의 구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과식은 몸을 괴롭게 하고, 소식은 기력을 쇠약하게 한다. 지나치지도 못미치지도 않게 먹음은 저울이 평평하여 한쪽이 높지도 낮지도 않음과 같다"
아무쪼록 우리의 전통음식과 다름없는 한국전통사찰음식을 이제는 여러분 모두가 익혀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여러분들 가정의 건강을 지켜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본 연구소장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 |
[스크랩] 계절 별로 만들어 먹는 사찰음식
2008. 5. 27. 16:08
출처 : 행복배ㅡ 친환경 무농약 과수원
글쓴이 : 배꽃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