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엽서 <삶의 정주> -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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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버스가 서지 않는 버스 정류장. 아름드리 나무와 풍성한 초록이 가득했던 그러나 이제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풍경이다. 우리는 크레용으로 마을을 그려넣고 누군가 내려서는 마을 버스정류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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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마늘할머니의 박따기는 이제 늦가을의 행사가 되었다. 크고 단단해진 박을 따서 나눠주시는 당신의 모습은 아름답다. 함께 살아가는 것, 함께 나누는 것은 물질만 아니라 마음, 당신 덕에 마을이 더 넉넉해지고 풍요로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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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창영동 노인정에서 우각로로 내려가는 골목이다. 골목길을 포장하는 시멘트가 높아질수록 집은 낮아진다. 지금도 이웃끼리 이야기 나누고, 한 여름 그 골목 그늘에 쉬어도 길은 넉넉하고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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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원역에서 마을(금곡동+창영동=금창동)로 향하는 입구, 낮은 곳에 있는 창영동이 한 눈에 보인다. 철로 방음벽 옆에 멋지게 늘어 선 히말라야 시타가 시원스럽고, 할머니드의 텃밭과 가득한 화분들이 당신들의 분신처럼 사랑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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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제는 남아있지 않은 농사샘댁 낡은 나무계단. 위험해서 튼튼한 철제계단으로 바꾸고 그 끝이 하늘에 닿은 듯 하여 멋지다. 2007년 언덕길 아이들에게 텃밭 일구는 지혜를 나눠주셨는데 감사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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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공방 열음과 마고&지경의 결혼식 퍼포먼스 끝머리에 파헤쳐지는 산업도로 공사장에 나무를 심었다. 도로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나무들은 꺽이고 밟혔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기를 바랬는데... 우리는 살아남은 나무들을 마을 곳곳에 옯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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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마도 늦은 여름 풍경. 그대는 회색의 시멘트 벽을 보면 무엇을 그릴까 어떤 색을 칠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따로 색칠하지 않아도 성실하고 부지런한 우리들의 삶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다운 색깔을 입혀준다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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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눈이 내렸다. 도시에 내리는 눈은 차가 막힌다고 천대받기 일쑤지만 함게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는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옹기종기 모인 집들속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저 눈내린 날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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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꽤 추웠던 11월 어느 오후, 어두운 골목에 부서지는 햇볕을 여유롭게 즐기는 녀석은 2007년 마을 작업을 하면서 이웃이 된 주민의 고양이. 사람을 봐도 피하는 법이 없는 이 녀석의 느린시간 살기가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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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원동 해아래 공부방 아이들과 동네 꽃을 찍으러 다니다 발견한 골목. 아주머니들은 나물을 다듬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한늘을 달리는 양 보이는 자전거가 즐겁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꿈이 이니길 언제나 꿈이 아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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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을. 언덕길 아이들과 공사장에 텃밭을 일구고 벌레를 잡아주며 기른 것들이 거친 땅에 뿌리나 내릴까 싶었는데 제법 실하게 자라 수확한다. 작고 못생겼지만 단단했다. 김치를 담그니 그 맛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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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박 긁어내기. 마늘할머니께서는 주렁주렁 익은 박을 따서 나눠주시고, 남은 박은 긁어서 죽을 끓여 나눠먹고, 삶아 말린 바가지를 또 나눠주신다. 끊임없이 나누시는 걸 보면 누구보다 부자가 아니실까?

 

마을엽서 <삶의 정주> 2- 마을이 되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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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넓은 공영주차장 양쪽 벽은 삭막한 것이 당연한 양 메말랐고, 담 뒷편은 당연한 것처럼 차량들에서 버린 쓰레기들로 썩어가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황토를 칠하고, 나무를 심고, 색깔을 입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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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007년 공동체미술프로젝트 과정에서 창영초 아이들과 함께 마을 모습을 골라 타일에 그리고, 말리고, 구워서 학교 벽에 붙히는 중. 더러는 깨지고 더러는 안료가 날라가벼려 안타까왔는데 덕분에 여백이 있는 타일벽화가 되었다. 항상 가득 채워져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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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창 여름처럼 더운 가을. 우리는 반이 잘려나간 반바지 할머니 댁 넓은 벽에 색칠을 하고, 연못을 만들고, 나무마루를 깔았다. 마늘 할머니께서 물고기도 넣어주셨다. 지난 겨울 너무 추워서 얼어죽었지만 할머니때문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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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하늘 우물터. 구석진 골목 사이에 슬픈이야기가 담긴 우물터가 있다. 백발 할머니께서 구청에 허락을 받고 꽃과 작물을 가꾸신다. 우리는 슬픔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푸른 색을 칠했다. 위로와 따뜻함이 함께 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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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공방과 마을가페를 만들고, 작은 텃밭에 어울리는 이름표를 만들었다. 이름을 만든다는 건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은 ... 그런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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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랑집 작업중. 영화여정보고 소녀들이 많이 다니는 길모퉁이 집. 소녀들이 조금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등하교 하기를 바랬다. 어르신은 당신 집에 이름이 생겼다며 기뻐하셨다. 굳이 무엇을 그리지 않고 색칠하는 것 만으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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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만화벽 작업. 마을에 쓰레기를 줍고, 텃밭을 가꾸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았다. 형광에 가까운 분홍색 벽은 새로운 이야기가 생겼다. 가꾼다는 것은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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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민방위 교육장 외벽엔 여러가지 그림을 그렸다. 골목길 풍경 외에도 뜨고 지는 달, 경계를 넘은 얼굴 그리고 100여년 전 우각리 풍경이 담겨있다. 한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땀흘리며 긴 시간을 보내던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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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평공원 - <하루,터> 작업. 마을 입구엔 수인이 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 주민의 집이 썩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쌓여있던 폐기물을 치우고, 쉼터를 만들었다. 그가 우리에게 우리가 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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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철로옆길. 많이 더웠지만 그래도 가을이라구 마구 푸른하늘. 마늘 할머니 댁 풍성한 넝쿨에는 박이 익어가고 길가에는 붉은 고추가 눈부시다. 작업하는 우리를 바라보시는 할머니, 하교길의 학생들 모습까지 눈부신 풍경에 감사하다.

 

마을엽서 <삶의 정주>3 - 마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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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경인전철 복복선 건설로 반바지 할머니 댁은 반이 잘려나갔다. 쓸쓸하고 긴 회색벽에 색깔을 입혔는데 할머니의 빨래들이 그림처럼 예쁘다. 지난 설에 할머니와 함께 빚어먹은 만두맛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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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집수리 미술을 마치고 남은 자재들을 이용해 의자, 액자, 화분을 만든는 마을축제를 만들었다. 늦은 저녁까지 아이고 어른이고 주민이고 손님이고 뒤엉겨 톱질하고 망치질에 색칠가지 ... 서로 돕고 함께하는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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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함박눈이 내리던 날, 할머니들의 바쁜 걸음과 우리의 어제가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차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망치는 것 중에 하나임에는 맞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 일상의 일부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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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인천의 오래된 역사이자 문화-배다리 헌책방 골목 입구. 책 읽는 공원과 벽화를 그리려 많이 애썼는데 허가가 나지 않아 결국 한 해가 가는 즈음 겨우 벽화만 그릴 수 있었다. 형광색 철조망 대신 나무를 심을 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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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이들이 많이 오가는 길이 있는 민방위 교육장 외벽에 우각로 풍경을 담았다. 하교길에 그림을 쳐다보는 아이 조자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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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평일아침, 도원역 건너편 인하자원에는 전철에서 거둔 폐지를 팔러 길을 건너시는 분들이 많다. 우리의 그림은 그분들의 노동과 생生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그림의 모델이신 두 어르신도 여전히 고물을 주으시고 폐지를 거두시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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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토벽 기와집과 백일홍 다홍빛 고운 꽃, 그림 갖고 노는 아이들... 주차장은 그렇게 생기를 더해간다. 함께 누려야 할 곳들이 자꾸 사라지고 누군가의 것이 되어버린다. 차들만의 공간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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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골목풍경이 담긴 벽. <하루, 터> 옆 벽만 남은 곳에 그렸다. 삶의 모습은 어디나 비슷한 듯. 아파트만 세워지는 재개발만 없으면 한 겨울 소복한 눈 속에 그림 속 풍경이 더 아련하다. 이젠 사람이 사는 마을이 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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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아름 슈퍼. 조명, 간판, 그림, 평상, 벽 색칠 작업을 했다. 마을 무료급식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평상을 고쳐드렸는데 ... 함게 하는 공간이라 작업을 했는데 평상을 가계안으로 들여가 버려서 오히려 불편을 끼친 것 같아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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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토벽집. 한평공원<하루,터>가 끝나는 곳에 있는 오래된 벽에 황토를 발랐다. 그리고 덩쿨이 지붕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렸다. 오래된 문은 초록과 주황색으로 칠하고 .. 그것으로 충분했다. 조금만 더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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