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부산스럽게 준비해서 달려간 포천은
그렇게 훌쩍 ........ 가을이었다.
싸늘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고 그 싸늘함이 머리를 식힌다.
개장 준비가 한창이고 ..
산길이라고 깔아놓은 모노레일 .. 정말 산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흉하다.
포천아트빌리지는 마치 산중에 절처럼 있었다.
원래 채석장이었던 곳이었는데 이것을 재생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돌을 깍아 쓰다가 .. 남은 돌을 위해 다른 곳에서 깍은 대리석 돌덩이로 장식하는 .... 기이한 느낌이 이어진다.
그렇게 깍은 바위가 패인 곳에 물이 고였는데 옥빛처럼 예쁜데 ... 냄새가 헉거 ㅡ.ㅡ;;
고인 물은 썩는 다 ... 는 말이 떠올랐던 ...
물빛이 너무 예뻤다.
하늘 빛도 예쁘고 ..
자연이 깍아놓은 설악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 산을 파해쳐 흉물스럽던 것을 바꿔놓은 지혜는 존중하고 싶다.
풍경 아닌 풍경이 걸릴 아트빌리지 꼭지점에 있는 갤러리 ..
잘못 들어간 전시장 ..
마침 비워진 한 벽 앞에 짐들을 올려놓고 .... 이 그림들과 조화가 될까 .. 의심스러웠다.
이것들 사이에서 아주 의미심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곧 우리 전시장은 건너편 공간에도 저렇게 비워진 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ㅋㅋㅋ
이곳에서 대추리 사진을 만나게 될 줄이야 ...
베어진 논 .. 그 논두렁길에 전경들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그 슬프고 우스운 .. 사진이 아직도 떠오른다.
우리는 거기에서 삶의 풍경을 건다.
갑작스런 전시 진행을 하게 된 윤제형이 잠시 전시장 가운데서 눈을 붙혔다.
피곤하고 힘들어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안타까왔다. .
겨우겨우 사진을 고르고
액자에 넣고
조심스럽게 석고보드에 석고보드용 못을 박아 사진을 걸었다.
기억'의 액자는 손 흔드는 사람의 모습이 되었고 ...
새로움'의 액자는 자유롭고 가볍다.
사진을 다 걸고 .. 갤러리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꼭 마셔줘야 했는데 ... 싸늘해진 산공기 덕에 와인 한 잔이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