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의 풍부한 향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온갖 국화들이

다들 고개숙이고 다들 제 색을 잃어가는 계절에 피어납니다.

그래요, 모두 같은 것은 아니겠지요.

다 자기의 시간, 자기의 공간, 자가의 삶이 있지요

그런 '자기自己'가 모여 '함께'가 되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 주목받는 하나보다 함께 아름다운 그런 세상이어야 하는데

..

 

막연하고 아득하고 흐릿합니다.

 

혼란스럽기도 하구요 ...

 

바람부는 날 나무 아래서 청소를 하는 것도 삶의 일부겠지 하면서 .. 지내지만 ..

 

분재같은 나무가 텃밭에 놓여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 반갑기도 하구요

거기에 걸쳐진 흙묻은 장갑이 왠지 .. 누군가의 노동과 땀이 떠오릅니다.

 

그저 아주 조금 .. 평안하게, 소박하게, .. 그렇게들 살아가길 바랄뿐인데요 ..

 

잘려진 벽을 수리하시면서 .. 어머니, 잠시 길위에 쉬십니다.

 

그 옆에 들꽃이 참 소박하게 피었습니다.

 

마을을 잘라낸 길에 다시 마을을 이어내는 길을 놓습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벌레먹은 배추는 .. 유기농이라 좋다구요 .. 화분에는 이제 겨울김장 담글 배추들이 속을 채워가구요

 

담 옆에는 5월의 장미가 화사하게도 피었네요 ..

 

도시를 거니는 고양이, 엄마는 능숙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가끔 이 도시 틈틈이 있는 자연의 조각들에서 발견하는 가을은 서글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바람이 꽤 부는 날이라 .. 떨어진 나뭇잎이 아스팔트 위에서 바스락 거리며 구르는데 그 소리르 담고 싶었는데 .. 실패 ..

그냥 사진 하나 찍었습니다. 왜 낙엽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 웃음이 날까요?

빛이 어두운 날 .. 공원은 한층 더 어두워졌습니다.

카메라에는 내 숨쉬는 데로 잔영과 함께 빛이 채워져 사진이 됩니다.

 

아이들이 노는 공원을 향해 난 .. 의자는 가을속에 묻혀갑니다.

휘리릭 .. 그렇게 곧 겨울이 올테죠.

나무아래 의자 하나 .. 그 아래 수북히 낙엽이 곱습니다.

이젠 나무그늘 아래가 춥습니다.

 

옹이가 많은 나무를 보았습니다. 아팠을텐데 .. 잘 이겨낸 증거겠지요?

도시의 가을 낙엽은 저렇게 나무 옆 푸대자루속에 담겨 있습니다.

도시의 가을이 .. 그렇죠 .. 그러니 다들 산으로 들로 나가는가 봅니다.

 

꽤 넓은 공간에 가득 코스모스가 피었더랬습니다.

제가 참 좋아는 꽃이라 .. 꽃 피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고, 여름 끄트머리부터 피어오른 코스모스에 맘이 .. 참 좋았는데 ..

어느날 갑자기 .. 싹 베어버리고 .. 겨우 살아남은 몇 송이 코스모스 ..

이 산업도로를 내려고 잘라버린 마을 저편에 그렇게 잘려진 길과 잘려진 집들이 있습니다.

개발이라고 다 나쁜건 아닌제 이제는 다 나쁜 것이 된 건 사람들의 삶을, 생명들의 삶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도 그런지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잘리워진 어느 집 벽에 기대어 핀 국화입니다.

그래요 .. 어떻게든 다들 살아내겠지요 .. 그래서 이긴다고 .. 살아내는 게 이기는 거라고 ..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분신한 노동자의 절규는 지이십에 삼켜지고, 배부른 노동자들은 더이상 싸우기 싫은가 봅니다. 지쳤나봅니다.

지쳐도 싸울 수 밖에 없는 사람들만 싸우고 있습니다. 살아내서 이기려고 ..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

그러니까 ..

저도 오늘 하루 더 .. 살아냈습니다.

 

가을 지는 일요일 오후에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