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 초대장을 보냈다 ...  

참 망설이다가 사진전이 중반을 넘어서고야 .. 보낼까 말까 하던 .. 초대장을 .. 보냈다.

그렇게 긴 글을 쓰려했던 건 아닌데 .. 말이 흘러나와 글이 되었다.

다양한 느낌과 생각들, 기억들과 정리된 어떤 말들이 교차하면서 .. 친구와의 약속도 잊고 글을 마무리지어 보냈다.

존경하는 .. 이춘상 아저씨가 젤 먼저 전화를 주셨다. 여전히 대우차 비정규직 투쟁과 활동속에 바쁘신 분이 .. 꼬박꼬박 존대를 하시면서 ..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하신다 .. 축하의 전화를 주셨다.

사진전이 축하 받을 일인가? 그걸 잘 모르겠다. 그 축하를 나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 걸까?  ..............

이럴때 쓰는 말인거 같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 뭔지를 ...  

 

가장 먼저 내 사진전의 관객은 해물탕골목에 바닥공사를 하시는 아저씨들과 주유소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다.

사진을 뽑아두고도 어떻게 걸어야 할 지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두어군데 걸어두고는 좀 헤맸는데 ..

카페에 들어서지 않을 꺼 같은 분들 ... 이 전시작업 내내 그 밖에서 일하고 계셨기 때문에 .. 부러 사진을 바깥 유리에도 걸었다. 

밥, 노동, 희망, 꿈, 함께살기 .. 우리 서민들 삶의 모습이 참 좋다고 .. 맘에 든다고 .. 

첫 평론을 해 주신 주유소 아저씨의 말씀에 속으로는 좋아서 찢어질 뻔 했다.  내가 나눌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전해져서 맘이 너무 좋았다.

'공감' .. 그 말씀을 들은 다음엔 사진전이 어떻게 되더라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바꿔걸고, 이야기를 담고, 한장씩 한장씩 붙히고 ...

 

 

너무 아깝다는 말 .. 책을 내보자는 말, .. 배다리에서도 전시를 하자고 하셨고, 카드나 엽서를 만드는 건 어떠냐 하기도 하고

따듯한 차 마시며 앉아서 볼 수 있으니 참 좋다고도 하시고,

일상의 칙칙한 사진(나름 따듯하게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 ) 보다는 화사한 꽃이나 풍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거 얼마 담지 않았는데 .. 사람들은 그런 사진 앞에 주로 서 있다. 아직 일상의 삶을 고찰하거나 바라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보다.

시골의 낡고 오래된 풍경은 지긋지긋하다는 분도 계셨고, 도시의 뻔한 일상, 뻔한 풍경이 뭐 좋냐는 분도 있었고,

그것들이 일상이다보니 일상을 벗어난 .. 아름다운 풍경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일부러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삶은 포장되어 있지 않으니까 ..

다만 우리들이 스스로의 삶과 그 삶이 이어진 공간과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참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인데 .. 그랬으면 좋겠는데 ..

흠 ...

 

 

사람전을 하고 싶었다.

내 생에서 만난 사람들 .. 삶의 시간속에

같은 시대와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싶었다.

그것이 내 첫번째 사진전(개인전)될꺼라고 생각했었는데 ...

아직 내가 덜 컷는지 .. 시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우연히 하게 된 사진전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일이 많았던 올 한 해를 정리하는 느낌도 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고민도 하게되고, 뭔가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좋다.

 

이후 .. 전시된 사진은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까? 고민이다.

 

 

 

 

 

 

[초대장 전문]

 

<강's 사진이야기 展> 12월 ..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작은 사진전에 초대합니다.  

 

며칠 많이 추웠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눈이 펑펑내렸습니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갑니다. 삶이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가을이 살이 찐다지만 정작 몸도 마음도 살이 찌는 계절은 겨울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난하면 가난한데로 부유하면 부유한데로 .. 그렇습니다.

 

저, 강영희가 사진전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때 사진관에 학생증을 맡기고 빌렸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사진전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대학시절 흑백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진을 배웠지만  .. 동아리 출사에서 친구가 둘이나 죽은 후 .. 더 이상 카메라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세로운 세상은 영화와 함께 다가왔습니다. 

대학 친구가 소개해준 영화가 .. <퐁네프의 연인들>이었는데 .. 영화라는 것에 매혹되어벼렸죠. 그렇게 영화에 대한 흠모가 시작되었고 ..

학교 졸업하던 해 .. 석달 간의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보게 된게 첫번째 인권영화제는 .. 영화에 실제의 삶을 더하며 다가왔습니다.

1995년이네요 .. 그해 겨울 11월 30일 부터 12월 5일가까지 .. 약 일주일 동안 하던 .. 그 영화제에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았습니다.

다른 세상을 본거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에서 같은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는 .. 그렇게 .. 저는 성실하지만 가난한 이웃들과 살면서

세상에 관심도 없었고, 그렇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없었습니다.

'세상을 본다는 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는 것이다' ...

인권영화제는 그렇게 제게 또 다른눈을 선물했습니다.

 

유난히 눈물이 많은 저를 기억하실껍니다. 그건 누구를 위한 눈물이 아니라 .. 저를 위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아픈 게 싫습니다. 속상한게 싫고, 화나는 게 싫고, 무엇보다 인간답지 못한 ...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권영호제를 통해 본 .. 세상은 그렇게 아프고, 말도 안되고 .. 인간답지 못하고 .. 인간이 .. 존중받지 못하고 ... (^^;; 너무 길어서 중략)

그래서 .. 제 속이 편할라고 시작한 활동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는 해봐야겠기에 .. 주위 사람들이 편해야 .. 저도 편하니까 ...

세상이, 사람들이 덜 아파야 저도 않아프니까 ..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저는 그럿습니다.

 

그렇게 인천인권영화제를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인천영상집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활동도 해보고,

노선문에서 만난 대우자동차 이춘상(저에게 이분은 영화뿐 아니라 사진까지 .. 그것을 다루고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 정신적 스승 ..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씨의 영상을 편집하면 정말 많이 배우고 성숙해졌습니다. 조금 더 영화를 알고 싶고 해서 .. 영화아카데미도 다녀보고 영화연출학교도 다니면서 영화를 꿈꾸는 사람들과도 함께 했지만 ..

아직 충분히 영화 보는 눈이 없었던 나로서는 .. 아니 돈없이는 그런 .. 영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나마 혼자 영화제작을 해 나갈 수 있는 캠코더를 들어 - 민정련 시절에 그분들이 돈을 모아 마련해두셨던 프로젝터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보았던 영화와 디지털 캠코더는 저에게 정말 의미있고 중요한 자원이었으며, 그런 자원을 나눠쓰게 해 주신 여러 분들게 여전히 감사하게 생각하며 .. 제가 가진 자원을 그렇게 세상과 나눠쓰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담아왔습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낯설은 익숙하지 않은 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노동영화, 집회나 투쟁영상 등등)들을 만들고, 영상의 힘을 공유하기 위한 퍼블릭 엑세스 운동, 진보적인 정치운동과 노동시민사회 운동에 참여를 하며, 문화예술단체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시선들과 활동들과 의미들을 만나며 ..  그렇게  당신들에게  세상을 배웠습니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 많은 분들을 만났고 .. 당신들은 모르더라도 저는 영상을 통해 아는 사람들이 된 분들도 계시고 .. 저에게는 ..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 다들 TV나 신문에서보는 유명인들이나 스타들과 다를 바 없는 스타랍니다. .... ^&^;; ... 안믿으시려나 ..? .. 그렇게 당신들을 통해 ..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부당함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배웠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도 배웠고 ..

 

지금 저는 많이 상해있습니다.

당신들에게 너무많은 기대를 한 탓입니다. 당신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제가 머리가 나빠서 .. 

당신들이 말하고 당신들이 가르친 것들을 당신들이 지켜가지 못한다고 ...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 나름의 통찰을 갖을 나이가 된 지금에도 .. 그렇게 살지 않는 당신들에게 화가 나 있습니다.

물론 가족들이나 대학때, 영화학교때 만난 친구들은 빼고 ^^;; .. 미안 .. 내 스물 다섯살 이후, 그리고 인권영화제를 통한 또 하나의 삶에 집중하다보니 .. 당신들의 이야기가 빠져있습니다. 이해해주시리리 믿습니다. 이해못하면 .. 사진전 꼭 와요 ... 맘에 드는 사진 하나 줄께 ^^

 

올 해 작은 사진관을 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은 건 .. 그러니까 사진이 필요하고, 사진으로 기록이란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2003-4년에 쯤 부터니까

그 전에는 비디오 캠포더를 가지고 주로 활동을 했고 - 2003년~2005년은 교차시기가 되네요 .. 영상의 한계- 나눌 수 있는 한계를 느끼며서 .. 영상보다 사진을 많이 찍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 정말 많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해왔고, 무엇에 관심이 있었으며, 무엇을 하려고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

지금 나를 여기에 있게 한 역사는 무엇이었고, 나는 무엇을 했나 ..

저는 .. 당신들에 의해 있었고, 당신들의 관심에 관심이 있었고, 당신들이 하려고 했던 일을 했고 .. 당신들이 하려고 하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내 꿈이라 믿었고 ..  당신들이 ..

인권영화제가 희망터가 인천영상집단이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이 반지하가 나의 역사였습니다.

 

제가 불혹이라는 마흔이 되었습니다.

내가 20-30대를 믿고 맡겼던 사람들-나를 만들어 준-에 대한 실망으로 더 이상 해볼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실망감을 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엔 .. 저는 당신들께 좀 ..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당신들에게 배웠지만 이제는 그 껍질을 깨고 이제야 ..스스로 .. 살아볼 생각을 합니다.

남희아저씨 말씀처럼 .. 상처받고 상처받아도 ..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 세상이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야 한다는 ..  좀 더 감싸고 좀 더 이해하지만 그 안의 신념은 보다 선명하게 ..

아저씨가 꼭 그렇게 말씀하셨다기보다 아저씨 말씀속에서 제가 느낀 ..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못만나고 있는 당신을 .. 낼 부터 웃으며 만날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와 믿음이 있었기에 .. 그 만큼 실망했고, 아팠고, 슬펐습니다. 그것이 컷던 사람들 일수록 .. 만나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만큼의 이해와 소통이 있었던 분들과는 이미 만나고 있으니까요 ...  

그렇습니다.

나였고, 나의 꿈이었고, 나의 역사였던 .. 그것을 조금 더 겨우 인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사진을 보고, 사진을 뽑고, 사진을 찍으면서 ..

다시 살아낼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잘 살아낼 방법을요 .. 

스스로 잘 살아낼 방법을 요 ..

 

사진전 초대장 치고는 너무 길지요?

초대장이라는 거 잘 모르겠어요 .. 그저 .. 당신과의 인연속에 살아온 제가 당신을 잠시나마 기억하며 .. 사진전을 열고 있다는 것 만이라도

알리는 게 ... 나와 내 꿈과 내 역사였던 .. 또는 여전히 그러한 당신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

바쁜 연말 .. 그런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116개국의 나라 중 114위라는 말에 .. 참담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날 경제수준 10위니 12위이 14위니 외치던 나라가 왜 정치수준은 언급하지 않았는지 말 안해도 알겠습니다.

저는 그런 나라의 가난한 .. 그리고 다른 세상은 ... 가능하다고 믿는 ..  한 사람입니다. .

2010년 12월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붉은 깃발이 다시 차가운 겨울하늘 위헤 휘날리고 있습니다.

참담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그 깃발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눈이 오는 게, 비가 오는 게 참 좋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워집니다.

그냥 좀 .. 행복해도 되는 ..웃고 싶을 때 웃는 것이 죄스럽지 않은  ..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렇기를 ..

 

어떻게 살아야 할 지 .. 다시 거울 앞에 서 봅니다.

 

건강하십시오 .. 술 조금만 드시고, 배터지도록 먹고 살찐다고 후회하지 말고 ..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 맘이 더 살찌는 계졀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렇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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