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_ 안철수 교수 편

2010/06/14/ tvN

 

백지연(이후 백)한 사람이 평생 이루기 어려운 여러 가지를 혼자서 이뤄낸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거나 쫓아가는 것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분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늘 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 분을 좋아합니다. 오늘 초대 손님은 안철수 씨입니다. 제가 소개를 하면서 ‘안철수 씨’ 이랬던 건 호칭이 너무 많으셔서요. 뭐라고 불리 울 때 제일 편하세요?

 

 

안철수(이후 안)가 편한 것보다는 불러 주시는 분이 편한 호칭이 저도 듣기에 참 편한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지금 제가 가진 호칭들이 카이스트 교수라든지 포스코 이사회 의장,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것들을 다 하나로 관통하는 흐름이라고 할까요. 제가 하는 일은 ‘CLO’입니다. Chief Learning Officer.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가르침을 주는 일. 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요.

 

백 편의상 가르치시는 직업을 좋아하시니까 ‘교수’라는 직함을 부르는 게 이 시간에는 낫겠네요.

 

안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백 요즘에 워낙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나 소위 말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라고 하는 이것을 대부분 많이 쓰고 관심이 많잖아요 역시 그쪽에 대해서 관심 많고 연구 많이 하시죠?

 

안 요즘 보면 그런 것들이 예전에는 그냥 웹 기능 중의 하나였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점점 더 플랫폼화 되고 있어요 무슨 뜻이냐면 마치 ‘아이폰’ 같은 것들이 그냥 전화만 쓰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여러 가지 어플리케이션들을 쓸 수 있고요 여기에 다른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그것을 개방함으로써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죠 그런 게 아마 앞으로 향후 10년 정도는 큰 흐름이 아닌가 그런 것에 대비해야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앞으로 나아가는데 물리적인 방해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백 우리나라 휴대전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높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놔두면 위험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안 네, 제가 처음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 대기업 임원분들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하면 ‘아이폰’ 같은 것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좀 더 사용하기 편하고 좀 더 예쁘게 디자인이 되고 좀 더 기능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까 이런 것들만 잘 보강하면 우리가 다시 한 번 이겨 볼 수 있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그 말씀을 듣고 오히려 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 기계와 기계만 보고 비교해 보면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겠는데 사실은 그게 여러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기가 스스로 나서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콘텐츠를 제공해주고 그런 생태계를 만든 게 진정한 힘이거든요 그런데 생태계는 안 만들고 기계만 만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인 거죠

 

 

 

백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IT산업 쪽에서는 앞을 내다보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태어나서 제일 욕을 많이 먹었을 때 그때 기억나세요?

 

안 1999년이니까 만 11년 전인데요 벤처 성공 확률이 낮은 법인데 우리나라는 100% 성공을 한다고 하니 이게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경제신문을 봤어요 그런데 신문에 어떤 기사가 있었느냐 하면 ‘코스닥에 상장된 KTF의 시가총액이 거래소의 SKT를 뛰어넘었다’ 그때 제가 확신을 했죠 이건 정말 거품의 증거라고 확신을 했어요 그래서 저랑 친한 기자와 인터뷰를 했어요 지금 거품이 심각한데 이런 일들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에는 2000년이 되면 3가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어요 첫 번째로는 벤처기업에 잘못 투자해서 자금을 날린 투자자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두 번째로는 벤처기업가 중에서 금융사범들이 생길 것이고 세 번째는 코스닥은 하락 곡선을 그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고요 그런데 그 신문에 대문짝처럼 보도된 날 제 평생 제일 고생했죠, 아침부터.

 

백 그때 기사제목이 그렇게 나지 않았나요? ‘한국의 벤처 95%는 망한다’ 다 벤처에 투자할 때인데 국가적으로도 밀고.

 

안 네, 그래서 전화를 받는데요 벤처기업 사장이랍니다. 그런데 그 전날까지 자기 회사에 투자하기로 했던 투자자가 있었는데 제 인터뷰 기사를 보더니 투자하기를 철회했대요 그래서 저보고 물어내라고 그런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욕하는 거죠 5분 내내 욕을 하고 전화를 끊어요 정말 한국말로 이렇게 다양하게 욕을 할 수 있구나 그것도 알 수 있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참 서운하더라고요 단기적인 시각으로 그렇게 제 발언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곡해를 하시니까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백 1888년에 났던 기사제목 기억나세요?

 

안 글쎄요, 아마도 ‘의사가 백신 만들었다(?)’ 이런 식의 가벼운 사회 난이니까요 가십성으로 났던 거 같습니다.

 

백 그렇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백신이었잖아요?

 

안 결국은 제 운명도 바꾸고 직업도 바꾼 그런 일이 됐었죠

 

백 그런데 의사로 계시다가 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 보이셨을까요?

 

안 제가 했던 일이 아마도 연구 쪽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기계 자체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기계를 만지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줄 알고 이제 연구 파트로 가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컴퓨터도 접하고 공부하게 됐고요 그래서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도 제가 의학 연구에 다른 쟁쟁한 연구자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뭔가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남들이 못 가지는 특기 하나는 가져야 하겠다’ 그런데 그게 제가 취미로 하던 ‘좋아하던 컴퓨터를 활용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그게 계기가 됐던 건데요 그 생각이 결국은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죠)

 

 

백 안철수 교수께서는 실패는 해보셨나요?

 

안 의대를 그만 두고요 그러니까 의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할 때 처음부터 참 힘들었죠 그래서 4년 동안을 매달 월급 줄 걱정 하면서 살았는데요 안철수연구소가 지금도 월급날이 25일인데 그 25일에 월급을 주고 나면 월초가 되면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월급 줄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생고생해서 월급을 만들어 놓고 나면 또 다시 월초가 되고요 그래서 그 때는 4년 내내 들었던 생각이 제발 한달 만이라도 두 달치 월급을 모아서 그 다음 달 월초엔 고민을 안 해봤으면 좋겠다 그 때를 떠올려보면 공포스러워요

 

백 공포스러우세요?

 

안 그런 것들이 4년 내내 계속됐다고 생각해보시면 아마 아실 수 있을 텐데요

 

백 공포스럽죠, 액수도 많고요

 

안 예, 그리고 회사 만들고 2년째인가요 어느 날 이렇게 회계장부 검사를 했어요 제가 했던 일이 회사 작을 때는 CEO가 모든 일을 세부적으로 다해야 됩니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직원들 다 퇴근한 다음에 전표 가지고 10원 한 장이라도 틀리지 않을까 계속 검산 하는 게 제 일이었거든요 밤 8시, 9시 정도에 정신없이 계산기 두드리다가 갑자기 ‘내가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백 이 좋은 머리를 그 단순 노동에 쓰셨다는거죠?

 

안 그런데 꼭 해야 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이제 4년 동안 계속 했다고 상상을 해보시면 충분히 실패라는 것에 대해서 같이 이렇게 안고 살았던 셈이죠

 

 

백 후회도 하셨나요?

 

안 제가 감정소비하는 후회는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비교도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그나마 좀 더 버틸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 그러면 회사를 차리셔서 4년 동안은 ‘월급을 어떻게 하나’ 걱정을 계속 하시다가 어떤 것이 전기(轉機)가 됐을까요? 다시 흑자로 돌아서고?

 

안 1999년 4월 26일 날, CIH 바이러스라는 게 아침 9시에 컴퓨터를 켜는 사람의 컴퓨터를 전부 망가뜨렸어요 그래서 전국적으로 추정인데 30만 대에서 50만 대 정도의 컴퓨터가 동시에 망가졌거든요

 

백 그때 컴퓨터가 많지도 않을 때죠?

 

안 네, 많지도 않았을 때인데요 그러면서 그전까지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게 선택사항이었던 거죠 그러던 게 이 사건이 한 번 터지니까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게 된 거죠 그러면서 필수품이 되었어요 그래서 한 단계 올라섰어요 그러니까 경영학적으로 보면 시장의 크기가 엄청나게 갑자기 급성장하게 된 거죠

 

 

 

백 그것이 계기가 돼서 그때부터는 월급 걱정 안 하셨나요?

 

안 네, 월급 걱정은 안 하게 됐고요 그런데 나름대로 성장하면 성장하는 대로 그게 또 기회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거든요

 

백 그때는 어떻게 대처하셨어요? ‘아, 이것 잘 된다... 그런데 나한테 위기구나’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안 그건 우선은 시장이 커졌을 때부터 위기라고 생각을 했었던 게요 1년에 시장 크기가 4배나 커졌어요 4배면 얼마입니까? 300%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평소에 100배 이상 커지게 되면 그건 뭐냐면 더는 기회가 아니고요 그전까지 1, 2, 3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준비된 순서대로 등수가 새롭게 매겨져요 그렇게 되면 그전까지 아무리 작은 데서라도 1위하고 있던 데는 1위 뺏길 굉장히 위험한 순간인 거죠

 

 

백 그런 위기와 여러 가지 굴곡을 거치셔서 직원들 300명, 매출 400억 이즈음에 ‘우리 회사가 잘 됩니다’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줄 알았더니 거기서 대표이사에 물러난다고 깜짝 발표하신 거잖아요 또 그 결정을 하실 때는 왜 그러셨어요?

 

안 주위를 둘러보니까 작게는 소프트웨어업계 또 크게는 벤처나 중소기업들이 초토화되기 시작할 때가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힘들어하고 새로운 좋은 기업이 생기지도 않고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도전하지도 않고 패배감에 젖어 있고 그런 모습들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에 제가 그때까지 가졌던 경험이나 지식을 이용해서 이런 산업전반적인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 그 다음 날부터 매일 생각이 나요 잊히지가 않아서요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백 그런데 결정을 하실 때 그러면 항상 이런 고민을 하시나요? 나만 위한 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일?

 

안 그것도 있고요 또 의미 있는 일 또는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일인데요 죽고 나면 제가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제가 있음으로써 여러 가지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이나 어떤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으면 제가 그냥 덧없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없을 때와 비교해서 존재했다가 사라진 이후에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라든지 제도라든지 또는 제가 쓴 책이라든지 만든 조직이라든지가 여전히 존재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게 제가 살았다 없어지는 어떤 값어치가 있겠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제가 죽을 때 이 인생을 성공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런 흔적들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흔적을 남기는 게 제 모든 판단 기준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백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정의하는 성공은 이 땅에 와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실 수 있잖아요 특히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으세요? 어떤 걸 변화시키고 싶으세요?

 

안 제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보람된 일 중의 하나가 책이거든요 글을 쓰다 보면 그런 유혹에 많이 빠지죠 그 순간에 자기 이해타산에 맞춰서 글을 쓴다거나 또는 자기가 그 순간에 좀 더 멋있게 보이는 그런 걸로 글을 쓸 수도 있는데요 만약에 그렇다 보면 정말로 부끄러운 사람이 되겠더라고요 사람은 죽어도 글은 남기 때문에 그게 그 당시에는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중엔 굉장히 부끄러워지겠다 그래서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글은 역사의식을 가지고 써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항상 글을 쓸 때는 저는 그렇게 쓰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책이 가장 흔적을 잘 남길 수 있는 그런 것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백 나중에 전업작가 선언하시는 건 아니시죠?

 

안 전업작가를 할 생각은 없고요 그렇게 필력이 좋지도 않습니다

 

백 사람은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면 쓰시는 글 또한 내가 선택해서 실제행동으로 보여준 것만 쓰신다는 원칙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안 네, 그렇습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이야기하는 것 중에 그런 게 있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을 때는 조심하라고 하거든요 성공하신 분 중에 어떤 경우는 그분이 아주 젊을 때나 어릴 때 별 생각 없이 했던 선택들을 나중에 성공한 다음에 오히려 거기에 합리화를 하고 의미부여를 해서 멋있게 포장을 하게 돼요 그런 경우에 젊은 사람들이 그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다 보면 그게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한테는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는 그런 점들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백 잘나가는 의사를 하시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시고 또 아주 잘 나가는 회사의 CEO이셨다가 또 확 그만두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유학을 가고 이 결정을 보고 또 많은 사람이 “나도, 나도, 나도” 그러진 않겠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면 나의 선택에 대해서 어떤 교훈을 얻으라고 말씀해 주고 싶으세요?

 

안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나에게 있어서 성공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 사회에서 그냥 일방적으로 부여되는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거나, 권력을 가지거나 그게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성공은 아니거든요

 

백 네, 절대 아니죠

 

자기에게 솔직해지면 그런 것들이 보이게 되고요 그러면 정말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겉모습이 아니고 그런 행동을 했을 때의 어떤 생각의 흐름, 고민 그런 것들을 참조하시는 게 더 좋은 선택을 하실 수가 있겠죠

 

백 ‘성공했다’라고 느끼신 적 한 번도 없으시죠?

 

안 예, 그게 저는 과정 중인 사람이지 않습니까? 아직도 전 현재진행형이고요 성공이라는 것을 과정 중에 평가받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면 그 사람 나름대로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저는 아직도 과정 중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hn

 

백 어렸을 때도 그렇게 열심히 하셨어요?

 

안 사실은 제가 기본적으로는 게을러지기 굉장히 쉬운 사람이고요 잠도 많아서 자명종 안 켜면 지금도 20시간도 잘 수 있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저를 잘 못 믿게 돼서요 제가 쓰는 수법이 어떤 것들이 있느냐면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려면 최첨단 기술이 매달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걸 익혀야 하거든요 그럼 공부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썼던 방법이 잡지사에 전화해요 그러고 나서 이런 기술이 새롭게 개발이 된 게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제가 글을 쓰겠다고 해요 그러면 잡지사에서는 그런 글을 지금까지 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좋다고 하고 원고마감까지 주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거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요 그런데 마감을 받았으니까 저는 책임감은 굉장히 강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러다 보면 마감해 놓고는 무산시키면 안 되니까 잠을 더 줄이든지 틈틈이 시간을 내서 그걸 만들죠 그래서 잡지사에 글을 주고 나면 정말 죽을 고생을 하지만 결국은 그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알게 되거든요

 

 

 

 

백 지금 의대 시절만 말씀하신 것 같은데 초, 중, 고등학교 때는 어땠어요?

 

안 제가 초, 중,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중간 정도 밖에 못하는 공부는 그렇게 잘 못했죠. 60∼70명 정도 됐으니까 아마 30등 정도 했을 거예요

 

백 중학교 때는요?

 

안 중학교 때는 반에서 5등 정도?

 

백 고등학교 때는요?

 

안 고등학교 때는 반에서 2등 정도 하다가 고3 때 처음 반에서 1등, 전교 1등 해봤고요

 

백 그렇게 성적이 올라가는 비결은 뭔가요?

 

안 그게 아마 책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공부보다 책 읽는 게 좋아서요 끊임없이 책만 보고 살았거든요 활자중독증이라고 지금은 생각이 드는데 책에 나오는 글자가 있으면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그래서 책에 나오는 내용뿐만 아니라 거기에 나오는 페이지 숫자 뒤에 있는 전가 발행 연월일까지 다 보면 ‘이 책 한 권을 제 머릿속에 다 읽었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약간 집착을 했던 편인데요 읽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책을 읽었고요 그리고 또 책을 읽는 방법도 저도 몰랐는데 약간은 달랐더라고요 저는 줄거리는 관심이 없고요 주인공의 심리상태 그러니까 ‘저 사람은 저 상황에서 왜 저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까?’ 안타깝잖아요 어떤 불행한 주인공들 보면 그래서 나름대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저 사람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백 그게 언제부터 책을 그런 방법으로 읽으셨던 것 같아요?

 

안 글을 깨우치면서부터요

 

백 어렸을 때부터요?

 

안 아마 초등학교 2학년 정도부터인가요? 아마 그 때부터 읽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평소에는 과학전집 20권짜리 위인전이라든지 그런 책들 많이 봤었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 보면서 길을 가면서도 읽고 목욕하면서도 읽고 그랬는데요

 

 

백 ‘돌아보면 우리 어머님, 아버님께서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큰 뿌리가 된 거 같다’라든지 ‘역할을 하신 것 같다’라는 건 어떤 거세요?

 

안 아버님께서 직접 저한테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신 건 굉장히 드물고요 그나마 기억나는 몇 가지가 책을 많이 읽으셨고요 그 다음에 또 제가 어렸을 때인데요 신문에 아버님이 조그맣게 기사가 났어요 그런데 그 내용을 보니까 저희 집 앞으로 신문배달 소년이 자동차 사고를 당했대요 아주 큰 사고는 아니었는데 아버님께서 치료해주신 다음에 치료비를 이제 내려고 하는데 오히려 야단치고 신문배달 하는 애가 무슨 돈이 있냐고 이렇게 돌려보내셨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미담으로 신문에 났었던 기억이 나고요 그 다음에 이제 아버님께서 50세가 넘으셨는데요 그때 전문의 시험을 쳐서 합격하셨어요 그래서 ‘아, 나이가 들어도 학교 다니고 공부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구나’ 그런 것들도 아마 알게 모르게 저한테 영향이 됐었던 거 같습니다

 

백 어머님은 어떤 본을 보여주셨나요?

 

안 어머님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를 많이 하시는 편이죠 세상에서 자기만 생각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을 많이 배려해라, 그런 말씀들 그리고 또 교만함에 대한 경계 그래서 제가 신문에 나고 했을 때도 교만해지지 말라고 항상 그러시고 또 굉장한 자리들을 제안 받고 할 때도 그게 제가 있을 만한 곳은 안 된다 못 된다, 그런 말씀들 그 다음에 사람들 입에 많이 그렇게 오르내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백 그러면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안철수 교수처럼 내 자녀를 키우고 싶다고 하시거나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한테는 한 마디로 “이것만 해”라고 하면 독서인가요?

 

독서보다는요 정말로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부모가 이해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리고 이해하려면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가족관계라는 게 태생적으로 연결이 돼 있으니까 그냥 이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도 하나의 인간관계고요 가까운 관계면 오히려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하더라고요

 

백 따님을 키울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안 가능하면 시간을 많이 쓰려고 노력을 했고요 사실은 운이 좋았던 면도 있죠 제가 늦은 나이에 여러 가지로 생각해서 공부를 하기로 했던 건데요 그런데 그 나이 때가 마침 저희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이럴 때라서 같이 이제 항상 도서관에서 만나서 공부하고 항상 이렇게 옆에서 주말에도 같이 도서관에 다니고 끼고 살았던 것 같아요

 

백 영화 같은 이야기에요, 얼마나 좋아요 같이 수험생활을 하신 거군요?

 

안 네. 그리고 그때 또 제 아내도 법대 학생이니까 3명이 같이 다닌 셈이죠

 

백 2년을요?

 

안 네. 그런 생활들이 2년, 3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백 보통은 따님한테 어떤 걸 가장 우선순위로 하라고 가르치세요?

 

안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래요 왜냐면 이제 저희 아이가 지금 여름 방학 지나면 대학교 4학년이 돼요 졸업반이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제 앞으로 어떤 쪽으로 대학원 내지는 전공을 택할 건지 고민이 많을 때거든요 그럴 때 제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지 않고요 오히려 본인이 정말로 어떤 게 자기에게 맞는 선택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거든요 그런 선택만 하면 “어떤 선택이든지 저는 좋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매일매일 일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한 건 그것 같아요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급한 일들은 눈에 닥치니까 빨리빨리 해야 될 것 같고 중요한 일일수록 멀리 떨어져 있는 일들이 많다 보니 하루하루 그냥 지나가게 되는데요 그럼 결국은 나중에 놓고 보면 급한 일들은 다했지만 중요한 일들은 하나도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중요한 일들을 시간 계획을 세워서 먼저 하고 그 다음에 급한 일을 해라” 그러면 중요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진도가 나가게 되거든요

 

 

백 지금 많이 조언해 주신 것 중에 공통적으로 “나 자신을 알라”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거든요 “너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실 때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언을 하면 많은 사람이 못 찾는 것 같아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요 제가 가르치는 방식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지식 전달은 독학해도 되거든요 깨달을 기회를 많이 주는 게 제 목표에요 그래서 사실은 깨달아야 생각이 달라지고요 생각이 달라져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법이고요 행동으로 옮겨야 운명이 바뀌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이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많이 주는 거죠 그런데 깨달음은 학생의 몫이에요 저는 그 기회를 줄 뿐이고요

 

백 결국 그것도 다 본인들이 찾아내고 고민 많이 하고 깊이 성찰하고 해야 할 부분이네요 많은 질문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제가 여쭤보는 것 말고 어떤 궁금증이 있는지 저희가 질문을 받았거든요 몇 가지만 볼까요?

 

 

<시민 질문 1> 사업이면 사업, 연구면 연구 뭐하나 실수 하나 없는 완벽한 분이신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콤플렉스 같은 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안 솔직히 콤플렉스가 많은 편이기도 해요 네, 그런 것들이 뭐냐면 저한테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아니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와의 비교거든요 그러다 보니 남 탓을 잘 못해요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는 결국은 저 자신부터 돌아보고 내 안의 어떤 것들에 거기서 고칠 부분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찾다 보니 기본적으로 사는 게 좀 고달프죠

백 정말 고달프시겠어요? 그러면 다퉈보지도 않으셨을 것 같아요? 싸움이라는 것...?

안 네, 싸움은 거의 (안 해요) 싸우거나 남에게 화내기보다 저한테 화를 많이 내는 편이죠

백 나한테 화낼 때는 어떻게 내세요?

안 부끄러운 얘긴데 샤워할 때 갑자기 그 생각이 들면 고함 한 번 지르기도 하고요 목욕탕에서 물을 틀어놓고 고함지르면 남들이 못들을 것 같아서요

백 고함도 작게 치실 것 같은데요?

안 작게 쳤기를 바랍니다

 

 

<시민 질문 2> 일하고 공부하시느라 자유 시간이 전혀 없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세요?

 

안 저 같으면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게 영화를 보는 것이고요

백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

안 저는 좀 따뜻하고 잔잔한 영화들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헤어스프레이>라든지 <주노>라든지 좋아하고요 SF도 참 좋아하는 편이고요

백 영화? 극장에 가셔서?

안 극장에 갈 때도 있고요 토요일 날 아침 일찍 상영하는 경우 같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없으니까.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사는 게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즐길 수 있으면 참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좀 고통스러워요

백 사람들이 알아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밖에 나가시면?

안 예전에는 긴가민가 의심하셨던 것 같은데요 작년에 어떤 예능 프로그램 나온 다음에는 보자마자 확신에 차서 그냥 오시더라고요

백 불편하세요?

안 네, 제가 불편해요 아직도 내성적이고요 사실은 방송 출현도 저한테 20년이 넘었는데도 익숙하지도 않고요 성격은 안 바뀌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불편하죠

 

<시민 질문 3> 성공한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줄 수 있을 정도면 상당한 재력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솔직히 모아두신 재산이 좀 있지 않으신가요?

 

안 제가 안연구소 창업한 이래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후에는 주식을 거의 팔아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월급만 받고 살았던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자산 가치로 치면 안연구소 주식 가격으로 치면 제가 생각해도 대단히 많기는 한데요 그건 제 재산이라고 생각을 안 하다 보니 그냥 일반전문직들 월급 받는 것과 똑같이 살고 있는 거죠

백 네, 저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은 별로 없다? 주식은 있으나?

안 일반 전문직들이 그렇게 씀씀이가 헤프지 않고 열심히 모아 놓은 그 정도입니다

 

백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이루는 것에 대해서 성공의 개념이 무엇이든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뭐가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안 가장 필요한 건 우선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우선 자기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고 그리고 또 이제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면 도대체 자기가 어떤 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고요 왜 그런 말씀을 하냐면 흔히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게 틀리거든요 예를 들면 마이클 조던이 농구선수였다가 자기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메이저리그의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 야구 쪽으로 갔어요 그런데 결국은 마이너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그만두고 농구로 돌아온 것이거든요 그런 유명한 사람조차도 자기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걸 혼동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건 금방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뭘 잘하는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에 거의 10,000가지 정도 일이나 직업이 있다고 한다면 그중에서 실제로 자기가 직접 해볼 수 있는 건 10개가 안되고요 나머지 9,990개는 그냥 자기 편견과 선입관으로 나누는 거죠 이건 나한테 맞을 거야, 이건 나한테 안 맞을 거야 이런 식으로 나누고 그냥 놓고 마는데요

 

백 실제는 부딪쳐보시고 하셨어요?

 

안 실제로 부딪쳐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저도 경영에서 대해서 서른 넘어서 직접 부딪쳐 보게 됐는데요 그전까지는 많은 사람이 저한테 그 말을 했죠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경영은 절대로 안 맞는다

 

백 의사 하실 때요?

 

안 네. 의사 할 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열심히 살다 보니까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접했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다 보니 남들만큼은 할 수 있는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젊었을 때는 가급적이면 한 번씩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한 번씩은 시도를 해보면서 자기에게 안 맞을 것으로 생각했던 분야인데 자기에게 맞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자기에게 맞는 분야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나한테 안 맞는구나 그걸 또 발견할 수도 있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백 젊었을 때는 기회를 많이 주라고 말씀하셨는데 언제까지 도전할 수 있을까요?

 

안 제가 사회적인 모임들에 많이 가는데요 그때 보니까 70대 되신 어르신이 60대 되신 어르신께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당신 나이면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늦을 때라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70대 되신 분들이 60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그건 80대 때 70대를 봐도 마찬가지 일 테고요 영원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백 그러면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힘들다는 의대 공부를 십수 년을 하고서 다른 컴퓨터 쪽에 와 계시면 “의대에서의 그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스스로 그런 면에서 “나는 비효율적이었다”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시간이 의미가 있었고 그때 열심히 하다 보니까 보이신 건가요?

 

안 네, 그래서 어떤 분들이 저한테 덕담하시기를 만약에 의대를 안 가고 경영대나 공대를 갔으면 좀 더 빨리 회사를 일으켜서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루었지 않겠냐고 그렇게 덕담을 해주시는데요 제가 생각해 보니까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의대를 나왔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라도 했지 의대를 안 갔으면 지금 반도 못했었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제가 여러 분야를 해보고 MBA도 해봤지만, 의대만큼 공부량이 많은 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책임감들이 저절로 길러지게 되고요 그리고 또 빠르게 변하는 그런 상황에서 공부하는 습관들, 그리고 또 어떻게 하면 나에게 기회를 준 사회에 학생 신분이지만 내가 받은 일부라도 돌려줄 수 있을까 그래서 의대에 다닐 때 봉사활동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그런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가짐 그런 것도 의대를 다니면서 제 나름대로 가지게 됐던 그런 생각들이고요 그러다 보면 다른 분야로 옮기면 의대에서 쌓았던 전문 지식은 다 잊히는데요 의대에서 배웠던 그런 삶의 태도들은 고스란히 남아서 그대로 가게 되더라고요

 

 

백 그러면 안철수 교수를 본받고 싶은 많은 분들은 결국 우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안 불평은 자기 인생을 좀 먹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사실은 불평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불평만 하고 있다 보면 자기 인생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불평하지 말고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든지 또는 아예 그것을 탈피해서 자기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하던지 그 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불평을 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서 자기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거나 또는 아예 자기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하거나 그 둘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백 아주 중요한 얘기 해주셨는데요 아까 저희 프로그램이 ‘안철수, 성공을 말하다’ 이렇게 했더니 성공에 대한 것을 굉장히 경계하셨기 때문에 ‘안철수 교수를 말하다’ 이런다면 나 스스로 ‘나는 누구다’라고 간단히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안 글쎄요, 그게 지금 받은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요 제가 누구라고 정의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글쎄요, 저는 어쨌든 기회를 얻고 지금 현재 한국 땅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인 거고요 그리고 기왕에 이렇게 제 의식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 마당에서는 조금이라도 죽기 전에 제가 살았던 흔적을 남겨서 그냥 있었다가 사라지고 있으나 없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는 거죠

 

백 그 ‘흔적’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나중에 훗날 누군가가 안철수 교수님 책을 찾을 때 그 흔적의 검색어를 뭐로 찾으면 좋을까요?

 

안 글쎄요, ‘흔적’이라는 단어도 좋겠고요 ‘별 먼지’라는 단어도 좋겠고요 또는 ‘영혼’이라는 단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은 단어들

 

백 정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걸 부탁하고 싶어요 꼭 10대, 20대, 30대도 아니고요 모든 연령을 초월해야 할 것 같은데 같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신 말이 있다면요?

 

안 우선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자기 나름대로 인생에서 성공의 정의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을 찾으라고 노력하시라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정래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 하셨거든요 자기가 노력을 한 게 자기 스스로 감동하게 할 정도가 되어야 그게 정말로 노력하는 것이라는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설령 4일 중의 2일을 허비했더라도 남은 2일만 가지고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그거면 사실 되거든요 세 번째로는 어떤 나름대로 목표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거 같아요 목표라는 게 꼭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방향성을 설정하게 되고 갈등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백 네, 알겠습니다. 안철수 교수께서는 인터뷰 내내 ‘성공’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셨거든요 제가 인터뷰를 통해서 많이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많은 분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이 사람들은 인생의 방향성이 다르다’라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오늘 그 뱡항성을 또 한 번 확인한 것 같아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고요 우리 안철수 교수께서 20여 년 동안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사랑을 받으셨던 이유가 스스로 20여 년 동안 변함이 없으셨기 때문에 그랬다는..

 

안 발전성이 없는 사람이죠

 

백 아닙니다 항상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은 채로 변함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흔적을 남겨 가실지 저희도 기대하고 성원하겠습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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