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신산한 나날들 ...
비라도 펑펑 왔으면 함께 엉엉 울기라도 했을텐데 ..
무에 이리 마음이 엉기는지 ...

이철수씨 판화가 삽화로 들어있는 옛날 책 <몽실언니>가 새로나왔다는 광고를 보고 들어보기만 했던 그 <몽실언니>를 주문했다. 그리고 느낌표였던가에서 추천했던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썼던 그가 시인이라는 걸 처음 알고 그의 <와온바다>라는 시집 한 권을 샀다.

<몽실언니>는 읽다가 속상해서 덮었다. 어려서부터 타인들의 삶이 아프고 슬픈게 싫어서 소설을 읽는 게 싫었고 아직도 그 뻔한 내러티브가 힘들다. 대부분 .. 진실을 대면하는 것만 가지고는 고통스러울뿐이었다. 분노했고, 싸웠고, 그리고 나서야 그 고통을 냉정하게 바라볼 있었다. 그러나 고통스런 진실, 현실의 반복에 지치고 힘들어졌다. '일상속, 생활속의 실천'이라는 나름의 화두로 살고 있지만 그 '일상'은 참으로 쉽지않다, '당연하게도...' .......

<와온바다>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5월19일 방송에서< 토요일에 만난 사람들> 코너에 나와 시인이 읽어준 시들이 좋아서 샀다. <사평역에서>라는 시가 가슴에 울려와서 13년 만에 냈다는 그 시집이다. 그런데 그는 관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에겐 너무 먼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아직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고, '가끔'을 빼면 허락하고 싶지 않다. 그런 내게도 그런 시간이 올텐가?

손이 무거운 카메라를 들지 않으니 자유로와진 느낌이 들었는데 .. 한 달째 .. 가슴은 자꾸 무거워지고, 마음은 자꾸 허공을 헤매고 있다. 카메라에 내 마음을 맡긴채 살았던 것일까? 그 카메라마저 무심해졌을 때 나는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無心한 일상속에서 조차 신용카드와 공과금 영수증은 날아들고, 비민주적인 진보, 친북종북이니 이데올로기 언어들 속에 6.10항쟁과 피흘리는 이한열의 사진이 다시 신문에 실렸고, 전두환이라는 자가 육사를 사열했다는 짧은 기사가 구토나게 만든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대통령과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인지 뭐라면서 사상검증을 논하는 유신의 딸이 대통령후보로 나올거라 하고, 노동하는 아빠를 가난한 아빠라고 교육하는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읽혀진다는 소리에 다시 속이 부글거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적을 비관한 학생의 죽음이 오늘 아침도 내 눈을 적신다. 이렇게 눈물이 흐를때마나 나는 화가 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