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라니... 상처 받았다.

   

 @모닝글로리 도매점 흔적은 꽤 최근의 것이다. 위쪽으로 오래된 벽돌과 족히 20-30년은 되어보이는 건물 디자인은 사용되지 않아 낡아져버렸다. 

과연 낡기는 했다. 그래서 재개발이며 환경개선 .. 하는 말들이 십 수 년 돌았고, 포크레인 날 끝에 서 있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주민들이 배다리를 떠났고, 적지 않은 외지인들이 투자 명목으로 낡은 건물을 사들이고, 더러는 간이 건물을 지어 지분쪼개기라는 것도 해서 전면적 재개발이 어려워진 지금 이도 저도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된 건 사실이다. 곳곳에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가고 빈 집들은 무너져가고, 냄새가 났다.

우리는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쫒고 모든 것을 허물어 내고 새로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순환이 가능한 도시생태가 되길 바랬다. 서민들의 역사가 숨 쉬는 배다리를 이곳에 애정을 가진 시민들과 함께 마을을 쪼개고 관통하고 지나가려는 산업도로를 막아냈다. 쓰레기를 치우고, 허물어지는 벽을 단속하고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렸다. 고치고 가꾸는 노력을 통해 사람들이 뿌듯하고 즐겁게 하는 문화와 예술을 더한다면 애정이 생길 것이라고, '오래된'것들이 '새'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외관은 조금 더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는지 사람들이 찾아와 부러워했다.

재개발 지정으로 비가 새는 것조차 고칠 수 없고, 저렴한 도시가스도 설치할 수 없어 열악한 상황에서 지내다가 주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요구와 노력이 더해져 도시가스 공사도 했고, 비새는 곳에 보수공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재개발 앞에 집을 고쳐야할지 어떨지 몰랐던 사람들이 집을 고치고, 페인트칠도 하고 .. 그렇게 생기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버려둔 집들은 허물어져가고 작지만 새 건물이 지어지기도 한다.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특별기획 전시로 <폐허 속에서 발견한 오브제>가 8/16~28까지 배다리 7개 공간에서 진행됐다. 배다리를 사진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는 이상봉 관상의 애정 어린 포부가 그동안 있었던 전시관에서 가진 사진강좌 수강자들과 전시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진행한 전시였다.

 

두어 달 전 장소 섭외 하셨고 한 달여 전 들었던 전시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뇌리에 막힌 한마디 ‘폐허 ....’

 

 

@포스터속 이미지나 커다란 현수막의 이미지는 참 아름다웠다.

 

 

이상봉 관장이 가진 애정과 마음에서 어떻게 이런 제목이 나왔을까? 이영욱 교수는 어떤 생각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 걸까? 이렇게 좁은 공간에 이렇게 큰 전시라면 ... 깊은 뜻으로 가기 전에 날것으로 다가오는 제목의 힘을 알아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전하는게 맞을까? 어떨까? 어찌해야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여러 마을활동에 밀려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저배다리를 넓게 알리는 큰 전시를 하려니 하고 ... 재미있는 T-셔츠 전시, 마을신문 제작, 배다리 밭캉스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빳고, 사진갤러리도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가 전시준비로 바빴다. 서로를 시간을 두고 바라봐줄 여유가 없었고, 가벼운 눈인사로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며 지냈다.

 

 

 @한점갤러리에 전시된 사진들

 

배다리 밭캉스를 진행하는 둘째 날 힐끗 보게 된 전시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 폐허 ... 라니 .. 긴 제목 대신에 줄여 부르게 된 전시 제목은 폐허전이었다. 폐허.. 그대로의 폐허, 그 속에 버려진 것들의 사진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떨려왔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우리는 밭캉스 진행에 집중했다. 한 전시장 관장을 붙들고 하소연을 했다. 너무 화가 난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왜 이 배다리란 공간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전시는 서울 종로 한가운데, 강남 그 높은 대리석 빌딩 가운데, 아니 인천 저 거대한 콘크리트와 대리석이 빛나는 송도 센트럴시티에서 펼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는 주제, 소재, 대상까지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걸리는 공간은 생각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의 작가들의 ‘현실’이라고 했다. 사진영상상영이 있었지만 나는 밭캉스 공간에서 진행하는 영화<파퍼시네 펭귄들>을 보러 갔다.

 

 

@원래 버려진 빈 집을 치우고, 소독하고, 청소하고, 황토를 바르고, 도배를 하고 .. 색을 칠하고 ...

 2004년 그 집을 고치고, 아이들과 놀았던 흔적 중 하나

@2005년 송림동 언덕은 붉은 흙을 다 긁어 냈다.

 

오프닝이 끝나자 사람들의 발길은 좀 줄어들었다. 마을 신문을 만드는 사람으로, 작지만 시민이 만드는 인터넷 신문의 배다리 지역 시민기자로 마저 봐야했다. 놀라고 서운하고 아픈 가슴을 꾸욱꾸욱 누르며 조금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생각하며 전시를 봤다. 이영욱 교수의 배다리라는 공간, 배다리 공간 속의 공간, 다시 그 공간 속의 공간이 이어진 사진은 기획의도와 달리 아프고, 화가 나고, 가슴을 저리게 했다. 왜 그랬을까? 철학적 의도가 '사진'이라는 또 하나의 실제로 눈앞에 냉정하게 펼쳐낸 결과는 .. 그랬다. 

10여년 전 이제 풍림아이윈이라는 큰 아파트단지가 생기기 전 2~3년간 지냈던 송림동 8번지 철탑 주변의 기억이 떠올랐다. 쓰레기가 썩어가는 빈 집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치우며 봤던 흔적들이 조각 조각이 슬프게 낱낱히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게 하며 가슴 저리게 밀려들었다.

 

모닝글로리 낡은 건물 공간, 시다락방, 사진공간 배다리, 스페이스 빔, 한점갤러리,... 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섣부름과 서툴음이 주는 폭력이 어떤 것인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의 한계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의 위험성을, 때로는 폭넓은 이해와 깊이가 주는 울림과 이야기를, 커다란 기획이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야 하는지, 얼마나 쉽게 바닥을 보게 하는지,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다 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잇다는 것을 절절히 알게 했다.

 

 

 @아벨전시관 전시 풍경

 

 

 @모닝글로리 건물 1층 전시 풍경

 

 

 @모닝글로리 2층 전시풍경

 

 @스페이스 빔 우각홀 전시 풍경

 

 

그렇게 답답한 가슴을 안고 마지막 전시장인 띠갤러리에 도착했을 때 이상봉 관장을 만났다. 전시준비로 고생해 온 상황에 고생하셨다는 안부를 전하긴 했지만 전시를 보며 너무 힘들었고, 아프고, 서운하고 화가 난 심장이 입을 말리지 못했다.

선생님 “왜 폐허예요?”, “왜 이런 전시를 여기서 해야 하죠?”, 서툴고 낡은 호기심의 시선이 던진 폭력에 아프다고, 서운하다고, 화가 나는 마음을 그대로를 전했다. “그랬겠구나,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거기까진 생각 못했네 ... 전시가 끝나고 평가를 잘 해볼게.” “ 그런 의도는 절대 아니야” 선생님다운 위로와 걱정을 말을 주셨다. 당신은 이 배다리 공간이 다시, 그리고 이미 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도 아마 그러셨으리라 생각을 했는덷 마음이 아팠다.

.“상봉쌤 .. 저는 여기 토박이도 아니고 여기서 산다고 할 정도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여기 산다고 말하긴 그래요. 그런데도 이렇게 아파요. 예술의 깊이, 주제의식 .. 다뤄져야 하고 다뤄질 수 있는 주제지만 여기를 삶터로 살고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마 ”폐허전“으로 기억될꺼예요. 가장 큰 글씨로 가장 많이 씌어졌으니... 그리고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그냥 폐허 .. 예요. 바둥거리며 살아가는 여기 사람들에게 아직 여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파요” ... 더 많은 말을 했겠지만 대략의 내용이다.

 

 

@창영초 입구, 주차장 건너편 모퉁이에 있는 띠갤러리가 있는 마을 모습

 

 

전시를 하는 사람들은 작품과 작품이 걸릴 갤러리 내부 공간만 생각하는 거 같다. 조금 더 생각한다면 차를 주차하기 좋으냐 나쁘냐 정도다. 마을 안에 어떤 공간은 어떤 내용을 갖고 있던 그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과 공간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짧은 전시라 할지라도 분명 그렇다. 그래서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을 만날 사람들, 그 작품이 걸릴 공간에 대한 해석이 고민이 한 없이 깊어져야 한다.

 

전시를 준비하느라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조율과 조정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직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배다리에 “폐허...”라는 전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비를 새는 것 조차 고칠 수 없어 날로 피폐해지는 가운데 일상살이가 어려워지니 떠나게 되는 일이 얼마 전까지 있었기에 .. 누군가는 제목을 잘 읽지 않은 이들은 이 동네 사진으로 본 덜의 사람들은 재개발 하는거야? 하며 순진하게 묻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한때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기에 아직은 살아난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쇄락하고 피폐해져가는 걸 멈추기 어렵다는, 어쩔 수 없다는 그런 느낌? .. 그 안에 4대강 녹조라떼 속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둥거리는 물고기 처지 같은 생각이 들게 되는 건, 내가 알지 못했던 이런 마을의 생生것에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 재개발을 찬성하는 이들의 그런 말을 무시하고 지내왔는데 이 전시는 그걸 보게 했다. ‘오래되고 많이 낡은 것’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 폐허속의 오브제들의 일면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으니 더 아픈 거다. 아프라고 한건 아닌 거 같은데...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건 아녔을 텐데……. 왜 그랬을까?

 

 

매일매일 그 이미지를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는, 최소한 나-강은 참 아팠다. 이 작은 금창동 배다리 지역 7개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정말 마을 전체를 휘저을 만한 큰 전시다. 그렇기에 이 공간성에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심하게 흔들리고, 심하게 화가 나고, 심하게 아프다. 뜬금없이 눈물도 난다.

 

아마 ... 나도 그런 것처럼 우린 .가끔 너무 빤한 것을 잊어버리는 수가 있다. 아마 그랬으리라 한다. 누구도 다 볼 수는 없고,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는거니까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