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단식은 이전과 많이 다른 느낌이다.
두통이 없었는데 지난 이틀간 두통이 있다. 일반적인 명현반응의 일종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없었던 일이라 낯설다.
어쨋든 식사를 안하니 몸은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본 단식에 들어가니 먹고자 하는 욕구는 떨쳐낸 듯 하다. 나비네 개업식에 갔다가 김치 냄새에 혹했었다. ^^;;
다들 기아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별로 느끼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확실히 전에보다 많이 느꼈다. 스트레스를 술과 음식으로 푼 결과다. ... 아...씨.... 테이블이 높아져서 팔목이 너무 아프다. 쫌밖에 안썼는데 ... 쩝 .. 이렇게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전보다 피곤함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입술도 많이 트고 .. 가래도 올라온다, 헉 ㅡ.ㅡ .. 병자같다. 이 역시도 일종의 명현반응이다. 독소가 많이 쌓였던가 몸이 노화되는 증거일꺼다. 너무 허여멀건 병자같아서 화장을 좀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냄새에 특히 예민해지는 걸 느낀다. 다른 것 보다 담배나 매연이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그게 도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음식에 대한 노출은 .. 워낙 제대로 된 음식들이 없다보니 .. 그런 위협(단식과 회복식때 치명적일 수 있다는 ..^^;;) 이 음식을 떼어내는데는 효과적이다.
어제는 보름이었다. 어른들은 나름 큰 명절로 치는데 .. 엄마가 오곡밥도 안드시고, 나물도 안하시고, 부럼도 안깨셨다.
아~~ 참 ... 죄송했다. 시작 전에는 보름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 나비 개업도 그렇고 .. 외삼촌 생신잔치만-연세가 많으셔서 .. 외가댁으로 사진 찍으러 가기로 해서 .. - 그 걱정만 하셔서 ..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내가 3월에 단식하던 이유가 있었는데 .. 이번에는 그 3월이 오기 전에 무언가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어쨌든 작업실로 출근을 하면서 일꺼리가 있고, 출입이 적었던이가 벌써 며칠 째 드르며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지난 수요일에는 긴급히 공간 정리를 했다. 오히려 움직이니까 덜 힘들었는데 .. 컴터작업이고 .. 움직일 일이 없으니 ..TV는 짜증이 나고, 집에서는 컴텨를 켜는 것도 싫다. 책 읽기와 잠, 가벼운 스트레칭이 거의 전부다. 좀 일찍 귀가 해서 청소를 간단히 잠시 누웠는데 깊이 잠들어 한 밤부터 새벽까지는 잠이 거의 오지 않았다. 마그밀을 먹고 잤는데도 배변이 없는게 좀 걱정이다. 오늘까지만 마그밀을 먹어야겠다.
알람보다 좀 일찍 눈을 떴다. 몸이 무겁지는 않았고, 눈도 쉽게 떠졌다. 날이 많이 풀린데서 .. 옷을 좀 가볍게 입었는데 크게 춥지 않다. 손이 좀 더 시리긴 하다. 아직 두통은 약간 있고 .. 오늘은 평안하게 보내면 좋겠다. 아름답고 즐거운 단어들을 읽어보고 .. 미래에 대한 희망찬 계획을 세워보라는데 .. 흠 ..
평등, 평화, 정의, 꿈, 열정, 믿음, 여행, 모험, 하늘, 바람, 별, 우주 ,시, 나무, 바다, 강, 산, 친구가 된 엄마, 사려깊은 친구, 이쁜 조카-수빈, 수진, 수민, 수경, 웃는 사람들, 뷰티풀 그린, 세 잔의 차, 아프리카의 민중혁명 승리, 체, 한번에 한 사람씩 안다, 서시, 소풍 - 아, 봄소풍 가자!! , 깊은 지리산, 깊푸른 동해바다.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보랏빛 라벤더 향기, 불가리안 로즈의 달콤한 향기, 꽃길이. 나비, 무동, 결 .. 김책방은 아직 ㅋㅋ .. 세세의 웃는 얼굴, 1학년 야구부 아이의 달려가는 모습, 오후 네 시의 햇살이 비치는 세상, 이제 뽀록뽀록 올라올 봄의 전령들, 공원슈퍼 할머니의 미소, 마늘할며니의 귀여운 모습, 귀가하는 창영초 아이들 ... 마을 한 가운데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 어딘가에서 하얀 원피스 치맛자락을 가볍게 흔들며 다가오는 매화향기, 목 마를때 마시는 물 한 잔,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들, 바싹 말라서 까칠한듯 뽀송한 빨래, 말끔히 뽑아져 나오는 사진, 쓰레기라고 주웠는데 이만원, 맑게 닦여진 유리창을 볼 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열쇠를 찾았을때 .. 한아름 꽃 선물을 받아서 꽃병에 꽂아놓을때, 종이를 펼치고 펜에 잉크를 찍었는데 글이 잘 써질때, ..... 아, 정말 많네 ... 그만 ^^ 하루가 다가겠군 ..
단식은 조금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현상이나 상황에 빠지기보다는 넓고 큰 .. 어떤 .. 개념에 가까와진다고 할까? 느슨해지기도 하고 원론적인 부분이나 철학이나 이런 것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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