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이번 단식의 목표는 비움과 채움, 정리와 계획이다.
지난 해의 많은 경험과 과정들이 그 시간에서는 제대로-내 안에서 원인과 과정, 상황과 결과, 그리고 지금에 이르는- 정리되지 못했다. 그런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스스로의 정리 과정에서 격을 수 있는 오해와 왜곡, 이해 부족을 우려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나를 변명하고 질책하고 화내고 .. 다시 반성하고 좀 감정을 덜어내며 냉정하게(? 그게 가능했다라고 믿는다.) 상황을 점검하고 이해하면서 어떤 한 고개를 넘어가는 걸 느끼게 되었다.
사실 약간의 정리는 된 셈이다. 그 과정은 어떤 상황에 대한 당혹감 - 상황에 대한 분노*화 - 자기 방어와 합리화 - 사실 파악과 상황 이해를 통한 차이 인식 - 화를 덜어내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 - 자신의 상태와 주변상황에 대한 점검과 파악 및 상황결론 - 쉼과 모색 - 그대로 가던가 새롭게 낯설게 시작하던가 끝내던가 .. 뭐 대략 이런 과정이 있겠구나 한다.
단식에서는 부정적이고 어둡고 우울한 것 보다는 즐겁고 희망적인 것을, 아름답고 멋진 단어들을 하나씩 맘에 새겨보는 일이 좋다. 몸에도 마음에도 ..
해보고 싶은 일고, 해야할 일도 좀 생기는 것 같아서 ... 삶에 이유를 찾아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
새로운 어떤 시작의 가능성 앞에서 단식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번 하겠다는 결심이 미뤄진 것도 있고, 육체적으로는 화를 푸는 것을 먹는 것으로 하면서 먹는 양이 많이 늘어나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끼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거나 마구 먹어서 여하튼 몸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바꿔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명절에 제사에 친구의 방문까지 .. 발렌타인데이와 졸업시즌, 외삼촌의 생신까지 .. 이웃들과 점심도시락 모임을 이야기하고 등등 - 즐겁게 먹어야 할 일이 많았다. 일상이 다 그렇다. 그래서 단호하게 시작하지 않으면 나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 그래서 조용한 여행지나 시골에서 지내면서 하는 사람도 있고, 함께하면 쉬우니까 단식원을 이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 대안교육도, 도시농업도, 유기농 먹거리 생산도, 공동체도, 단식도, ... 삶의 공간, 매일매일이라는 일상의 시간과 사람들 속에서의 말 그대로 삶의 문화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꿈이고 어려운 일이고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일이 되어버린다. 진보활동을 하는 이들도 그래야한다. 당신들의 테두리속에서만 해서는 .. 당신들이 이해하는 방식으로만 해서는 .. '함께'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 그렇게 생각한다.
여하튼 .... 이렇게 단식을 결심하고도 단식계획도 세우지 않고 말만 떠들어놓다니 ..
회충약(요즘엔 필요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도 먹어둬야 하고 생수도 사둬야하는데 ..
게다가 단식전 2~3일은 별일없이 지내는 게 좋은데 ..
토욜에는 이웃들과 함께 먹으려 준비했던 와인과 찌게와 도시락이 바쁜 이웃들 덕에 .. 남아 있어서 그걸 먹지 않으면 이젠 썩으니까 .. 싶어 출근을 했다. 근데 며칠 따뜻하던 날씨가 으스스 추웠고, 지난 추운기간 동안의 버릇처럼 남아있는 와인을 따랐다. 컴터를 켜자마자 "무바라크 퇴진" 속보에 괜히 혼자 흥분해서 .. 남은 반병을 다 마시며 결이와 이른 점심을 먹었다. 늦은 오후에는 나비네 유기농 가게 페인트 칠 하는 날이었는데 나비네 책읽기 모임 이웃들이 색칠을 한데서 눈 인사만 나눈 참에 누군지 궁금하기도 했고, 나비 남친이 식사를 산다고 하니 ..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다. 일도 함께 하지도 않았는데 냅다 식사자리에 끼어서 .. 궁금증은 해소 했으나 .. 또 .. 과식했다. ㅡ.ㅡ;;
일욜에는 동생 전화를 받고 눈을 떴는데 놀러오란다. 동생도, 조카-수빈이도 보고싶고 해서 냅다 달려(?)갔다. 빵 먹고 싶데서 모카빵과 감자식빵을 사갖고 가서 커피와 마시고, 제부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스파게티 소스가 있어 맛나게 스파게티를 먹고, "와인 한 잔 할래?" 하는데 .. 거절 못하고 "그래!" 하고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 병을 다 비웠다...허걱 ㅡ.ㅡ .. 그런데 제부가 내가 왔다고 좀 일찍 퇴근중이란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찌게를 끓였는데 우리 셋이 모두 좋아하는 치킨주문해줬다. 결국 다 먹지는 못했지만 .. 돌아오는 길에 먹은 것들이 불어서 힘들었다. 참 나도 .. 잘 거절을 못하겠다. 먹을꺼리를 함께 만들고 나누고 권하고 먹는 과정에는 먹기만 하는 것 이상의 것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단식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는 수 없이 집에 돌아와 한방소화제와 활명수를 먹었는데 함께 먹었던 물이 상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맛이 이상하긴 했지만 엄마가 상황버섯과 뭔 뿌리같은 것을 마구 넣은 것이라 이상한 맛이려니 했는데 .. 허옇게 얇은 그물막이 있는 걸 나중에 보았다. ㅡ.ㅡ 아침까지 속이 부글부글부글~~^^;; 벌써 화장실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헐~~ 어쨋든 단식 첫 날인 오늘은 배탈과의 전쟁이다. 쩝 .. 2일 정도의 예비단식이 필요한듯 .. 게다가 엄마는 어차피 그럴꺼면 외삼촌 생신을 지나서 하란다. 안그럼 가지 말라신다. 나의 단식을 탐탁하게 여기시지 않는 엄마를 설득하는 일이 참 어려웠지만 이젠 제법 '넌 참 지독하다.' 하시면서도 챙겨주신다.
이처럼 단식을 하겠다는 내 의도에 더불어 그것을 시작하고 마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저 단식 한 번 할뿐인데도 그 개인의 의지에 방해가 되는 일은 너무도 많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의도가 사라지기도 하고, 의지가 무너지기도 한다.
일상은 하나의 의도나 하나의 목표로 향해 있지 않다. 그야말로 삶의 총체다. 그래서 무엇인가 하나를 바꾸는 일은 일상을 바꾸는 일이다. 그 일상을 바꾸는 일이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한 사람에, 잠깐의 변화도 개인의 삶에 문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사람의 일상도 그러한데 두 사람을, 세 사람을, 가족을, 마을을, 도시를, ... 세상을 바꾸는 일은 ... 흠 ... 그렇게 생각하면 못할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언제나 시작은 나와 너, 우리부터 시작하면 된다. 단, '우리'에 너무 갇히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도 갇히지 말고 .. 그래서 나를 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이런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거나 ..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 나에게는 '그렇다.' .. 당신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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