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눈이 제법 일찍 떠진다.
그대로 머리맡에 불을 켜고 지난 밤 읽던 <군중과 권력>을 좀 읽는다.
두께와 제목에 무게가 책장을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 이거 의외로 읽기 쉽다.
물론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나 엘리아스 카테티의 통찰이 눈부시다.
이제 초반이지만 .. 꽤 재미있기까지 하다.
02는 영이의 영이라니 누구의 영이 누구의 영이 .. 하는 식으로 첫 몇페이지에 머리가 어지러워 덮은 상태다. 헐~~
나는 오히려 영이라는 보다 은영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넷이나 있었다.
내 이름을 가진 이들은 좀 더 앞세대였던 모양이다.
엄마가 일어나신 소리를 듣고 배웅을 했다.
어젯밤에 돌려 둔 빨래에 유연제를 넣고 돌려놓고,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부엌 정리를 하고, 거실정리를 했다.
좀 피곤해져서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니 한시간이 넘게 잤다.
햇볕이 두꺼운 커튼을 지나 방안으로 부드럽게 펴져있어서 퍼뜩 놀랐다. 형광등을 켜뒀는 줄 알고 ..ㅋㅋ
그대로 일어나 방문을 열고 .. 엄마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힘드니 장만 옮겨 담으라 하셨다. 담그는 건 금새 한다고 ..
꼭 고무장갑 끼고 하래서 일단 고무장갑을 사오고, 뜨거운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았다.
목장갑을 낀 후 고무장갑을 끼고, 장을 퍼낼 도구를 챙겨 장독대로 내려갔다.
고추장과 된장은 조금 더 작은 데로 옮겼는데 .. 장 담그는 것 보다 퍼서 옮기는 작업이 힘들었다.
수십번 장을 이 독에서 저 독으로 팔을 바꿔가며 옮기는데 우와 .. 팔이 꽤 아프다. 가끔 도와드리긴 했지만 .. 너무 이른 시간에 하시는 탓에 거의 끝내신 것을 보고 뒷처리를 하는게 내 몫이였는데 ..올애부터 계속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장을 옮기고, 간장을 옮기는데 .. 간장에는 옻나무, 까맣게 된 고추와 숯이 있었고, 바닥에는 소금 결정이 있는데 이것이 약이 되는 좋은 소금이셨던 기억이 있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항상 이것으로 소금을 쓰고 있었는데 얼마 안되지만 긁어내어 모아뒀다.
레시피를 기억해보니 된장을 좀 씻어서 물기를 빼둬야 한다고 본 거 같아서 일딴 씻어서 물기를 빼도록 두었다.
이번에 메주는 네모난 것 네장이다. 장 마다 한말짜리라고 한다. 다른집 메주의 두배다. 나는 항상 그 네모난 것만 봐와서 다른집이 우리 반만한 것을 보고 좀 이상하다 했는데 우리집이 남다른 거였다. ㅋㅋ .. 우리집 메주는 외가에서 오는데 이번에는 콩이 너무 비싸서 어렵다고 하셔서 친가쪽 이웃분이 하신것을 받았다.
들어와 잠시 눈을 붙힌다. 힘든다는 말이 힘이 들어온다는 말이라는데 .. 정말 그런걸까? ^^
틈틈이 생수를 마시는데 전에는 하루에 2리터를 넘게 마셨던거 같은데 이번에는 물이 잘 안먹힌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기도 해서 조금씩 틈틈이 마시고는 있지만 생각이 잘 안난다. 좀 허기를 느끼거나 목이 마를때만 마시는데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신경써서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오셔서 같이 장을 담그기로 하셔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꽤 많이 자고 일어났는데 손님이 있으시다 하셔서 그냥 혼자 담겠다고 했더니 일장 다시 설명하신다. 사실 오전에 이미 장 담그기 레시피를 몇 개 찾아봤었다.
드뎌~ 시작.
계란 하나가 필요한데 .. 도대체 없다. 하는 수 없이 엄마의 계량을 믿어보기로 했다. 장독에 물기빠진 메주를 넣고 넓은 스테인레스 대야에 물을 가득 담고 소금을 큰 되 세개를 넣어 녹인 후 세번을 반복해서 장독에 붓는다. 예전보다 께끗해서 그냥 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거름망이 될 만한 걸 찾았다. 한참 찾았는데도 없었는데 마침 지난번에 꽃다발에서 빼 두었던 부직포가 있어서 씻어 사용했다. 오~~~ 굿!!
역시 장 담그는 거는 팔 힘이 중요하다. 이런 거 할때 가족들이 도우면서 하는 거 필요한 거 같다. 이런 날을 가족 화목회를 하는거다. 음 .. 좋은 아이디언데 .. ^^ .. 가족끼리 즐겁게 장 맛지게 담그고 이런 날 엄마 말고 다른 사람들이 맛난거 해서 .. 이런 게 가족 문화가 될 수 있는 거 같다.
아 .. 여하튼 소금 녹여 장독에 퍼담은 것 밖에 없는데 힘들어서 얼른 들어가 눞고 싶었지만 뒷처리가 남았다.
흐른 장을 닦고, 소금물을 닦고 뚜껑도 깨끗이 .. 집에 장식용으로 있던 참나무 숯을 씻어 말려 가스렌지불에 구워서 장 위에 띄웠다. 씻은 대야와 물건들을 볕에 널어두고 들어와 뻗었다. ^^ .. 그래도 뿌듯 ..
엄마가 다 컷단다. 헐~~ ^^;; ... 진작 했어야 했을텐데 .. 부끄러웠다.
소소하지만 일상적인 일 .. 엄마와 살다보니 하다못해 김치도 혼자 오롯이 담궈본 적이 없다. 요리나 뭐 특별한 것들은 해봤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집에서 먹는 것들은 사소하지만 직접 사보고, 만들어 먹기로 했다. 즐겁게 ... 즐겁지 않으면 일이 되고, 일이 되면 하기 싫다.
<엄마 주변인의 에피소드 하나> .. 사무실가서 써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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