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일이 일요일로 시작한 2012년의 한 주.
나에게는 어떤 다른 생生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꺼다. 그 생이 어떤 생인지는 모른다.
낯선 삶을 시작하고 싶다.
전혜린이었나?
나는 기도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
어떤 엄청난 일이 ...
무시무시하도록 나를 압도시키는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날 것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모험 끝에 허망이
여행 끝에는 피곤함만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잘 안다.
라고 ...
아직 어렸을때 .. 동생이 몇 년 외국에서 지내다 돌아와서 꽂아 둔 책에서 발견한 시詩였나? .. 그랬다.
나는 항상 일기장 첫 장에는 '서시'를 썼었는데 ...
막내 순둥이 녀석이 내가 선물로 준 일기장 첫 장에 씌어 둔 글이기도 했다.
다들 스스로 살아있음을, 살아내고 있음을 어떻게 느끼고 살아갈까?
중학교때인가? 나는 '자살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삶의 목표를 '자유 自由'에 두었던 때이기도 하다.
아마 그때도 청소년들이 기말고사나 학력고사를 끝내고 성적에 좌절하여 목숨을 끊는 일이 적지않게 TV에 나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서툰 영혼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대박을 쳤을때니까 ...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죽음'에 대한 고찰, 아니 '자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의 결론은 ...
'어차피 사람은 죽잖아 ...
잠자다가 그대로 죽는다고도 하고, 아침에 문을 나섯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일도 많은데 ...
굳이 내가 안죽어도 죽을껀데 ...
한 번 살아보지 .. 머 ...' 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 '왜 살아야 하지?'라는 물음 앞에 직면했다.
그때 ..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었던거 같다.
입시가 중요하긴 하지만 아직 '전인교육全人敎育'이라는 교육의 목표가 사라지지 않았던 시절 ...
'철학哲學 시범학교'였던 학교 덕에 그런 고민과 스스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 수준있는 철학교육은 아니었지만 많은 철학자들의 고민과정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사색'이니 '고찰'이니 하는 단어들을 흡수했던 거 같다. '나와 세상'사이의 '와'도 고민을 하고 ...
어른이 된 '어느 나'는 한동안 나를 놓치고, 잃어가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살아요?' ....... 라고
다들 웃거다 어이없는 표정이거나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들
"그냥 ... 살지 ..."
"죽지못해 살지 ..."
"왜 사냐고? .... "
답은 없다고 했다.
몇 마디 말로 답할 수 없는 생生을 물은 내가 어리석었지만 ... 나는 절박했다.
그 누구도 이것이라고 말하지 못했고
'답'은 없었다.
다만,
평생을 우리 삼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엄마한테 효도는 못해도 먼저 죽는 불효는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잡았다.
해마다 그 질문 앞에 나는 선다.
왜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나를 스스로 설득해야 할 답이 필요했다.
그 처음 답은 ... '낳아졌으니까.... 그리고 태어났으니까 그리고 결국에는 죽으니까 ... 죽기 전까지 사는 거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생生이 아니었지만 살아있으니까 산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지금 나를 이끈는 답은 ...
'삶의 이유를 찾아가며 ...사는 것'이다.
삶의 이유 raison d’être .... 를 찾는 일이 지금은 가장 큰 일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를 이끌 '사명'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딱히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내가 만난 해와 공기, 사람들, 일들, ...
그 모든 것들이 이유인듯 하기도 하고 아니란 생각도 들지만 ...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낸다.
한두 해 전이었던가?
경향일보 여적餘適에서 '나침반의 바늘'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침반의 바늘은 끊임없이 북쪽을 가르키지만 멈춰있지 않다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
그래도 언제나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
만약 그 바늘이 멈췄다면 '고장'을 의심하라는 ...
바늘이 멈춘 나침반은 고장난 것이라는 ...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는 ...
우리가 항상 흔들리고 있다는 것, 자신이 가는 길에서 언제나 의문을 품고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잘 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길에, 그 꿈에 흔들림이 없을 때 의심하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신년 새해 ..
다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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