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다 터서 '이게 왜 이러나' 하며 하루를 보냈다. 
너무 복잡한 시절이고, 시대고, 도시다보니 누군가의 능력이 한 사람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탓에 순조롭게 일을 하지 못했다. 그것에 맞춰 살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난 그걸 마특찮게 느껴서 거부하는 거 같다. 결과적으로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 일하느라 더 힘들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다음날인 어제 비가 하루종일 주룩주룩 내렸다. 좋았다. 차가운 봄비에 창이 넓은 <다행>에 어둠과 한기가 흘렀다.
사진관 테이블에 그린기획에서 주신 하얀 현수막 천을 덮었다.
시들어가는 꽃을 골라내고 꽃병을 꽂았다.  
마지막 남은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평소에 켜지 않던 백열등도 켰다.
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내린 커피를 한 잔 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서 달이네로 가려는 참에 박상흠씨가 들렀는데 .. 약속이 되있어 양해를 구하고 그냥 나왔다. 아벨에서 얻어온 돋나물과 무생채, 재미있는 묵(이름이 재미있다고 하셨다는데 기억나지  않아 그렇게 이름지었다.)과 함께 어제 먹던 김지찌게를 나비가 데우고 있었다. 나는 얼큰하게 라면을 끓였다. 마침 나비도 커피를 갈아 내려둬서 2층 달이네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 곧 드라이브 삼아 인천항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나는 다행으로 돌아와 함께 마시려던 원샷! 켜두었던 초도 무사했다. 음악을 꺼 놓고 나오려는데 전에 마을작업을 함께했던 그래피티 팀_ATA의 루시퍼와 조크가 막 들렀다. 비 오는데 차 한 잔도 못하고 인나만 나눴다. 맥주도 한 잔 하며 함께하고 싶었는데 아쉽고 미안했지만 차를 가져와서 안된다는 핑게를 고맙게 여기며 그들을 보내고 나도 드라이브를 위해 꽃길이 차에 올랐다.
그 대단한 치킨과 그제 먹다 남은 맥주를 마시고, 사가지고 온 장신구들을 달이네 카페에 장식하는 걸 보고 다행으로 돌아왔다. 
띠 갤러리에 불이 켜져 있길래 인사겸 들렀는데 기타소리가 났다. 
아, 오늘 기타콘서트 있는 날이다.

울림이 좋은 갤러리에서 기타줄을 튕기며 노래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음악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또 하나의 언어 .. 
늦은 밤까지 열어놓은 갤러리에서 그녀는 기타와 노래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아침에 신문을 가지러 나갔다가 우울한 하늘에, 비온다는 소식에 작은 병에 따라놓은 와인을 들고, 짐을 챙겨 띠갤러리로 갔다.
컨테이너 박스인지 샌드위치 판넬인지로 지어진 건물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참 좋았다. 기타소리가 퍼졌고, 맑은 음성으로 부르는 담백한 느낌의 옛 노래들이 그녀의 외로운 유학생활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들려졌다.
문득 빗물이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신청했다. 다음주(3/30)에 듣기로 하고 작은 기타이야기를 마쳤다.

조명이 밝으니 바깥보다 실내의 풍경이 보인다.

버스에 오르니 유리창에 꽃이 가득하다. 찬 봄비가 내리는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차가운 봄비가 그친 후에는 좀 더 따뜻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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