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곱고 아름다운 어머니께

효도한 건 마땅히 없어서


치사하게 나 오늘도 살아있다.


내 어여쁜 조카들에

물려줄 건 마땅히 없어서


그들에게 물려줄 조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다.


회색빛 11월은 원래 좀 흐린데

2016년 이 계절은 너무 부끄럽다.

쓰린 속을 달래며 1리터 짜리 싸구려 와인을 마구 쏟아 넣는다. 

사는 게 치사한 날들을 버티는 방법이

겨우 이거다.


겨우살이 걱정을 해야하건만

이 부끄러운 계절을 어찌해야할 지 ..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란다.

돈을 가진 게 부끄러운 나라이기를 바란다.

배고픈게 자랑이기를 바란다.

이미 돈을 갖느라 저 윗대가리들은 추접하고 더럽고 역겹고 허접하다.

불쌍한 아귀들 같으니 .. 그걸 권력이랍시고 휘두른다.


휘두르는 헛칼질에

어여쁘고 아름다운 이들이

숨을 놓치고

숨을 잘리고

숨을 버린다.


산다는 게 좀 치사한 날들에

나, 내 어머니와 내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핑게로

살아있다.


어차피 죽을꺼 .. 이 귀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게 뭘까?

어리석은 나는 속만 상하다.

부끄러운 나는 속만 아프다.


그렇게 하루 또 살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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