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나래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공부를 할때부터 가진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마치 거추장스러운 옷을 억지로 겹쳐 입은 듯한 느낌을 갖는다.
첫 장면은 잔인한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자이길래 저토록 잔인한 사형선고일까 ..
영화는 그렇게 물음표를 던지며 시작한다.
하지만 나에게 첫 장면은 생선시장이다.
냄새.
비릿한 피냄새와 썩은 생선냄새가 금방이도 밀려올 것 같은 이 장면은 어쩌면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 나래이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지루해지고, 집중이 되지 않고, 짜증스러워졌다.
냄새를 느끼게하지 못하고 말았다.
마치 TV오락프로그램에서 감정까지 설명하는 그것처럼 밋밋하고 화가나는 설명 .. 없었어도 충분할 수 있는 화면이었는데 ........
얼마나 지났을까?
향기를 쫒는 그르누이 .. 그리고 붉은 머리 소녀 ..
그렇게 이 영화는 조금 늦게
눈을 뜬다. 자신이 책이 아니라 영화라는 것을 인식한다.
책이 있는 줄 몰랐다.
15년 전에 씌어진 책이라고 한다.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시기에 그와 견줄만한 센세이션한 소설이었는데 작가가 영화화를 거부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에게서 나는 퐁네프의 드니라방 그러니까 알렉스의 느낌을 받았다. 춤을 추는 거리의 곡예사 .. 왜 그가 생각이 났을까? 아주 닮은 느낌이다.
자신의 냄새가 없는 者가 자신의 냄새를 갖고자 하는 이 연쇄살인범은 냄새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을 받고자 한다. 향기 .. 또는 냄새라는 것이 주는 미지의 매혹과 함께 .. 영화는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다.
천재적인? 아니 동물적인 .. 아니 그보다 .. 모든 냄새를 맡고 기억할 수 있는 이 능력의 소유자는 어쩌면 신과도 같다. 그는 .. 신의 외로움, 신의 광기, 신의 .. 그러나 스스로의 신일뿐 .. 그 스스로는 인간들에게는 존재감이 없는 .. 외로운 신 ..
그 냄새맡는 신이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스러운 빨강머리 소녀의 향기를 '맡은' 그는 그 향기를 갖고자 하고 .. 그것은 엄청난 광기로 .. 부유한 향기의 도시에 순수하고 고결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향기'를 수집한다. 되시는 패닉에 빠져 그를 찾지만 아무도 이 냄새나지 않는 신를 찾아내지 못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신 ..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외로운 신 ..
그러나 신이 아니기에 더욱 외롭고 슬펐을 한 인간의 이야기
영화는 그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한다.
그 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영화는 시간이 없다.
뭔가 이야기 하고 싶은걸 다 못담은 듯한 ..
마지막에 시퀀스 ..
다시 사형장 시퀀스에서의 황당시츄에이션은 ..
결국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 설명이 너무 미흡하고,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벙찐 느낌 .. 하지만 곧 이해가 된다. 그의 마지막까지 가면서의 느낌 .. 생각이 필요한 영화다.
마지막 시퀀스도 정말 코미디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건데 .. 그게 또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가 풍부하게 .. 그리고 세련되고 위트와 유머, 페이소스가 담긴 ..
그러나 책의 상상력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책이 주지 못한 구원을 허락한다.
너무 멀리 앉아서 본 것도 실수인거 같다.
그 향기를 느끼려면 화면에 조금 더 가까이 가야한다.
그리고 깊이 빠져서 보라. 될 수 있으면 그가 되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좀 더 그의 '향수'를 쫒는 방법일 수 있겠다.
책은 먼저 읽어도 좋고, 나중에 읽어도 좋고 ..
영화와 책을 함께 보는게 좋겠다.
다양한 느낌과 색깔과 .. 냄새가 읽을 때마다
볼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
영화 <향수>를 보고, 책으로도 읽었다.
그리고는 냄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냄새들이 보이지만 정작 .. 사람의 냄새는 잘 느낄 수 없다. 그르누이의 그것처럼 온갖 화합물들(샴푸, 비누, 화장품... )의 조합일수도 있고, 또는 온갖 음식물들이나 박테리아들의 냄새일 수도 있고 ..
정말로 자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게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향기를 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중 누구도 그럴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무심하기도 하고 또는 예민해지기도 하며 ..
그가 인간의 향기를 갖기위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것 처럼 우리도 자신의 향기를 위해 향수를 쓰기도 하고 허브를 쓰기도 하고 화장품을 쓰기도 하면서 지구상의 다른 것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살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섬뜩해진다. 그래서 ... 채식주이자들이 이해되기도 한다.
사람의 향기, 인간의 향기 ... 그르누이의 향기는 존재다.
어떤 존재로 확인되고, 그 존재로서 사랑받기를 원했던 슬프고도 외로운 인간.
우리도 그처럼 어떤 존재로서 인정받고자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스스로에게는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도 ..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그르누이와 같은 상황인지도 모르고 ..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 일상속에서, 내 안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 평당원 민주주의 .. 궁금하다 (0) | 2008.03.03 |
---|---|
거짓말은 나쁘다 '그리고' 학벌사회도 나쁘다 (0) | 2007.08.20 |
학력위조 ..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 줄것인가 ? (0) | 2007.08.18 |
<1번가의 기적> .. 결국 봤는데 이거 .. 왕~ 감동이다. (0) | 2007.03.28 |
<300>비쥬얼에 목숨 건 영화 (0) | 2007.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