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추울꺼라는 경고에 옷을 둘둘 싸매고 갔는데 .. 헐 .. 덥다.
한 주 만에 다시 찾은 .. 대학로 .. 창경궁이 그 근처인 건 몰랐다.
4호선을 타고 오신 악마님을 만나 함께 걸었다.
플라타나스 커다란 잎이 거리 가득 뒹굴고 .. 햇볕은 따갑도록 눈부시다. 바람은 오히려 시원하고 ..
가을에 와서야 도시는 .. 한 낮에도 색깔이 생기는 거 같다.
성문을 들어서니 .. 다른 세상이다.
마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양 .. 잠시 넋을 놓았다.
기와 끄트머리의 검은 신령들 .. 주~~욱 이어진 기둥들 .. 아무것도 없는 잔듸밭 ..
오래된 돌다리 .. 그걸 보고 멍하다가 카메라 생각이 났다.
카메라를 꺼내고 있는데 .. 멀리서 보고 계셨던 건가? 지방간님이 마중오셨다.
창경원이후 첨이랄 수 있는 창경궁은 .. 곱게 물든 단풍속에서 인상이 깊었다. 정작 .. 궁 보다는 떨어지는 낙엽과 물들어가는 나뭇잎에 빠져서 궁 구경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르신들이 산책을 오신 모양이다. 그 모양을 보니 .. 엄마 생각이 났다. 이렇게 고운 단풍을 보니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단풍을 주웠다. 유리병에 다아두면 이쁠것 같아서 ... 시시철철 제 가고 싶은 곳 다 다니는 나와 달리 .. 하루 18시간을 가계에서 보내는 엄마를 생각하면 참 .. 맘이 그렇다. 그래서 열심히 낙엽을 줍고, 물들어가는 단풍을 찍었다. 엄마 가계에 4계를 담아 걸어두려고 한다. 그렇게라도 감상하셨으면 하는 맘으로 ..
명도차가 심했다. 와우~~
노랑 빨강 초록이 어우러진 단풍이라니 .. 묘~~ 했다.
잎사귀 하나에 물들어가는 모습이 그냥 담겨있다.
떨어진 잎들이 정말 제각각 .. 색깔 모양 그리고 마름의 모양이 다 다르다. 뭐 그래도 그 자체로 너무 이쁘다. 이쁘기만 하다.
고궁, 고궁의 가을, .. 머 어디서 많이 듣고 많이 보고 .. 사실 식상해서 찍고 싶은 마음은 잘 들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산책하고 싶은 맘이 많이 들었다. 풀냄새 .. 나무냄새 .. 그런 냄새들이 맘을 편케 해준다.
그리고 후다다닥 ... 나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전화에
남은 길은 거의 찍지 못하고 달려갔다. 모두들 죄송 ... 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
몇몇 분은 창경궁 밖에서 뵙자마자 가셨고 .. 얼음과 얼음땡님 .. 모리슨님이 뉴 페이스 .. 그리고 눈점님도 첨 뵜지요? ^^
마로니에 공원 근처 칼국수에 향 깊은 술 한 잔씩 나눠주신 지방간님 땡큐 .. 말치님의 간절한 기다림속에 뒤늦게 급한 점심을 먹은 제이니 .. 그리고 입가심 커피를 마신 후 .. 산행시작!
많이 찍으러 다니던 송림동처럼 산동네 .. 배다리처럼 .. 아티인시티 프로젝트를 한 동네다.
색색깔의 벽과 대문과 지붕과 좁은 골목골목의 송림동의 소박함과는 또다른 산동네 .. 서울이 정말 다~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어떤 느낌이 .. 오지 않았다. 아니 .... 내 마음이 가지 않았다.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낯가림 일까? .. 이거다 싶은 .. 감이 오지 않았다.
무작정 눌러대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찍지 마세요".. "찍지 마세요!" .. 연거푸 몇 번 .. 소년의 목소리다.
가슴이 철커덩 했다.
정출에서 돌아와 SLR클럽에 가서 사진 감상을 했다. 사람은 주로 모델인듯하다. 모델이 문제인지 .. 너무 모델스럽고 사진이 문제인지 느낌이 안온다. 스튜디오 촬영에서의 차가움이 생각났다. 사람들의 일상에 지나가는 사람이 문득 카메라를 들이댄다. 누구냐..너? .. 라고 나도 물을 것이고 .. 내 맘에 따라 가만히 있거나 찍지 말라고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거나 웃거나 .. 할테지 ..
풍경이나 경치에 대한 감흥은 사실 많이 떨어진다.
순간의 감흥 .. 놀라움은 있지만 .. 그것이 내 안에 없을 때 .. 그것은 그냥 달력속의 사진과 다를바가 없다.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냥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
왠만한 모델 사진에서는 그 사소한 느낌들 조차 거의 느낄 수 없다.
사실 노점이 외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허락받은 일이 없는 것 같다.
굳이 싫다는 사람의 사진은 확인하고 지워줬고 .. 의외로 무작정 찍는 데도 다들 호의적이었던 기억이 많다.
가만 있거나 웃거나 .. 그럼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돌려주고 싶다.
그래서 사진을 뽑아서 그렇게 찍힌 주인공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속의 장소에 내 사진들을 걸어두는 퍼포먼스도 좋고 ..
썩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나눠줄 만 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이번 노점전 후에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정리하고, 변환하고, 올리고 ..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
오늘 하루가 다~~ 갔다.
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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