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끝나고 음력 1월4일은 할머니 제사다.

난 할머니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아무도 가르켜주지 않았고. 불러볼 일이 없었다.

지금 알고있는 할머니께서는 치매에 걸려서 요양원에 계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 하나를 데리고 재가하셔서 지금의 막내삼촌과 고모를 낳으셨다고 한다.

이제 곧 100세에 가까우시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셔서 어린 머리에 들어온 할머니의 이미지는 토지의 그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내던 임이네가 떠오른다.

첫째와 둘째, 막내 조카 까지도 첫 돌에 이 할머니의 기원을 받았는데 머리가 백발이신 할머니-그네들에겐 증조할머니 되신다.-를 보고 놀라 많이 울었던 기억이 생상하다. 요즘 엄마는 지독한 그 시어머니가 가끔 보고싶다고 하신다. 다음주에는 그 할머니 뵈러 엄마모시고 다녀와야겠다.

 

제사조자 살아있는 이들이 .. 그러나 예전처럼 조상을 모신다거나 그런 의미보다

요즘같은 시대에 떨어져 사는 이들이 조상님들 핑게삼아 의무와 책임을 더해 만나는 자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는 게 바빠 .. 뒤를 돌아볼 새 없는 삶에서 이 조차 번거롭고 힘들 수 있는 거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쑤욱~쑥 자라서 내 키를 훌쩍 넘어버린 조카녀석들 보는 것도 즐겁고

어른들 절하는 모습을 따라하는 15개월 수빈이의 어설픈 첫 제사 표정도 즐겁다.

으례 지나간 추억에서 이야기 하지 못했던 것들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결혼을 하네 안하네 아기를 낳네 안낳네 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

머 그즈음이면 음복이 끝나갈 무렵이다.

 

설을 지나고 3일만에 할머니가 돌아가신거다.

원래 아프셨을까? 아니면 설 스트레스가 있으셨을까? 사고였을까?

사실 뭐 기억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 모두의 삶은 그럴테다.

간절히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그런 거다.

 

많은 제사들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이번에는 달랑 두 상이다.

상이 좁아라 여섯상을 차리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 큰 어른들 시제는 종가로 보내고

조부모와 아버지 제사만 지낸다. 게다가 우리 차례는 나물이 없어 기제사에 비해서 편하고 쉽다.

 

사소하고 잡스러운 기억들 생각나는데로 적어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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