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비가 오는 날이었어.

물론 요즘은 장마철이니 당연히 비가 오는 거지만 ..

두 달 만에 손에 쥔 카메라를 테스트 하느라  이런저런 조작을 해 가며 사진놀이를 하고 있었지.

창영초 아이가 예쁜 우산을 쓰고 사진관 앞을 지나가길래 후다닥 달려나갔는데 .. 마침 옆 골목에서 아저씨가 나왔던 모양이야

의도치 않가 ..그들의 풍경은 부자가 걷는 모습이 됐어.

나는 그래 ... 시간의 순간을 잡는 사진속 프레임은 그래서 모두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고 ..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만 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흐려서인지 .. 오랜만에 드는 무거운 카메라가 낯설어서인지 흔들렸지.

지난 봄, 잔뜩 사들고 다녔던 미니장미를 다 나눠주고 남은 것은 말렸는데 .. 그 녀석을 찍었어.

뜨거운 기름이 튀어 얼룩진 내 손, 붉은 벽이 매혹적인 마을사진관 벽은 그냥 회색빛으로 생기를 잃었다.

색깔을 덜어내니 색의 현란한 유희에 빠져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날은 그러니까 .. 옆집 띠갤러리 써니와 그 친구분이 맥주와 아이들용 과자를 안주삼아 사왔던 날이다.

해직 기념으로 자유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나누기 시작한 맥주는 학교앞 문구점 할머니께서 부업으로 파시는 맥주를 다 사와서 더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나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내 눈에는 다른 것이 그렇게 들어왔다.

사진관 문들 닫았는데 물방울이 빛났다.

함께 살기 ..

 사진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책 저런책을 들춰보는 중이다.

 내가 이 곳에서 지나온 시간속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변한 나를 담기로 한다.

 누군가에게는 액자가 되고, 일기장이나 메모책이 되는 ..

 잘 보지 않았던 사진관 내부도 오랜만에 든 카메라로 막 달려들어온다.

어쩌면 하울의 성으로 가는 입구일지도 모른다.

100년이 넘은 학교로 가는 길 .. 야구부가 있어 높이 철망담을 쳐 놓았지만 우리 사진관까지 굴러온 공만 수십개는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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