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2016년 12월 10일 금요일 4시가 좀 넘어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300명 국회의원중 1명(친박 새누리당 최경환) 불참, 2명이 기권, 234명이 찬성, 56명이 반대, 7명 무효
공은 이제 헌재로 넘어갔다. 새누리는 62명 정도가 찬성한 것으로 보여 1000억의 국가교부금이 없다면 순조롭게 분당되겠지만 서로 나가라고 결국 돈싸움질이다. 특검은 검찰이 겁먹어서 못한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이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자 전 검찰총장은 특검 출두 요구서를 받지 않으려 도망다니고 있고, 최순실 일족들은 온갖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특검에 나오지 않고 있고, 박근혜는 황교안을 꼭두각시로 부릴 요량인지 기어이 하야도 퇴진도 하지 않고 버티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국정농단, 박근혜 게이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다음 날 청주에 사는 현숙언니가 광화문에 가냐며 문자가 왔다. 부평에서 집회를 할거라 거기 가려고 했지만 언니가 온다면 기꺼이 그를 마중하러 가마 했다. 조금 일찍 문을 닫고 시청으로 향했다. 이전보다 차가운 날씨라고 했지만(손이 시려운 걸 보니 확실이 온도가 떨어진거 같다)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 추운걸 몰랐다. 청계천 광장입구 거대 골뱅이까지 갔는데 이전보다 노점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고, 크레인이 있는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통행을 하는데 불편함을 줬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옆 종소리가 영롱하게 울렸다. 구세군이 자신들의 빌딩을 세운다는 것을 몰랐다면 얼마간 기부를 했겠지만 .. 사람들이 한 두푼 정성을 들인 기부금으로 그따위 짓을 한다는데 대해 분개해 지난 해 부터 돈을 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니 오래된 지인이 "영희야~"하며 부른다. "강"이라는 성씨이자 선택한 이름을 쓰지만 그 이름을 선택하기 전에 만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뜨거운 어묵과 닭꼬치를 좀 챙겨먹고 꺼지지 않는 LED_초와 초모양 머리삔을 샀더니 LED 불이 빛나는 봉을 주셨다. 그리고 다시 타오르는 진자 불꽃-초를 사서 불을 켰다. 그리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두 주 전 들렀과 달리 그럭저럭 지나다닐만 했다. 세월호 농성장을 지나 이순신 동상을 지나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광화문을 지나 효자동을 지나 청와대 100미터 인근까지 갔다.
분노는 사그라들고, 낯선 이들과 웃음을 나누고, 여유를 나누었다. 구호는 잦아들었지만 ..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혹시나 했는데 .. 이 사람들, 이 민중들이 이 나라를 지켜왔구나 싶었다. 절절한 그 마음들이 뭔지 모를 연대감으로 이어진 차가운 겨울, 토요일의 밤거리를 데우고 있었다.
청와대 100미터에서 경찰들이 몇 겹으로 길을 막아섰고, "얘들아 고생한다. 힘내라!"하며 말을 건네고 독한 술을 나눠마시며 시국을 이야기하고, 여성을 이야기하고, 인권과 삶을 이야기 했다. 절절한 분노의 목소리를 듣고, 시시콜콜 이 상황과 분노와 속상함을 이야기한 길고 긴 8행시를 들었다. 돌아 나오는 길, 지난번에 걸었던 곁길로 들어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광화문에 이르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만 생각하면 이렇게 마음이 아팠다. 아 ... 사는 일이란, 살아야 한다는 것은 .. 산다는 게 무너지 싶은데 .. 내 엄마의 전화, 언제오니 한다. 옆에서 그 통화를 들은 언니가 그만 가자 한다. 10시가 조금 안되서 전철에 올랐다. 언니는 서울역에서 11시 기차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인천으로 향했다.
...
화장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도 집에 도착한 내 얼굴은 얼어있었다. 추운 날씨였군 .. 싶었다. 부평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장로터리까지 가지 못하고 시장로에서 집회를 한 모양이다. 나비도 내가 부평에 도착할 즈음 귀가중이라 했다. 뒷풀이를 했을지 ..
일요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월요일은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유튜브로 수 많은 발언들을 들었다. 조금 일찍 퇴근한 엄마는 곶감 만드는 걸 정리하시고, 나는 어쩌다 잠드는 타이밍을 놓쳐 유해진의 <럭키>를 봤다. 그리 뛰어나거나 특별한 내용은 없는 멜로작품 이었지만 .. 부담스럽지 않게 볼만한 영화였다. 그러고도 김어준이 새로 하는 팟캐스트를 절반가량 듣다가 3-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어두웠다. 흐린가부다.
늦게 잠들어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몽롱하게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가 일어났다. 영 잠을 못자는 건 아니라서 불면증은 아닌거 같은데 .. 참 고단한 일이다. 구역꾸역 .. 눈을 떳고, 꾸역꾸역 출근했다.
식사도 안하고 못하고 .. 일하는 나비에게 엄마의 소머리곰탕을 갖다 주러 갔더니 뭔 촬영이 있다. 종종 있는 일이라 그러러니 했는데 .. 힐끗 보니 공유다. 생각보다 작아서 놀래다.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기도 했겠지만 .. 도깨비 촬영중이란다. 그랬군 .. 여고생들의 괴성이 그렇게 울린 거였군 .. 아침부터 ..
머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 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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