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梅花 없이 3월이다.

 

어느 따뜻한 2월이었다.

무거운 어깨가 어둠에 눌려 쓰러질 듯하다가

어스름하지만 편안한 골목 저편에서 다가오는

낯선 향기에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 든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향기가 넘쳐 흘러오는 담장을

깨금발로 힐긋 보니 ..

몇 송이 되지도 않는 매화가

저는 아닌 양 향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또 그런 어느 늦은 겨울,

혹은 이른 봄

낡고 오래된 아파트 한 귀퉁이에서 퍼져

온 동네를 봄빛으로 물들여주던 연분홍 그 매화

 

오늘, 문득 아파지는 건

늦은 겨울비 속에 참혹하게 죽어간 생명의 살빛이

그 연분홍 봄빛을 닮았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매화향도 없이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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