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전쟁이란 걸 배우는 시간




[한겨레] 종이 울리기 무섭게 달려가 긴 줄을 서고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점심… 환경 교육이나 문화와 함께 진행되는 ‘따뜻한 급식’을 고민해야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급식이요? 전쟁이에요.”

서울 영등포구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민지(15·중2)양은 점심시간이 힘들기만 하다. 김양을 비롯한 학생들은 점심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 급식실로 달려간다. 조금이라도 일찍 줄을 서야 빨리 급식을 받을 수 있고 인기 있는 반찬을 대량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10~20분 기다리는 것도 예삿일이다. 급식을 받고 자리에 앉은 뒤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김양은 황급히 밥을 먹고 일어선다. 재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밥 먹고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비좁은 급식실에서 애들과 뒤엉켜 밥을 먹다 보면 식사를 하는 건지 배를 채우는 건지 헷갈려요. 떠밀려 먹는다는 기분으로 먹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이 제겐 스트레스예요. 소화도 잘 안 돼요.”

558개 초등학교 중 132곳만 식당 운영

70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은 김양과 비슷한 환경에서 하루에 한 끼씩, 일주일에 5번, 12년 동안 매일 점심을 먹는다. 전쟁처럼 치러지는 급식은 겉으로 보면 그저 식사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수업시수 1시간, 수업일수 180일로 엄연한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다.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정책홍보 자료집은 학교 급식에 대해 ‘영양을 공급해 몸과 마음의 건전한 발달과 함께 올바른 식습관을 갖게 해 협동·질서·공동체 의식 등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덕성을 함양하고 국민의 식생활 개선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밥 한 숟가락 마음 놓고 뜨기 힘겨운 현실에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밥상은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부르는 식사시간에는 자연과 환경, 생산과 소비 등을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다. 또 식사는 문화의 기본 뼈대인 ‘의식주’ 중 ‘식’(食)에 해당하기에 문화와 전통까지도 가르쳐준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이고 영양학·위색학적인 접근만큼 문화적·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영양 만점의 깨끗한 음식이라고 해도 20분 줄서다가 15분 만에 뚝딱 먹고 일어나면 그 음식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

대안교육지 <민들레>의 현병호(46) 발행인은 “급식을 단순히 한 끼 때우는 에너지원 보충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 지금의 급식 문화”라며 급식 문화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현씨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자기 몸을 대접하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오늘의 학교급식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 과정이 빠져 있다.

위탁급식은 식중독만큼 커다란 ‘교육의 부재’라는 결점을 안고 있다. 대량생산돼 공급되는 위탁급식으로는 음식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나 누구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올라왔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음식을 먹는 학생들은 음식의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맛이 있다, 없다’를 평할 뿐이다. 음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편식 등 식습관 교정도 불가능하다. 현 발행인은 “음식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고 그저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급식 환경이다. 2005년 9월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학교식당 보유현황’을 보면, 서울 시내 558개 초등학교 가운데 학교 식당이 있는 곳은 132곳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위탁급식의 비중이 큰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위탁업체가 시설 투자를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식당 시설은 있지만 학생 수에 비하면 턱없이 좁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는 한 시간에 2~3회전씩 학생들을 돌리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줄을 서는 시간 만큼 밥을 먹는 시간은 짧아진다.

이에 견줘 교실에서 급식을 먹으면 줄을 서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아이들이 서로 등을 보며 밥을 먹는 풍경이 펼쳐진다.

또 음식물이 상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일이 생기고 음식물 냄새 등 뒤처리도 문제가 된다. 이빈파 학교급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같은 밥상에서 서로 마주 보고 먹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의 시작”이라며 “교실에서 밥을 먹으면 교실에서 수업받는 것처럼 아이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생님에게 혼나가면서 밥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 늘리자” 주장에 학부모 반발

학교 식당이 따로 없는 초등학교 426개 중 설치 공간이 부족한 학교는 391개, 설치 공간은 있으나 예산이 부족한 학교는 35개다. 현재 학교에 식당을 설치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식당을 설치하거나 확장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섣부르게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학교가 공간·예산 부족 탓만 하지 말고 남는 교실은 특별실로 활용하고 특별실 등 규모가 큰 공간을 식당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또 식당이 없어 교실에서 급식을 하는 학교는 책상을 돌려 서로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급식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의 점심시간은 50분에서 1시간 정도. 식당 등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아이들은 줄을 서고 배식을 받는 데 점심시간의 반 정도를 쓰고 있다. 천천히 급식을 먹으면 점심시간을 즐길 여유도 없이 곧바로 5교시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급식 관련 시민단체들은 급식 수업시수를 2시간으로 늘리자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면 하교시간이 늦춰져 방과 후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이러한 급식 환경에서는 교사의 지도가 들어갈 틈이 없다. 경기도 안양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최아무개(32) 교사는 점심시간마다 학생들을 줄 세우느라 지친다. 최 교사는 “많은 아이들을 줄 세우고 배식받을 때 반찬 가지고 아옹다옹하는 것을 감독하는 것 정도가 전부”라며 “급식이 교육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한 교육을 할 만한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재 일반 학교 중 급식이 교육과 함께 이뤄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친환경 생태학교를 지향하는 대안학교는 어떨까.

지난 6월29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의 도시형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점심시간을 찾았다. 12시10분이 되자 식당에 초등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벽에 세워져 있는 상을 제 손으로 폈다. 그리고 일렬로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렸다.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급식판에 밥과 반찬, 국을 받아와 상에 앉자 비로소 즐거운 식사시간이 시작됐다. “잘 먹겠습니다!”를 외친 뒤 서로 눈을 맞추며 밥숟가락을 든다. 물론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선생님은 편식하는 아이들에게는 조곤조곤 반찬을 먹도록 설득했다.

이 학교의 점심시간은 1시간20분이다. 12시30분이 되자 중등부 학생들이 내려왔다. 이 학생들 역시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밥을 먹었다. 밥을 천천히 먹는다고 재촉하는 선생님도 없었고 자리를 비켜달라고 기다리는 학생도 없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식당 한쪽으로 가서 자신이 먹은 식판을 닦았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식사부터 설거지까지 마쳤다. 초등부 1학년인 채진주(8)양은 “설거지도 전혀 힘들지 않다”며 “점심시간이 즐겁다”고 웃었다.

대안학교의 ‘식탁위원회’를 보라

성미산학교 초등교사 대표인 정현영(45) 교사는 “자녀들이 1~2명에 그치는 핵가족 시대에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서로 배려하고 식사 예절을 배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생태 프로젝트 등 음식과 관련된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고 학교급식 반찬을 만드는 조리사가 직접 아이들에게 먹거리 교육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 부모로 구성된 ‘식탁위원회’도 있어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급식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도시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도 급식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학생 수 500여 명으로 제법 규모가 큰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의 점심시간은 1시간30분이다. 학생들이 2회전을 하면서 점심을 먹지만 넉넉한 식사시간 덕분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농촌 봉사와 농사 수업을 하면서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배우고, 음식 프로젝트 등을 통해 몸에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에 대해 스스로 공부한다. 송덕희(36) 영양사는 “학생들에게 유기농 음식을 먹어야 우리 농업이 산다는 점과 운동적인 관점에서 생산·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적고 일반 교과과정이 아닌 생태친화적 교과과정으로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현재 일반 학교의 급식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급식이 환경 교육이나 문화와 함께 진행될 때 그 교육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과 인력 등 환경을 갖추는 것은 급식 문화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음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면 비로소 아이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삶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환경도 갖추지 못한 일반 학교의 급식은 갈 길이 멀다.

지금 우리의 ‘급식’은 ‘도시락’처럼 따뜻한 소리를 내지 못한다. 급식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이라기보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식판에 올려진 한 덩이 밥이다. 급식이 금속성 단어가 된 것은 정서나 교육, 문화라고는 없는 급식 환경을 제공해온 어른들의 탓이다. 급식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다. 어른들이 변해야 밥이 따뜻해진다.

ⓒ 한겨레(http://www.hani.co.kr),

 

남성도 언젠가 변화할 거라는 환상을 작살내다
[독자투고-영화평]소개하기 난감한 한 영화에 대한 비평

 

조영각 님의 <소개하기 정말 난감하게 만드는 영화들 소개하기>에 소개된(?)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에 대한 평입니다. 

 

                                                    ***     ***     ***

 

남성 동성애가 계속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남성들간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지, 또는 서로를 아껴주고 관심을 가지는 순수한 정서적 관계가 있을 수 있는지 여부일 게다. 레즈비언을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 상당한 정서적 대가를 치르지만 -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사랑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들은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거나 오래 지속하는 데 익숙하지 않으며, 여성의 도움이 없는 한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남성 동성애는 자주 이러한 남성들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하나의 케이스로 간주되기 쉽다. 물론 이러한 시각에는 오해의 소지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여성의 감정 노동에 무임승차하는 남성에 대한 절망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가 깔려 있음을 무시하기 힘들다.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남성들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상대 여성을 섹스 파트너 또는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대상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소수의 남성들은 사회화된 남성성에 혐오를 느끼고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안식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인격적인 존중을 받는 데 실패하거나, 자신이 가진 성적 자원과 감정 노동을 남성이 제공하는 물적 자원과 교환하는 오래된 가부장적 물물 교환 구조에 흡수되기 마련이다.


성인 이성애를 기반으로 이원화된 사회에서 남성 이성애자들은 대개 사랑을 여성과의 관계에서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남성 동성애자는 -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는 순간부터 - 성관계와 정신적 사랑이 서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 사회적 컨텍스트 속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성적 취향과 별도로 가부장제가 선사한 마초적 성향을 가진 게이들은 도대체 어떠한 정서적 관계를 경험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오랫동안 문명 사회는 정서적이고 유대적인 사랑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중요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떠한 인간도 인격적인 관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그 역할을 여성들이 맡아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도대체 남성 동성애자들은 어디서 그러한 유대적이고 감정적인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지 난감해진다.


게이 로맨스를 다룬 많은 텍스트들은 이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동시에 레즈비언과 이성애자를 막론한 많은 여성들은 게이에 대한 수많은 텍스트들을 통해 남성도 진정한 여성적 사랑을 경험하거나 실천하는 모습을 가상체험하며 남성들도 언젠가 변화하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러한 환상을 여지없이 작살낸다.


<얼굴없는 것들>에 등장하는 '아저씨'는 거의 모든 -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 여성들이 관계를 맺게 되는 폭력적인 남성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강간과 성관계를 혼동하거나 - 또는 일부러 호도하며 - 가부장제가 남성들에게 용인하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체제에서 쾌락을 독점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성적 취향이 아니라 섹스에서 이루어지는 권력 관계이며, 상대는 절대적으로 그보다 약한 상대여야 한다. 그는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상대의 시선을 봉쇄한 채 섹스를 통해 자신의 우위와 권력 관계를 확인한다. 그 상대가 소년인지 소녀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력과 인종, 연령에서 평등할지라도 - 게이들의 평등하고 유대가 넘치는 관계는 가능한 것인가의 질문에 이 영화는 단호히 노라고 대답하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역학 관계가 존재하듯이, 게이와 게이 사이에도 폭력과 힘의 관계가 존재한다.

더구나 상대가 '예비 남성'이기 때문에, '아저씨'의 합의된 강간은 여성에 행해지는 것보다 더욱 폭력적으로 비친다(아저씨는 민수에게 교복을 입은 모습을 '섹시하다'고 칭찬하면서 군입대 시기를 묻기도 한다). '민수'는 -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 아저씨와 정서적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만 내내 좌절되고 '얼굴없는 것'의 강간 대상이 된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인데, 독립영화계가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감독이 상대의 동의를 받고 직접 촬영했다는 2부이다. 사실 1년에 1백여 편의 영화를 섭렵하는 필자조차도 영화사상 가장 과격한 스너프 필름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아, 사드 후작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구나!) 한마디로 2부는 리얼한 배설물 페티시의 향연이다. 만약 감독이 미성년을 갓 벗어난 청년이 아니었다면 영화계에서 매장당할 정도의 비난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1부에서 보여주었다시피 게이의 정체성이란 가부장제가 제공하는 단물만 빨아먹으며 여성과 소년을 가리지 않고 강간하는 쓰레기같은 인간이라면, 도대체 그러한 인간과 이루어지는 성관계란 무엇인가?(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일체의 영혼의 교감 없이 이루어지는 섹스, 더구나 상대가 여성이 아니라 소년이라면 - 감독은 아직 자기 자신을 성인 남성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 그러한 섹스가 산출하는 것은 결국 남자의 몸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한 페티시가 아닌가?

페티시란 아무 의미없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적으로 집착하는 것이라면, 사랑이 불가능한 게이들간의 성관계는 페티시에 불과하다. 사랑이 없는 섹스일지라도 여성의 몸에서는 아기가 나오지만, 남성의 몸에서는 똥과 정액밖에 나올 것이 없다. 이것이 감독이 인식하는 게이 정체성의 극단적 형태이다.



일체의 정서적 가능성을 거세당한 자들의 섹스, '죽을 운명에 처한 자들'간의 사랑은 이렇게 과격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게이의 몸을 가진 채로 사랑을 성취할 것인가? 게이로서의 성적 취향을 가진 채로 정서적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에 물들어 있고, 가부장제는 사랑과 영혼의 풍부한 영토를 여성들에게만 허용하고 있으며, 남성들의 영혼은 가부장제의 폭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이것밖에 없다. "여자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여성에게도 사랑 없는 섹스는 정말 재미없는 것이니 말이다.

소개하기 정말 난감하게 만드는 영화들 소개하기

 

경계를 넘어서서 영화와 세상에 도전…파격의 힘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미리 알고 싶지 않은 관객들도 있고, 자신의 영화를 아무런 정보 없이 보기를 바라는 창작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상영전 작품소개를 하면서 때때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그런 경우를 겪었다. 사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전 일부러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해 알고 보건 그렇지 않건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전해준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다큐멘터리가 영화의 형식으로 차용될 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가 그렇다. 사실은 꾸며낸 이야기지만 그것을 완전 진짜인 것처럼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하는 영화.

   
 

몇 년 전 만들어진 윤준형 감독의 <목두기 비디오>(2003년)는 카메라에 우연히 잡힌 귀신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처음 그 영화를 볼 때 감쪽같이 속았다가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페이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난감했던 기억이 나는데, “귀신을 쫓는 다큐멘터리입니다”라고 소개하면 감독의 의도에 따라 함께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이건 귀신에 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니 진짜라고 생각하고 보세요.”라고 하면 영화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설명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고, 이야기도 안했는데 처음부터 거짓일거라고 생각하고 보는 관객도 있었다. <목두기 비디오>가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독립영화 <블레어 위치>(다니엘 마이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1999년) 프로젝트는 기념비적인 흥행수익을 이루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마켓팅을 위해 영화의 내용이 진짜인 것처럼 꾸미는 홈페이지까지 만들고, 귀신에 관한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



<목두기 비디오>도 영화를 공개하기 전에 인터넷에 귀신이 찍힌 영상물이 발견되었다고 소문을 내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암튼 이런 경우는 영화의 형식적 선택을 숨기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고, 영화에 관심을 증폭시키는 마켓팅 전략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예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경우는 스포일러 여부만 배제한다면 비교적 공인된 영화의 형식이며,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몇몇 영화들은 도무지 그것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처음 언급한 영화는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2005년)이다.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이 1년여 기간동안 택시 운전을 하면서, 택시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택시의 손님들과 서울의 거리를 촬영하고 자신의 모습까지 담아내 완성한 작품이다.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한 평도 안 되는 택시 안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전형적인 어떤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상상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한다.

문제는 택시 안에서 찍은 화면들을 모두 사용할 수 없었다는데서 발생한다. 영화에 꼭 담고 싶었던 어떤 손님은 정작 촬영하지 못했거나, 어떤 손님은 촬영장면의 사용을 허락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최하동하 감독은 몇몇 장면들은 지인들을 동원해 재연을 하기에 이른다.

 



실제 장면과 연출 장면을 꼭 구분해야 하나



그런데 실제 장면과 연출된 재연장면을 도무지 구분할 수 없다. 어느 장면을 재연을 했는지, 얼만큼의 분량을 재연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실 영화에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심지어 영화의 첫 장면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의 콘티화면을 보여주면 시작한다.

   
▲ 영화 <택시 블루스>의 한 장면 (사진=빨간눈사람 홈페이지)
 

다큐멘터리에 구성안이 아니라 콘티라?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택시에 탄 손님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일까? 아니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직접 배우로 출연하여 재구성한 다큐적 형식의 극영화일까?

실제 어느 영화제(CGV)에서 상영할 당시 다른 영화의 표가 매진돼서 <택시 블루스>를 보았던 어떤 관객은 최하동하 감독의 모습을 보고, 너무도 당연히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나는 영화를 소개할 때, 이 영화는 독립영화 감독인 최하동하가 영화로 먹고 살기 힘들어 택시 운전을 하던 중, 택시 안에서 영화를 찍게 되었고, 여러 장면 중에는 재연장면도 있으니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하동하 감독은 그런 사실을 밝히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실제 관객들이 아무 정보 없이 보기를 바란 것이다. 그렇다면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나의 물음에 감독은 앞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말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하나의 사례.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에 주는 운파상을 받은 이호섭 감독의 <그리고 그 후>. 이 영화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인과 결혼해서 미국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의 역경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진실만 담고 있는가

4년간 촬영되어 계절별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감독은 그의 연출의도에 맞는 인터뷰를 위해 인터뷰 장소를 때때로 바꾸었으며, 효율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할머니가 입고 있는 옷을 구입했다가, 특정 장면을 찍거나 어떤 이야기를 인터뷰할 때 그 옷을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미 감독은 할머니에 대해 대부분을 알고 있었고, 그의 삶을 보다 그림 되는 장면으로 보여주기 위해 계절과 장소에 따라 알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 인터뷰하고 다시 촬영한 것이다.

   
▲ 영화 <그리고 그 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그 때문인지 이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에선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고,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은 다큐가 반드시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삶과 세상의 진실을 전달하는데 무게중심을 두었던 한국의 독립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관객들과 그런 방식에 익숙했던 다큐 감독들에게 이 영화의 촬영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대상에게 실제가 아니라 연기를 시키는 정도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별로 바람직한 방식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떤 관객은 이 영화를 보고, 올해 본 최고의 다큐멘터리라고 찬사를 보냈는데, 내가 이 영화는 거의 재연에 가깝다고 말하자,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는 최고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극영화로 찍을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특성만 흔하게 빌려온 것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의 다큐멘터리를 시도한 것일까?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화제 속에 상영되며 ‘독불장군상’을 수상한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 역시 이러한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 세 컷으로 이루어진 한 시간 분량의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어느 고급 여관방이다.

 


몰카 형식의 극영화와 실제 셀프 카메라를 합해 만든 ‘물건’



여관에선 한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곧이어 교복 차림의 청소년이 들어온다. 이 장면은 약 40분 동안 원조교제를 하는 유부남과 청소년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의 시점으로 담고 있다. 그들은 목욕하고 섹스하면서 다소 다투기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감독은 이 장면을 실제로 본 몰래 카메라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작은 여인숙에서의 실제 셀프 카메라 장면이다. 감독 자신과 누구인지 알 수 없게 얼굴을 가린 남자와의 극단적인 성행위가 펼쳐진다. 감독은 똥을 누고, ‘얼굴없는 존재’는 똥에 성적인 흥분을 느낀다.

   
▲ 영화 <얼굴없는 것들>의 한 장면 (사진=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이 화면은 영화를 찍기 전에 이미 찍어놓은 장면이라고 한다. 몰래카메라의 재연과 셀프카메라. 그리고 마지막에 화면을 바라보는 감독의 얼굴. 단 세 컷으로 이루어진 <얼굴없는 것들>은 어떤 기록화면을 극적으로 재구성했다는 면에서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극영화와 다큐의 장르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으며, 그것을 논의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최근 독립영화들은 이렇게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어떤 영화들은 장르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기도 하다.

 

 

 

 


영화 같지 않은 영화 <나는 영화다>

이정수 감독의 <나는 영화다>(2005년)는 스스로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영화가 영화라고 선언을 한다. 일상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거리와 사람과 자신을 촬영한다. 그리고 이것을 얼기설기 이어붙이고 자신의 선문답 같은 주장을 담아서 영화를 만든다. 영 영화 같지 않지만 감독의 입장에선 이게 영화란 주장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영화 속에는 영화를 찍으려는 한 여자(배우)가 등장한다.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감독과 배우처럼 보이는 그녀는 영화를 찍고 있다. 그런데 연출을 하거나 연기는 하지 않고, 서로 질문만 주고받는다. 이게 영화의 기본 골격이다.

이정수 감독에겐 기존 영화라고 생각하는 관념으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나 리허설 혹은 대화 과정 자체를 찍는 것이 영화인 것이다. 일종의 셀프카메라이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며 실험영화에 가까운 그의 영화는 딱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형식적 파격이 있다. 그런 파격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윤성호 감독의 단편영화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2005년) 역시 형식적으로 보면 대략 난감하다.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띠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으로는 기존 드라마의 구성을 벗어난다. 영화 안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극의 구조를 완전히 해체시키고 있다.

영화 만드는 과정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이에 문득 문득 삽입되어서, 마치 메이킹 필름처럼 한 영화 안에 기본적인 줄거리와 영화 만드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두 개의 영화가 하나로 포개져서 진행되는 것과 같다.

 


끊임없는 경계 허물기는 세상에 다가가는 한 방식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실 영화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영화들은 많지 않다.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비판하는 영화들은 많지만, 영화 자체를 통해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들은 많지도 않고, 관객에게 호응을 얻기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 이 영화들은 세상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자문자답하고 있다. 이게 독립영화의 역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되묻기. 그리고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라는 것에 대해 묻고 대답하기.

물론 이런 시도들은 때론 확연한 실패로 결론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항상 새로운 시도 속에서 잉태된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변하듯이 영화도 변해 갈 것이고 그 영화들은 새로운 세상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미국노총, "한미FTA 두 나라 노동계에 재앙될 것"

 

양국노총 국제워크숍…구체적 연대방안 마련 위해 노력해야

자본의 국경 없는 이동은 노동운동의 국경 없는 연대로 이어진다. 한미FTA라는 거대한 자본시장 통합은 미국과 한국의 노동자에게 국적을 넘은 연대의 장을 여는 동시에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2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같은 시각 양국의 노동계는 ‘한미 노동자연대’를 위한 워크숍을 19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개최했다. ‘한미 FTA에 맞선 양국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이 제목이다.

워크숍은 '미국노동자가 바라보는 한미 FTA'라는 주제로 제프 보그트 미국노총(AFL-CIO) 정책국장이, ‘한미 FTA와 한국노동자’를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한미 FTA와 노동운동의 과제‘를 이철 한국노총 정책국장이 발제를 했다.

 

 

존 스위니 미국노총 위원장, "양국 노동자 단결해야 한다"



존 스위니 미국노총 위원장은 서면으로 보낸 연대사에서 “한미 FTA는 실패한 나프타 모델을 똑같은 전례를 답습하고 있다”며 “이것은 노동자의 권리와 근로조건을 약화시키며, 다국적 기업의 투자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 서비스와 공익의 제한하는 정부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 한미 양국 노동계는 10일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국제워크숍을 개최했다.
 

그는 또 “한미 양국 모두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두 나라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노동기준이 보장되는 양질의 고용을 쟁취하기 위하여 노동자들 단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미FTA는 노동자의 장밋빛 미래는 없고, 투자의 이익이 극대화고, 민중의 모든 이해는 초국적 자본에 의해 짓밟히게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이날 워크숍으로 3차 협상에도 국제연대 활동이 강화되길 기원하다”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는 양국 노동자의 운명이 걸려 있는 한미 FTA의 대응을 모색하는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자리”라며 “양국 노동자의 고민을 담아내어 성과를 만들어 투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양국 노동계의 발전적 연대를 제안했다.

 

 

"노동분쟁 해결절차 노동자에게 도움 안되는 메카니즘"

 

발제자로 나선 제프 보그트 미국노총 정책국장은 한미 FTA가 양국 노동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한미FTA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노동자에게는 어떠한 권리보호 협정도 없다. 나프타가 체결될 당시 정부는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캐나다, 멕시코 또한 자국의 노동자에게 ‘수출량이 늘어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비판가들이 말하고 있듯이 캐나다와 멕시코는 무역 적자가 늘어났고,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서비스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어 나프타 이전에 누렸던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노동자가 보조금을 받거나 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동시에 미국의 여러 노동법안은 수준이 굉장히 저하되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수준 또한 떨어졌다.

나프타에는 어떠한 노동장도, 기준과 표준도 없어 노동조항을 강요하지 않는 협정이었다. 정부와 공공서비스노조가 협약했더라도 협정이 체결되고 나면 정부는 공공성과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위한 어떠한 압박도 느끼지 않게 됐다. 분쟁해결 절차도 20여 차례 열렸지만, 멕시코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분쟁해결 메카니즘이었다.

 

"나프타 이후, 정부 노동정책 실효성 없었다"

최근 미국이 오만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장을 보면 기업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활동이 저해되면 기업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기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하면서 여러 가지 노동조건과 소비자 보호 조건의 구애를 받지 않게 한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지적재산권과 의약품 시장 개방은 소비자들이 값싸게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아동 노동으로 만든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의 운동도) 무력화시키고, 중소기업들의 생산품을 소비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우대정책을 펼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미FTA는 보다 많은 보건, 의료, 교육의 보다 많은 사유화를 진작시킬 것이다.”

   
 ▲ 제프 보그트 미국노총(AFL-CIO) 정책국장
 
제트 보그트 국장은 “양국의 노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국제노동조합 연대활동을 강화해 미국의 다자주의 협정을 막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양국의 노동자에게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 3차 협상이 개최되는 시애틀 협상을 우리가 어떻게 전환시켜 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장 유명무실 ‥기업 투자장이 최우선"

이어서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한미FTA가 초국적 자본에는 보약이겠지만, 노동자에게는 ‘독약’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미FTA의 핵심은 투자보장이지 노동장이 미국이 맺은 FTA에서 활용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형 FTA는 서비스 금융 지적 재산권 등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양자간 투자협정’(BIT)보다 더 강도 높은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철 한국노총 정책차장은 ‘한미FTA와 노동운동의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양국의 노동자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대 강화하는데 맞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이 걸린 보편적인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차장은 또 “세계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는 대안 세계화 운동과 결합하여 동아시아 민중, 세계 민중의 권리를 확장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프타 이후 조직률 떨어지고, 대안 노력도 실효성 못 거둬"

발제가 끝난 후 제프 보거트 정책국장은 나프타 이후의 미국 노동운동의 변화된 상을 소개했다. 그는 “나프타 이후 구조조정이 만연해지고 제조업의 공장이전으로 인한 실업의 증가로 실질적인 조직률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률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펼쳤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노동운동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미FTA가 노동운동의 위축과 조직률의 저하를 가져올 것을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한미FTA를 저지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양국의 노동자가 한미FTA라는 거대한 ‘괴물’에 싸우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괴물에 함께 싸우자는 힘을 모으는 데는 뜻을 같이 했으나, 그것은 또다른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동의된 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연대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그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뤘으나 구체적인 행동과 대안의 수립의 토론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앞으로 보다 발전된 연대를 확립하기 위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자 -고용 약속 어기고 기술 빼낸 후 공장 폐쇄로?

 

[해설-쌍용차 대량해고 의미와 전망]산별 출범 전 해치우기

2004년 10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그룹이 10일 1천여명을 전격적으로 정리해고 예고 통보해 그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4년 10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그룹은 노동조합과 채권단과의 3자 교섭에서 고용보장과 기술유출방지에 합의했고, 2005년 5월 17일 노사특별합의서에 “2010년까지 30만대 생산체계를 가기 위해 매년 투자하고 2005년에 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하이그룹은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5년 상하이그룹은 쌍용자동차 3명의 대표이사 중 2명을 상하이자동차 사람으로 바꿨고, 핵심인 자금과 기술연구소에 상무를 파견하면서 생산을 뺀 모든 요직은 중국 임원이 내려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지난 3년간 흑자를 달성해왔던 소진관 사장마저 쫓아냈다.

 

노후한 평택공장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까 쌍용자동차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부터 차가 잘 안팔리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구조조정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판매가 더 부진하자 회사는 약속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자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사실상의 정리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설계도면 훔쳐간 상하이그룹의 속셈

 

상하이그룹은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빼내기 위해 S-100 프로젝트(중국현지화)라는 이름으로 2005년 신차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가져갔다. 상하이그룹은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 중국에서 판매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조립생산 형태로 중국에서 싼 비용으로 차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도면을 훔쳐간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안 노동조합이 작년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현재 쌍용자동차노조는 준비된 자료를 가지고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자원부 앞에서도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

 

상하이그룹은 설계도면을 빼돌린 일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기술이전 라이센스를 체결해 합법적으로 기술을 이전해가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쌍용자동차의 첨단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면 더 이상 한국공장은 쓸모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하이그룹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판매부진을 이유로 1천여명을 정리해고하려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강력한 산별노조 출범 전에 정리해고

 

현재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식당 납품업체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 집행부도 총사퇴하고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새 위원장이 당선돼 집행부를 꾸릴 때까지 노동조합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있어 정리해고에 대응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7월 5일 산별노조 전환 찬반투표에서 9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15만이 넘는 막강한 산별노조가 올 10월이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7월 10일 사실상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한 셈이기 때문에 9월 10일경 정리해고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상하이그룹 입장에서는 위력적인 산별노조와 맞서기 전에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중국의 전략

 

인구 13억에 광활한 영토로 자동차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자동차회사를 5개 메이저회사로 통폐합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 하에 외국 자동차회사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외국회사들이 기술이전을 하지 않기 위해 한 물 간 차종을 중국 시장에 투입하고 있어 중국자동차는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부품들을 만들지 못해 한국자동차회사에 비해 3~5년 정도 뒤쳐져있는 상태다.

 

중국은 외국 자동차회사의 인수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으며 영국의 엠지로버 자동차회사와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기술을 국내 공장으로 이전해 중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서쪽으로 갈수록 높은 산이 많은 중국으로서는 RV(레저용) 차량이 매우 유용했고,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중국에게는 ‘황홀한’ 먹잇감이었다.

 

 

중국이 인수한 반도체 회사 비오이하이디스

 

중국은 한국 반도체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 2004년 7월 하이닉스에서 떨어져나온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모니터와 브라운관의 핵심부품인 판넬을 만드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비오이그룹은 연구원을 중국에 6개월씩 체류시키면서 기술을 빼가고 한국공장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비오이그룹은 한국공장을 중소형을 만드는 3세대 공장으로 전락시켰고, 대형벽걸이TV를 만드는 5세대 공장을 최근 중국에 세워 가동에 들어갔다. 결국 전혀 투자를 하지 않은 하이디스는 매출이 점점 떨어지고 적자를 면치 못했고, 회사는 2005년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나왔다.

 

심지어 비오이그룹은 일부 장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려고 시도하다 노조가 열심히 싸워 간신히 막아냈다. 그러나 중국으로 기술이 넘어간 하이디스 공장은 일거리가 없고 계속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노조 간부들 사이에서도 “이러다 문 닫는 거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이미 100여명의 조합원이 퇴사했고, 현재 900여명의 조합원들은 300여명씩 무급순환휴직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하이디스노조 황필상 사무국장은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술력을 빼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에 ‘미친’ 한국정부

 

론스타의 ‘먹튀’에서 확인했듯이 한국정부는 외자유치에 미쳐 국가기간산업을 아무런 생각없이 팔아치웠다. 모그룹인 대우그룹 부도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3년간 흑자를 내고 있던 쌍용자동차를 조흥은행을 비롯한 주채권단이 ‘외자유치’라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헐값에 중국 상하이그룹에 팔아버린 것이다.

금속노조 김성혁 정책실장은 “당시 노동조합과 많은 학자들이 중국이 국가정책으로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기업인 쌍용자동차를 판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얘기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의 신봉자들은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며 우리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채권단 어쩌구는 중국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더라도 첨단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기술이 떨어지는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분업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나 하이디스에서 보듯이 중국은 기술을 빼내가 첨단제품을 중국에서 값싼 비용으로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단번에 이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쌍용자동차 공장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이전으로 상하이그룹은 조금씩 구조조정을 단행해 쌍용자동차 공장을 축소시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김성혁 정책실장은 “한국공장을 유지하고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 조합원이 단결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1천명 정리해고 전격 통보

 

대우차 이후 최대규모 …중, 상하이 그룹 고용유지 약속파기

 2001년 대우자동차 부도사태로 인한 1,750명의 정리해고 이후 1천명에 이르는 최대규모 정리해고가 눈 앞에 닥쳤다.

 

쌍용자동차는 10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여유인력감축 관련 노사협의 요청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사무관리직 204명, 기능직 782명 등 총 986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정리해고 예고 통보를 보냈다.

 

회사는 이 공문에서 "작년에 이어 거듭되고 있는 심각한 적자 상황속에서 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해 있으며, 위기 극복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전사적인 노력과 함께 인력부문의 구조개선 및 비용절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 지원인원이 미미하여 인력부문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영합리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인원이 적어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회사는 "지속적인 판매부진으로 인해 계획정지가 계속되는 등 경영 여건이 최악에 이르고 있어 회사는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유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해고 협의를 하자고 밝혔다.

 

이에 대해 쌍용자동차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10일 오후 2시부터 비상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포함해 정리해고를 막아내기 위한 대응방안을 토론했다. 노조는 10일 밤부터 곧바로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정리해고를 막아내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6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노조와 대의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해 조합원들을 설득했고, 이에 따라 극소수의 인원만이 명예퇴직에 응하자 회사가 정리해고라는 칼을 빼어든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이번 공문은 60일 전 정리해고를 통보라는 법적 절차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추석을 앞둔 9월 10일 경 1천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이규백 선전실장은 "노동조합에서는 최대한 생산에 협조를 해왔기 때문에 회사가 말하는 경영상의 이유는 말도 안되고 상하이 자본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판매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납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 자본의 기술 이전을 위한 음모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모그룹인 대우그룹 부도 이후 워크아웃을 이겨내고 지난 2004년까지 3년동안 흑자를 유지해왔다. 채권단은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그룹에 쌍용자동차를 팔았고, 상하이그룹은 특별협약이라는 3자 협약을 통해 고용유지와 지속적인 투자 등에 대해 합의했으나 단 1년만에 약속을 어기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선 것이다.

정태인, "한미 FTA 폐해, I M F 백배 될 수도"

 

"협상결렬도 카드…'을사오적'으로 불리는 몇 명 모여서 졸속 결정"

지난 10일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제 2차 본협상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시작된 가운데,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이런 졸속 정책은 본 적이 없다"며, "협상 결렬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 전 비서관은 11일 불교방송(BBS)의 '고운기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와 같이 말하고, "(2차) 협상이 좀 지지부진 해지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고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일사천리로 가다가 국내에서 반대 여론도 높고, 또 미국 측에서 자기들의 의견이 그대로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까 이런 모델리티 얘기를 다시 들고 나온 게 아닌가 이렇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부 내에서도 대통령의 의지는 굉장히 굳센 것 같지만, 그러나 또 다른 관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다가 안 되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진행자의 말에 동의하면서, "사실은 협상카드 중에 결렬이라고 하는 것도 카드"라고 지적했다.

 

즉, "'결렬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언제나 갖고 있어야지 협상에서 우리 지위를 더 높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카드"라며 "작년만 해도 미국하고 협상을 하다가 네 나라가 협상이 중단이 됐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언제나 하다가 잘 안되면 그만두는 거지,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이고 "아직 (협상 결렬 카드를) 낼지 안낼지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FTA 의 폐해가 IMF의 열배가 아니라 백배가 될 수 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한미 FTA 의 폐해가 IMF의 열배가 아니라 백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근거로 "IMF는 우리가 3년 만에 돈을 다 갚았기 때문에 더 이상 (IMF가 우리에게) 규제완화나 긴축정책 등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지만, FTA 는 협상이 체결되면 우리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애들의 애들의 애들까지도 계속 협상을 취소하지 않는 한,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라고 한다는 것은 굉장히 클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FTA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정 전 비서관은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얘기한 것을 보면 우리가 또 경제학자로서 판단을 해보면 굉장히 근거가 희박한 이야기들을 지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비관적인 견해의 이유에 대해 "예를 들면 서비스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것이 다시 제조업 생산성으로 이어져서 우리가 선진국이 된다, 이런 얘긴데 서비스 생산성이 어떻게 높아지는지 예컨대 IMF 때 이미 우리는 해봤고 금융구조조정이라는 것을 10년 넘게 이제 했다"며 "물론 금융기관의 건전성이라든가 수익성이 높아졌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즉, "(서비스 생산성 제고나 금융구조조정 등이) 서민들과 국민들한테 소비자 신용을 늘려서 소비자 신용위기를 가져온 것 빼고는 뚜렷하게 금융기관이 개선이 됐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의 정책, 또 부작용에 대한 대책, 이런 것들이 없이 추진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게 정 전 비서관의 이어지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원래 FTA 라는 것은 반은 대외협상이지만 반은 국내협상"이라며 "한일FTA 같은 경우는 상당히 많이 그런 것들이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반해 한미 FTA는 그런 것이 전혀 없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부의 '준비 소홀'을 질타했다.

 

 

"'을사오적'이라고 불리는 몇 명이 모여서 결정했다"

 

이날 정 비서관은 자신이 청와대에 있을 때는 한미FTA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소개하고, "어떻게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되는지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FTA는) '을사오적'이라고 불리는 몇 명이 모여서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며 "그 분들도 한미 FTA가 어떤 일을 벌일지,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경태 "FTA는 서비스업 강화될 것"vs김상조 "오히려 양극화 심화시킬 것"

 

한편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한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먼저 이 원장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데 한미 FTA를 한다고 그래서 우리 서비스 산업이 저절로 발전하는 건 아니라며, "서비스 산업이 지금 낙후돼 있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지금 서비스업 부문의 무역수지 적자가 작년도에 131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미국 서비스 업체가 이미 우리나라 서비스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 국내적인 투자 여건 개선 노력과 합쳐져 가지고 미국의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직접 투자가 늘어나고 그걸 통해서 정부의 서비스 산업 정책이  더욱 더 보강되고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서비스 산업은 최종 소비가 이루어지는 산업이라기보다는 다른 산업, 특히 제조업의 생산을 위해서 중간제로 투입되는 어떤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고 전제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이나 통신, 또는 법률, 회계, 세무 등등의 이른바 '사업 지원 서비스'의 생산성이 낮아서 제조업의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정당하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과연 이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우리보다도 두 배 이상의 생산성을 갖는 미국과의 어떤 FTA를 통해서 이런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성장을 우리가 기대한 대로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위험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설사 이런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성장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이쪽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고용은 전체 서비스 고용의 약 12%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우리 국민 모두가 변호사나 회계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런 서비스업의 성장을 통해서 고용을 양질의 고용을 만들어내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타의 서비스의 고용은 이른바 영세업체의 고용 비중이 높다"며 "그 다음에 상시 고용인보다는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의 비중이 높고 여성의 비중이 높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퀄리티가 낮은 그런 일자리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양극화를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고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수준 높은 교육 소비할 것"vs"공공서비스산업이 위협받을 것"

 

이들은 이어 '의무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으나 사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있다'는 커틀러 미국 측 한미FTA 협상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엇갈리는 견해를 내놨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예를 들어 인터넷 교육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리 국내에서 미국의 수준 높은 교육을 소비할 수 있다면 그게 아마 최종 교육 소비자라든가 또는 외화 지출 면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앞으로 협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미국 업계의 구체적인 이익이 협상의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많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실은 지키고자 하는 이러한 공공서비스산업의 공공성과 안정성이 위협받을 그런 어떤 위험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생각이 된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이들은 이날 이 외에도 '투기성 자금'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 원장이 "최근에 OECD에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협정만 체결하는 경우에는 투자 증대효과 명백하지가 않은데 포괄적인 FTA를 하면서 그 중에 한 부분으로 투자협정까지 포함하면 투자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가 명백히 드러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김 교수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객관적인 기준은 사실은 경제학자에게는 찾을 수가 없다"며 "투자 협정에서 사실은 모든 포트폴리오 투자까지 포함하는 모든 것을 투자로 인정해주고 그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해주게 되면 사실은 국민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이런 투기성 잡음들이 오히려 더 많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되면 어떻게 될까', "모른다" 72%

 

늦더라도 더 준비 80%…이명박 4개월만에 1위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한미FTA협정이 장차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한미FTA 협상에 앞서 사회 경제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길리서치 연구소는 10일 발표한 '한길리뷰 창간 8주년 기념 전국민 사회 현안 여론조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먼저 한미FTA 협상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 'FTA 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미치는 산업, 금융, 농업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27.3%에 불과했다. 59.9%의 응답자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고, 협상 진행 사실을 모르는 응답자도 12.8%였다.

이에 따라 협상 시한을 늦춰서라도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미FTA협상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 '향후 사회 경제적 영향 등을 검토한 후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80%에 달했다. 이는 같은 연구소의 지난달 조사치(76.9%)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적극적으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은 7.7%에 불과했다.

한미FTA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8.2%(매우 부정 영향:13.4%+다소 부정 영향:34.8%)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 30.8%(매우 긍정 영향:4.9%+다소 긍정 영향:25.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많지 않은 정보에도 조사자들이 이 같은 답한 것은 한미FTA 반대논리는 구체적인데 반해 한미FTA 추진 논리는 막연하다는 세간의 평가와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관련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먼저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된 책임 소재에 있어서는, 고립을 자초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55%)는 의견이 대화에 응하지 않은 미국의 책임(34.5%)이라는 의견보다 더 많았다. 현재의 긴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응답(53.5%)이 '미국의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응답(40.4%)보다 높았다. 또 현재 조성되고 있는 긴장국면에 대해 우리 국민 10명 중 6명(60.7%)이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도 흥미롭다.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6.2%로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에 선두로 복귀했고, 5.31 지방선거 이후 지지도가 급상승했던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전달보다 4.6%포인트 떨어진 22.5%를 기록, 선거 승리의 효과가 한 달로 끝나는 모습을 보였다.

 

'뜨거운 토요일' 반한미FTA 집회 세곳서


공공연대 · 한국노총 등 5만여 참여…12일 민주노총 파업



한미FTA 2차 협상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FTA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법 시위 엄단이라는 유행가를 또 틀었다. FTA 반대 진영은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8일 토요일은 노동, 민중단체의 한미FTA 저지 시위가 서울에서만 3곳에서 열린다. 


이들은 세종로, 서울역, 대학로, 광화문에 모여서 한미FTA 반대 집회를 갖는다. 8일은 '집회요일'이다. 미국 협상단 귀국 하루를 앞둔 8일은 ‘뜨거운 토요일’될 것 같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노총 등 미국노동계 인사 5명이 지난 7일 입국해 한국 노동계와 더불어 2차 협상기간동안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한다는 사실이다. 



한미FTA 저지 공공서비스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2차 협상 투쟁’을 선포했다. 공공서비스 공대위에는 공무원노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건설산업연맹, 보건의료단체연합, 교수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공공서비스 팔아넘기는 한미FTA 협상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정부는 1차 협상 이후 교육과 의료 등 핵심 공공서비스에 대해서 미국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서로 별 이견이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국민에 대한 사기극”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했다.



"공공서비스 예외 발언은 국민 사기극"


▲ 지난 6월 5일 한미FTA반대 원정시위대가 한국 협상단 김종훈 수석대표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사진=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


공공서비스 공대위는 “FTA의 특성상 예외대상 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개방 대상이 되는 노름판에서 한국 협상단은 무엇을 예외시키겠다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오히려 알짜배기 공기업에 대한 외국인지분제한 해제를 추진하며, 교육시장화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또 “외국 의료진 내국민 진료 허용 등 의료를 전면 시장화하려는 정책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상수도를 비롯, 지자체가 운영하던 공공 행정서비스에 대한 민간위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서비스 공대위는 한미FTA를 △공공의료와 공교육을 파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FTA △건강보험마저 빼앗아 가려는 한미FTA △가스비, 전기기료, 수도세 폭등시키는 한미FTA △환경규제마저 무력화할 한미FTA △공공부문 효율화의 미영하에 정책 책임은 축소하고 민간자본에게 공공서비스를 모두 내줄 한미FTA라고 규정하고, “이런 한미FT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공공서비스 공대위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밀실야합으로 이 땅 민중의 미래를 팔아버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지 않다면, 당장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분노한 민중들은 정부를 퇴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대위는 △2차 협상 즉각 중단 △협상문 초안 전면 공개 △분야별 공개토론회 실시의 3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공노동자 1만여명 결집 'FTA저지 결의대회' 개최



이날 공무원노조는 1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5천여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공무원노조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 탄압중단, ILO 권고안 즉각 이행,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총액인건비제 성과시스템 도입 중단, 공직사회 3대 차별철폐, 한미FTA저지 사회공공성 강화’의 6대 요구를 내걸었다.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발표한 이후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규탄하고,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공무원연금법 개악과 총액인건비제를 통한 구조조정, 공공부문 사유화와 국민연금 개악 등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개최하는 전국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를 불법으로 규정, 각 기관과 지자체에 집회 참석 조합원을 징계하라는 공문을 시달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경차량까지 경찰을 동원하여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또한 1시부터 세종로 종합청사 후문에서 ‘차등성과급 저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장선출보직제 실현’ 등의 5대 교육현안 쟁취를 위한 전국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어 오후 3시에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공공연맹 등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오후 3시 광화문우체국 앞 도로에서 열린다. 공공노동자와 공공서비스 공대위가 함께 하는 이날 결의대회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노동자의 뜨거운 함성으로 열기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결의대회 4만여명 예정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2시부터 대학로에서 4만여명(한국노총 발표)이 참석하는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쟁취,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 등 노사관계 로드맵은 노동조합을 말살시켜 노동자의 단결권을 저해하고 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3권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자본 편향적이고 반노동자적 정책일 뿐이며, 한미FTA 협정은 이 땅의 노동자∙민중들의 삶을 더욱 피폐화시켜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것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또 “노동운동을 말살시키려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철폐와 우리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한미 FTA의 체결 저지를 위해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날 대회에는 미국노총(AFL-CIO)의 제프 보그트 정책국장, 팀 리안 연대센터 아시아담당, 아미 마쉬올라 조직국장을 비롯 니콜라스 알렌 승리를 위한 변화(Change to Win Federation)의 니콜라스 알렌 국제캠폐인 국장이 참석하여 미국노동계 또한 한미FTA 저지 운동에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하여 노사관계 민주화 쟁취, 한미FTA 저지를 위해 양대노총의 노동자들이 힘을 합치자는 연대사를 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와 한미FTA를 상징하는 대형 천 찢기와 한미FTA와 노사관계 로드맵을 상징하는 악마 형상의 조형물 화형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한미FTA 2차협상이 시작되는 10일 10시 30분에는 신라호텔 앞에서 양대노총과 미국노총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된 데 이어 12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돌입하며, 수많은 단체들이 집회와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언론노조, 한미 FTA 저지 총파업 74.2% 가결


11일 오전부터…"한미 FTA 위험성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이하 언론노조)는 7일,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4일 동안 노조 산하 사업장의 전 조합원이 참여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전체 133개 사업장 11,545명이 투표에 참여해 71%의 투표 참가율을 보였으며 이 중 74.2%인 8,571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파업은 언론노조가 지난 2000년 11월 24일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래 처음으로 이뤄지는 파업이며, 언론노련 당시인 지난 1997년 1월 노동법 개악저지를 위한 연대파업 이후 9년 만에 벌이는 파업이라고 언론노조 측은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파업의 이유에 대해 "(10일부터 열리는) 한미FTA  2차 협상은 지난 6월의 1차 본협상에서 15개 분과 중 11개 분과가 사실상 타결된 점과 통상본부장이 수차례에 걸친 타결 발언, 그리고 9월 3차 본협상 전후에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잡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미FTA  협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시기에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한미FTA 가 한국 사회에 끼칠 파장과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11일 오전 6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여의도 KBS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미FTA 추진 중단" 목소리 급속 확산


2차 협상 앞두고 긴장고조…7개부처 담화 "폭력시위 엄단"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앞두고 민주노총(위원장 조준호)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정치연구소 등 33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미FTA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7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공연대 등도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정부의 여론 조작을 규탄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한미FTA 추진 중단, 국정홍보처장 사과하라" 촉구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한미FTA 추진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미국식 FTA는 상품 무역 협정뿐 아니라 서비스와 투자, 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통상 사항을 포함하는 전면적인 경제통합 협정이기 때문에 국민 생활을 크게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공공연대)도 이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FTA가 공공부문 서비스를 사유화하고 사회공공성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공공연대가 한미FTA 협상 중단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등을 위해 제안한 단체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도 한덕수 부총리와 6개 관계부처 장관이 발표한 담화문과 관련,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막무가내로 협상을 진행시키는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평화시위를 운운하며 반FTA 진영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43개 단체들도 이날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한미FTA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TV 방송사들이 방영한 'PD수첩' 등 FTA 진단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 대변인인 국정홍보처장이 '공영방송의 횡포'라고 발언했다면서, "이는 방송사에 압력을 가해 공영방송을 위협하려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국정홍보처가 인터넷에 거짓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는 등 한미FTA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면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한미 FTA 협상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단체는 이밖에도 한국경제학회, 한국농업경제학회 소속 교수 등이 있으며, 특히 청와대 전 정책실장 이정우 교수를 비롯해서 청와대 전직 비서관들 일부도 반대 진영에 합류에 주목을 받고 있다.



"폭력시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


한편 정부는 반대시위와 관련해 "최대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주기 바란다"며 폭력시위 등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7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중앙청사에서 반기문 외교부장관, 천정배 법무부장관, 이용섭 행자부장관, 박홍수 농림부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6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 2차 한미FTA 협상 반대시위 관련 정부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한 부총리는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FTA  제 2차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일부 단체에서 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이 가지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를 존중하지만 이러한 의사표시는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폭력시위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우리의 대외 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폭력시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한 부총리는 "부존자원이 적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국제적인 FTA 확산 추세에 적극 대응해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며 "미국과의 FTA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으로 수출을 늘릴 뿐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과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해도 일부 취약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정부는 취약분야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협상하는 동시에 취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대책도 면밀히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0일부터 5일 동안 서울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한미 FTA 2차 본협상을 가질 예정이며, 이에 맞서 한미FTA저지 국민운동본부 등 반대 단체들은 12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