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우리 삶이 바뀐다]

민주노동당 “불복종운동 벌이겠다”

입력: 2007년 04월 01일 18:30:36

 

한차례 협상이 연장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종협상 연장시한을 앞두고 정치권이 찬반여론으로 들끓었다. 반대진영은 “미국에 끌려다닌 실망스러운 협상”이라며 압박했고, 찬성진영측은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폈다. 특히 반대진영은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통한 협상무효화 투쟁에까지 나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가 ‘FTA 내전(內戰)’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불복종 운동’을 천명했다. 민노당은 1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서 시민단체 주관으로 열린 ‘한·미 FTA 협상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2일 국회 본청 앞에서 FTA타결 규탄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 앞에서 25일째 단식중인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체결하겠지만 민주노동당 8만 당원과 이 땅의 땀 흘려 일하는 민중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 48명이 가입한 ‘한·미 FTA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는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김태홍 의원은 “지금부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상임위별로 청문회를 소집하고 국정조사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일째 단식중인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참여정부가 이대로 한·미FTA를 타결한다면 국익을 팔아먹고 민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편, 국익과 민생의 편에 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6일째 단식중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도 이날 “필요하다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이틀동안 추가협상을 했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전략적 목표에 미달하면 중단할 수도 있다는 주체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면서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지도부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FTA 체결 이후의 대비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당 이기우 원내대변인은 “양측 정부의 타결안이 나오면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된 바와 같이 평가위를 구성, 협상안에 대한 내용분석과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각 산업분야의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2일 최고위,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분위기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욱·이지선기자〉

[FTA, 우리 삶이 바뀐다]

車·쇠고기·섬유 3대 쟁점 결국 뒷걸음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48:02
 
정부가 ‘선진 경제체제로의 진입’을 명목으로 밀어붙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특히 핵심 쟁점인 쇠고기와 자동차, 섬유 부문에서 대부분 미국측 요구를 받아주며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 수출이 늘어나 이익이 된다”고 한 정부의 한·미FTA 추진 명분이 퇴색한 셈이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집회를 열고, 광우병으로부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전문가들은 마지막에 협상을 이틀 연장한 것은 미국의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용 포석으로 풀이했다. 특히 미국이 한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일정선까지 보장해줄 것을 강력 요구한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전까지 한국측은 미국이 관세 2.5%를 즉시 폐지하는 데 대한 대가로 한국도 관세 8%를 철폐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배기량 기준이어서 큰 차 비중이 높은 미국차에 불리한 현행 한국 자동차 세제는 물론 할부금융, 소비자 인식개선 등 80여가지를 완화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약 4.2%대다.

그러나 협상이 이어지면서 한국은 미국의 관세를 승용차는 3년, 픽업트럭은 10년, 부품은 10년내 철폐로 물러섰다. 나아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보다 강력한 한국시장 개방을 주문하자 더욱 궁지로 몰렸다. 핵심 내용이 한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보장이라는 초강수였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미국의 관세철폐는 절대불가로 3년, 10년간 순차적 철폐안마저 거둬들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막판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요인)’로 급부상한 것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시장점유율 20%까지 보장하라는 것은 ‘자유무역’을 넘어선 것”이라며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 당시 일본내 20%까지 미국산 반도체가 점유할 때까지 일본산 수입규제를 명문화한 굴욕적 협정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1일 “원화절상 등 다른 문제를 감안할 때 2.5% 미국 관세 인하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또 즉시 철폐가 아닌 단계적 인하시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측은 “배기량 기준세제를 바꾸면 일본차나 유럽차 등 고려할 문제가 남아 있다”고도 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도 “현대차의 미국 현지 생산이 현행 20%선에서 3년 뒤 70%, 4~5년 뒤 100%까지 갈 수 있어 관세철폐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품도 현지 조달비율이 높아져 10년 뒤 관세 철폐 실효가 없고, 픽업트럭은 수출용으로 만들지도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쇠고기 위생검역에서도 한국측은 미국 요구를 거의 들어준 것으로 관측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전량 반송하는 조치에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예비판정을 받을 것이라며 수입조건 완화 ‘명문화’를 요구한 데 대해 한국은 5월 판정후 들어주겠다며 ‘구두 약속’으로 버텼다. 그러나 사실상 시기 문제만 남았을 뿐 전면 수입은 기정 사실화됐다. 그밖에 돼지고기와 오렌지 등에 대한 관세 철폐안도 모두 들어줄 가능성이 커 최악의 농업협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섬유 분야 기대이익도 최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섬유 수출 증대를 한·미FTA의 최대 기대효과의 하나로 선전해왔다. 그만큼 처음부터 1500여 항목의 개방을 요구하며 자신있게 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85개로 줄었다가 막판에는 5개만 요구할 수 있었다.

주요 쟁점인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적용 면제를 요청했으나 미국의 대답은 ‘예외없는 적용’이었다. 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가 제3국 원사 사용에 대해 얀 포워드 예외를 인정받고, 중남미 국가도 역내 생산지 원사는 예외로 인정한 것과 대조된다. 페루와도 제한된 쿼터내에서는 예외를 적용받은 사실과 비교하면 최소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기대효과는 미국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실익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NAFTA를 맺은 멕시코도 2000년까지 섬유산업이 컸다가 관세까지 감내하며 밀고 들어온 중국산에 밀려 났다. 중국산에 대한 수입규제마저 내년이면 끝날 예정이다. 이교수는 “기대이익이 당초의 10%도 안된다”고 평가했다. 섬유 분과 고위급 협상의 한국 대표인 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이 오전 협상 뒤 “갈 길이 멀다. 노력하고는 있으나 어려운 점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은 배경이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
[FTA, 우리 삶이 바뀐다] 의회 제동에 美 돌연 연장 요구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47:52

 

 

‘타결 임박’…‘시한 연장’…‘곧 타결’…‘결렬?’….

지난달 31일 오전이면 끝나기로 돼 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협상이 ‘협상시한 이틀 연장’으로 결론나기까지 상황은 시시각각 요동쳤다.

당초 외교통상부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에 의해 한·미 FTA가 처리되려면 본서명 시점(미국시간 6월29일) 90일전인 3월31일까지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FTA 체결의사를 통보해야 하지만 31일이 토요일로 휴일인 만큼 의회 통보 시한은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가 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그리고 양측 협상단은 본국에 대한 협상결과 보고 등 절차를 고려해 협상 시한 목표를 한국시간 31일 0시로 잡았다.

그런데 30일 오후 3시쯤 갑자기 협상 시한과 관련해 전혀 다른 소문이 돌았다. 내용은 “한·미 FTA 관련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취소됐으며 미국이 협상시한을 4월2일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 양측은 곧바로 이런 소문을 부인했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 청와대 김정섭 부대변인은 “협상시한은 연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협상단의 스티브 노튼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도 기자실을 찾아 “미국은 협상시한 연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 밤 12시가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고 강조했다.

30일 밤으로 접어들면서 협상은 점점 타결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오후 5시쯤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장에 나타나면서 카란 바티아 미 USTR 부대표간의 최후 담판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최대 쟁점인 농업 고위급 협상도 오후 7시부터, 또다른 대형 쟁점인 섬유 고위급 협상은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오후 9시 무렵에는 청와대에서 협상 타결을 우선 발표하고, 추후 세부 쟁점 사안에 대한 조문화 작업 형식의 협의를 해소하는 ‘선(先) 타결, 후(後) 협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미 FTA 타결’은 발표만 남은 일인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목표로 삼았던 30일 자정이 지나 날짜가 바뀌었는데도 ‘타결’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시간 양측 협상단은 구체적인 협상이 아닌 시한 연장을 논의하고 있었다. 양측은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잔여 쟁점에 대한 입장차는 어느 정도인지와 함께 추가적 협상을 다룰 경우 마지막으로 남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지를 논의했고, 미측은 미 의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미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31일 오전 7시40분쯤 브리핑을 통해 “협상시한을 48시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석기자〉

 

[FTA, 우리 삶이 바뀐다] ‘여론이 무서워…’ 팽팽한 긴장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51:02
 

 

협상시한이 48시간 연장됐지만 1일 한·미FTA 협상장 안팎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간간이 협상장을 나오는 한국측 협상단의 표정은 전날보다 더 굳어졌고, 미국측도 시종 무표정이었다. 미국측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져 당초 목표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협상 마지막날인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한·미FTA 협상장 분위기는 농업과 자동차 등 핵심 쟁점의 이견이 분명해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부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쇠고기 등 민감품목과 자동차, 섬유, 금융 등 핵심 쟁점을 놓고 2일 새벽까지 최후 협상을 이어갔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김본부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11시15분쯤 굳은 표정으로 협상장에 돌아와 청와대의 막판 지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오전부터 농업분과를 시작으로 실무협상이 열렸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대부분 핵심품목은 입장차가 컸다”며 “미국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어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협상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미측 대표인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 수석협상관은 오후 5시30분쯤 분과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일정상 유럽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농업 분야 협상 결과에 궁금증을 보탰다. 이어 한국측 농업 분과 대표인 민차관보도 협상장을 나와 고위급 손을 떠난 것으로 풀이됐다.

금융분과장인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정책심의관은 “우체국 보험은 비교적 낙관적이지만 ‘일시 세이프가드’는 협상 마지막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계속된 진통을 예고했다.

자동차 협상장도 냉랭한 기운이 감지됐다. 특히 막판 미국측이 미의회와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주문을 내세워 강공을 펴고 있어 긴장이 고조됐다는 전언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이 농업 개방에 대한 요구는 늘리면서 자동차 개방폭에는 인색하게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측의 양허안과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우리측의 관세협력 방안을 놓고 신경전이 진행중인 섬유협상도 난항이긴 마찬가지였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30일에 이어 이날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전 9시반쯤 협상장을 방문한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측 협상단과 1시간 정도 의견을 나눈 뒤 오후 10시30분쯤 다시 서류뭉치를 든 채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협상장 밖에도 긴장감이 넘쳤다. 오전 11시 하얏트호텔 앞에서는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 등 의료인·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공동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중단이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병역기자〉

 

 

[FTA, 우리 삶이 바뀐다]

먼저 ‘속’ 다 보인 채 끝까지 끌려다녔다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48:4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정부가 꺼낸 최후 협상 카드는 ‘비장의 카드’가 아니라 ‘버린 카드’가 돼버렸다. 우리는 제시할 수 있는 모두를 미국측에 보여준 반면 미국측은 우리의 협상카드를 본 뒤 그들의 입맛에 따라 제맘대로 요리했다. 우리측 협상단에 협상전략은 없었고, 타결해야 한다는 과제만이 있었다. 미국은 막판까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협상시한을 스스로 물리면서까지 요구 수위를 높여갔다. 반면 우리측 협상단은 협상 초기 내세웠던 호언장담에서 갈수록 후퇴를 거듭해 애초부터 이익의 균형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협상을 벌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11시쯤 어두운 표정으로 하얏트호텔 협상장에 돌아오고 있다. /서성일기자
◇먼저 전략 노출해버린 한국=정부는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국에 끌려다녔다. 의회가 주말에는 일하지 않으니 원래 협상 시한보다 이틀 앞당겨 마무리하자고 독촉했던 미국을 철석같이 믿고 시한에 맞춰 마지노선을 공개했는데 돌아온 미국의 반응은 우리측의 허를 찔렀다.

가부를 답변하는 대신 ‘의회가 일할 수 있다고 하니 원래대로 가자’며 48시간 더 논의하자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시한 결정도, 시한 연장도 모두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고 정부엔 ‘따르느냐, 마느냐’는 선택만 있을 뿐이었다.

당황한 정부는 고심끝에 ‘일단 타결선언은 하고 후조문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사실상 미국은 거부했다.

결국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난달 31일 ‘양국은 이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 타결 선언도 없었다.

‘자동차 등 핵심쟁점에서 더 받아내겠다’는 조건으로 미 의회의 연장 협조를 끌어낸 미측 협상단은 추가 논의시간인 48시간 내내 우리측을 압박했다.

1일 속개된 농업 분야 협상에서 쇠고기와 오렌지 등 핵심 민감품목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다시 강경해졌다.

한·미FTA저지 범국본 등은 “우리가 왜 미국이 정한 시한 때문에 밤잠도 자지 못하고 밤샘 협상에 임해야 하느냐”며 “굴욕적 협상을 접고 지금이라도 협상장을 뛰쳐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상 내내 끌려다닌 한국=미국식 표준안 관철을 내세운 전방위 공세 앞에서 한·미 FTA 협정 타결을 지상 최대 목표로 내세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처음부터 넓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이 거듭될수록 공세를 강화해 협상 막바지에 히든카드를 들이미는 협상 방식을 구사했다.

협상 초기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과의 FTA는 미국이 정한 표준안에 끼워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FTA 진영의 비판에 정부는 ‘두고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은 예상대로 협상 막판에 ‘쌀 시장 개방’ 요구를 시사하며 판을 뒤흔들었다. 협상 의제도 아닌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사실상 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반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는 철저한 논의 배제 전략으로 일관, ‘빌트인’ 방식이라는 모호함 속에 가둬버렸다. 우리측의 거의 유일한 공세분야였던 무역구제는 ‘어림도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자동차 및 섬유 관세를 철폐하라는 우리측 요구는 ‘수출하는 만큼 수입하라’ 및 ‘우회수출 방지를 위해 현지실사 및 세세한 경영정보까지 제공하라’는 과도한 요구로 맞대응하며 돌연 공수 위치를 바꿔버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외환위기 같은 비상사태시 자금송금을 일시적으로 제한하자는 최소한의 요구마저도 미국은 거부했다.

정부는 협상 초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미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제 드러난 결과는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물품에 대해 물품 취급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 별반 얻어낸 것이 없다. 우리측의 목소리는 협상이 거듭될수록 잦아들어갔다.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요구는 막판 통상장관급 쟁점까지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아웃’됐다.

〈권재현기자〉

 

“쌀 빼고 다 내주는 전대미문의 농업학살”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57:1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비판적 전문가들은 “한·미 FTA는 ‘자유무역’ 협상이 아니라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요무역’이며, 국내 세제, 검역, 약값 등을 미국식으로 다 바꿔야 하는 경제통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경제적 이익도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한신대 이해영 교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함께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과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봤다. 좌담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사회=한·미 FTA 협상 마지막 날 미국측 요구로 일정 시한이 48시간 정도 연기된 배경은 무엇으로 보나.

심상정 의원(이하 심상정)=노무현 정부는 내용 여부에 상관 없이 타결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즉시 철폐해온 자동차 관세를 미국측 요구인 ‘자동차 3년, 픽업트럭과 부품은 10년 관세 철폐’ 등의 안을 갖고 조율해왔다. 이마저도 불균형 협상이지만 우리 정부는 감수하려고 했는데 미 의회에서 시장점유율 균형까지 내걸어 3년, 10년 안도 안된다면서 더한 요구를 해오는 게 협상을 이틀 연장한 핵심 요인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찰스 랭글 세입세출위원장, 레빈 무역위원장 등 미 의회 인준에 결정적 권한 가진 의원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낸 것이 변수였다.

우리 정부가 세제 개편이나 소비자 인식제고 등 자동차 모든 분야 주문을 들어주는 대신 미 행정부는 승용차와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한을 각각 3년, 10년으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민주당 핵심 의원들 주문은 한국 내 미국 차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지 미국 내 관세 철폐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최소한의 체결 명분인 자동차 관세 철폐조차 얻지 못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협상을 마땅히 결렬시켜야 했다. 한국 내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보장 요구는 실제 협상 성립 자체를 부인하는 거라서 협상을 체결하지 말아야 했다. 그걸 감수하고 체결한다면 우리 정부의 도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태인 전 비서관(이하 정태인)=미국이 추가로 시장 점유율을 더 들이댄 것이다. ‘자유무역’ 협정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통상 역사로 보면 그다지 이상한 요구가 아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도 똑같다. 일본 내 미국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 차지할 때까지 일본 반도체의 수입을 규제하겠다고 했고, 일본이 굴복해 협정을 맺었다.

이해영 교수(이하 이해영)=(미 하원 무역소위원회) 샌더 레빈 위원장이 지난해 8월3일 ‘한국과 공정무역법’안을 제출했다. 한국 내 미국차 판매 20% 달하기 전까지 관세를 동결하라는 거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뒤 나온 일련의 보도를 보면 협상 48시간 연장은 정말 갑갑한 일이다. 3년, 10년 안도 빈 껍데기인데 거기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신통상 정책을 제출하면서 협조문(서한)을 반영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미국 관세 철폐 반대 급부로 한국의 세제 개편, 소비자 인식 개선 등 미국측 요구 리스트 80여개를 받아주기로 한 거 아니었냐. 참여정부가 어떻게 맨정신에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수입차 점유율이 4.2%인데 5배까지 허용해주고 미국은 빈 껍데기인 관세 2.5%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심상정=결국 관세 철폐가 FTA 기본이고 자동차 분야는 우리 정부가 최대 효과로 선전한 것인데 아예 관세 철폐 시기를 후퇴하는 정도의 협상안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체결해선 안된다. 자동차는 우리 정부가 국민 건강권이나 공공서비스 시장화, 국가 주권 훼손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가리기 위해 경제 측면에서 득실을 강조해온 분야다. 그런데 자동차 관세 철폐가 아예 늦춰지거나 불가능해질 때 FTA의 긍정적 효과라는 무역량 증가조차 부정하는 게 된다.

이해영=3년, 10년 안도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제안인데 껍데기다. 현대차 미국 현지 생산이 현재 20%에서 3년 뒤 70%, 4~5년 뒤 100%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관세 철폐 의미가 없다. 부품도 쏘나타 현지 조달 비율이 70%다. 부품도, 차도 현지에서 만든다면 10년 뒤 부품관세 철회 필요가 없다. 픽업 트럭은 우리가 만들지도 않는다.

사회=쇠고기 개방에 대한 한·미간 입장 차이는.

정태인=미국은 오는 5월 이후 국제수역사무국(OIE)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회의 결과가 나온 뒤 개선 여부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심상정=쇠고기 문제는 내용상 합의됐는데 명분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다. 이 대목에서 한·미 FTA라는 ‘괴물’의 실체를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각의 얘기처럼 미국식 제도를 이식해 선진 제도를 수용하는 게 아니라 미국 이익을 위해 국내 세제부터 약가, 위생검역 정책 등 다 변경해야 하는, 경제통합 성격이다. 경쟁력 향상이 아니라 미국 다국적 기업 이익을 무제한 극대화하는 강요 무역협정이다.

정태인=그래서 ‘FTA’가 맞다. ‘Force(완력) Trade Agreement’ 아니냐.

심상정=쟁점이 3가지다. 쇠고기 문제는 40%인 관세 철폐, 쿼터량 문제, 가장 중심인 위생검역 문제다.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전량 반송하는 조치는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안다. 미국은 뼛조각 쇠고기 전면 개방을 주문했다. 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예비판정을 받을 것이므로 그 전에 수입조건을 완화하라는 요구다. 한국 정부는 아직 예비판정이니까 5월에 인증되면 그때 하겠다는 것으로 시기 문제만 남은 거다. OIE 총회 사무국은 미국이 주도한다. 미국은 일본과도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범례 만든다는 차원에서 한국측에 빨리 서면 약속을 하라고 주장하는 거다.

이해영=뼈 쇠고기 수입, 관세 10년안 철폐, 위생검역(SPS)을 서면 보장하라는 것은 합의됐다고 본다. 1년 이상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라는 게 미국 요구다. ‘사이드 레터(이면합의)’ 형태로 쪽지를 줄 수도 있다고 보는데 핵심은 농산품 중 민감도 1위가 쇠고기, 2위 돼지다. 쌀만 지키고 나머지 다 개방하는 게 이번 협상의 핵심이다. 역대 이런 규모의 개방은 처음이다.

제주 감귤과 과일, 채소류, 축산물 모조리 포함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개 이상 민감 품목이 10~15년 동안 관세 철폐시 피해를 1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즉시 철폐시는 1조9000억원의 피해다. 매년 이런 피해가 나올 거로 예상된다. 전대미문의 ‘농업학살’로 기록될 만한 대형참사다.

심상정=관세 철폐 기간을 조금 늦추고 조정관세나 계절관세로 포장할 텐데 단순히 피해 규모도 최대지만 농업의 완전한 포기로 인한 경제, 사회적 비용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감귤의 경우 제주도 농민의 먹고 사는 문제여서, 지역 경제 자체가 근본적 변화를 겪게 된다. 정부는 지원금을 주면 되지 않느냐는데 지원한다 하더라도 결국 다른 일거리 잡아야 하는데 간단한 과정이냐.

다수 농민이 몰락하고 실업자 양산, 지역경제 파탄, 사회 양극화 등 공동체 해체와 건강권, 식량주권 해체의 재앙으로 봐야 한다.

정태인=노대통령의 며칠전 발언에 다 나타났다. 농업을 시장 밖에 놔둘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농업관이 문제다. 농촌 문제는 ‘복지 문제’로 119조원의 재정을 복지비용으로 쓰면 된다는 거다. 농업 없이 농촌은 유지가 안된다. 관광 등 기타 사업도 어렵다. 농림부 박홍수 장관이 지킨다는 것도 곡류나 오렌지나 좀 있지 나머지는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심상정=추가 지원대책 1조2000억원과 기존 119조원 재정 가운데 30조원은 투·융자다. 나머지도 해마다 농업예산 8조원을 조금 늘린 것뿐이다. 그동안 지원도 약 80%나 되는 직접 피해자인 소농 소득지원보다 생산기반 확충사업 비중이 높다. 정부가 규모화 사업이라고 해서 6ha 이상 규모의 7만호 육성 사업을 했는데, 농민 주문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농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친환경농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거다.

정태인=미국처럼 농업 보조금을 최고로 주고 땅도 넓고 비옥도가 높은 나라와 ‘자유경쟁’하라는 것이다. 농업을 없애겠다는 생각과 같다. 농촌이 몰락해 땅이 남으면 대농으로 간다는 산업 구조조정을 생각한 것이다. 농업 양극화는 맞지만 40, 50대 대농들은 억대 빚을 지고 있다. 이를 무시하는 대농 육성 기조 자체가 틀렸다.

이해영=현행 농가 보조금 1300만원을 미국에 걸맞게 농가당 20배로 늘린 다음 시장경쟁을 하라고 하면 된다. 소가 우리나라에는 200만 마리인데 미국은 1억마리다. 불공정한 조건에서 자유경쟁은 죽으란 얘기다.

심상정=2004년 남미 35개국이 미국과 FTA 협상을 결렬시킨 이유가 미국 보조금 철회 요구를 부시 대통령이 반대해서다.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대부분 선진국이 농업 보호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다. 우리처럼 살농정책을 하는 선진국은 없다.

이해영=오렌지는 개방하되 계절 관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칠레 포도는 남반구니까 수확기가 다르다. 거꾸로 오렌지, 감귤은 우리와 미국이 모두 북반구라서 서로 수확기가 일치한다. 또 쌀만 지켰다는데 어차피 10년 뒤 개방인데 미국 입장에서 이미 협상이 끝난 문제라 지킨 게 아니다. 의무 수량 늘리거나 해 미국 쌀이 엄청나게 싸질 것이다.

사회=섬유는 어떻게 되나.

심상정=정부는 섬유를 최대 기대 효과가 날 분야로 선전해왔다. 처음 우리가 1500개 품목을 요구했다가 85개로 갔다가 5개로 줄었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하고 협상할 때 잔가지들은 예외를 인정해줬다. 싱가포르와 제3국 원사 사용에 대해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면제를 인정했다.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도 역내 생산지 원사를 예외로 인정하고 페루와도 제한된 쿼터내 인정해줬는데 5개 품목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양보한 기준으로 보면 최소 양보다.

사회=섬유 관세 철폐 이득은.

정태인=협상 결과를 가지고 중국 등 미국 시장에서 경쟁국과 비교해야 한다. 멕시코가 2000년까지 섬유산업이 크다가 2001년부터 도산했다. 결국 관세까지 문 중국산이 밀려 들어와 물류비가 적은 멕시코 섬유도 무너졌다. 중국 수입 규제가 2008년이면 끝난다. 거기서 한국이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약한 니트류 등 일부는 늘지 모르지만 다른 부분은 전혀 아니다.

우리 차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일본 차와 경쟁해야 한다. 석유 화학도 캐나다와 계산해 비교 열위다. 그런 나라와 이길 정도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해야 하지만, 아니다. 정부는 미국 시장규모가 우리의 17배라고 FTA 효과가 있다는데 우리 가격 인하 효과가 경쟁국과 경쟁력 따지면 효과 제로(0) 아니냐.

이해영=계산해봤더니 관세율을 함께 철폐해도 미국이 2배 이상의 이익을 가져간다. 미국보다 우리가 수출 이익이 지금은 많은데, 관세가 똑같아지면 2배 이상 미국이 이익이다. 수출이 늘지만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심상정=정부가 최대 기대이익이라고 하는 무역구제,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전문직 비자면제 쿼터 분야가 허구다. 무역구제는 위원회 하나 설치하는데 법적 효력도 없다. 자동차는 한마디로 ‘세제 팔아먹으려고 세탁기 끼어주는 식’의 협상을 하다 그것도 안 받아주는 식이다. 전문직 쿼터도 나중에 하겠다고 해 끝났다. 유일한 게 물품 취급 수수료 면제 이익 300억원이다.

이해영=처음에는 항만과 물품 수수료 면제를 요구했다가 항만은 안되고 물품만 했다. 그것도 미국이 그냥 주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직 비자쿼터는 ‘미국에 무비자 취직된다’고 광고했으나 거짓말이다. 다른 나라 쿼터를 보면 캐나다는 무제한이고, 멕시코 5000명, 싱가포르 5400명, 칠레 1400명인데 한국은 0이다.

심상정=재정경제부는 호주처럼 나중에 따로 협상했다고 항변한다. 별도로 호주가 1만500명을 따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영=마치 ‘빌트 인’ 식으로 ‘인천에 배들어 오면 보자’는 거 아니냐. 그게 협정이냐.

사회=의약품 분야는 어떤가.

정태인=약가 적정화 방안은 세계보건기구(WHO)도 권장하는 좋은 정책이다. 신약 특허권이 연장되면 카피약(제너릭)은 손해다. 피해액은 산정하기 어려운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간 6000억~1조원이라고 했다. 의료 단체는 10조~12조원까지 얘기한다. 호주를 보면 대개 5조원은 되는 거 같다.

무엇보다 신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 제약사도 피해고 국민 모두 보험료를 더 내야 해 피해를 보게 된다. 오로지 미 제약사를 위해 국민 모두 피해보는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우리에 맞게 만든 제도를 초국적 기업 이익을 위해 포기해서 국민 삶의 질 저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유 장관은 사기친 셈이어서 욕을 먹어야 한다.

이해영=유 장관이 생명을 걸겠다던 신약 최저가는 방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별도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 일환으로 이후에 열어 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소비자 1인당 최소 3000~4만원의 추가 약값 부담을 지불해야 한다. 약 1조5000억원이다.

특허 신약 경우 일종의 독점이라서 제약사가 독점적 기대 이익을 갖는데, 약값 적정화 방안에 의해 특허 신약가가 떨어지면 우리는 ‘포지티브 리스트’에 따른 정당 집행이지만 미국사 기대 이익을 침해해 비 위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적재산권이 ‘투자’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정부 제소권 대상이 되면, 포지티브 리스트가 자칫 무력화될 수 있다.

심상정=정부는 특허보호가 한국 제약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얘기한다. 국내 제약사 경쟁력은 1위인 동아제약 매출이 화이자 매출의 1%에 불과한 정도다. 애초 경쟁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는 국제적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비교적 기술 강점이 있는 제네릭 강화로 가야 했다.

정태인=의약품이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리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신약 개발에 20년 걸린다. 의약 벤처캐피탈이 형성되고 전문인력이 형성돼야 하는데 제도적 인프라 없이 인센티브 부여로는 안된다.

사회=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연장된다. 또 금융 세이프가드 문제는 어떤가.

정태인=미국에서 불과 3년전 70년으로 바꿨다. 저작권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로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인정 기간이 50년인 ‘베른협약’이 오래 유지되고 있고 최근 3년 사이 이를 바꾼 선진국을 못봤다.

심상정=금융의 일시 세이프가드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개방 정도가 세계 수위급이기 때문이다. 외국자본 비중이 높고 대외 의존도가 높다. 대외변수로 거시경제의 변동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금융 위기가 예상될 때 일시적 결제 등 중지 권한을 가져야 한다.

정태인=아르헨티나가 외환위기 때 금융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동시에 40개 투자자-국가 제소(ISD)를 맞았다. 달러가 나가는 것을 막아서 제소된 것이다.

심상정=우리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예외로 했다고 하는데, 투자자 제소권은 외국 투자자를 국가 위에 인정하는 것이다. 전기 통신 우편 수도 철도 가스 방송 등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라는 강력한 무기를 부여하는 거다. 이번 유보했다지만 교육 의료 등은 국민 저항이 워낙 커서 경제특구나 국제자유도시 등에서 제한적 개방해 단계적으로 전국화할 것이다. 자발적 개방화로 돼 있다.

사회=개성공단은.

정태인=이 건을 갖고 협상에 들어간 게 잘못이다. 미국에는 ‘밥’이다. 부도어음 비슷하다.

사회=우리 국회에서의 계획은.

심상정=이대로 타결되면 타결 무효를 촉구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뜻을 모아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협정에서 우리는 미국처럼 통상절차법도 없고, 그나마 법적 절차인 개시 전 공청회도 없이 불법으로 철저히 비민주적 처리됐다. 졸속협상 타결을 대통령 직권으로 하겠다는 것은 독재나 다름 없다.

헌법 72조에 국가 안위에 관한 사안은 국민투표를 물을 수 있다. 2003년 노 대통령은 자신 신임을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했는데, 이게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이해영=이런 조건을 타결하는 것은 시민 사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국민적 저항 운동을 펼 것이고, 정식 조인시 국회 비준동의 반대, 이번 대선 및 총선에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미국의회는 6월30일까지 조인된다면 8월 의회가 휴회이기 때문에 9월에 이행법안의 최종 문안에 대해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미 하원은 일반적으로 FTA 찬반 비율이 거의 50대 50이다. 한·미 FTA 협상 내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듬뿍 가져가면 동의 가능성이 높다. 9월말 이행법안이 제출되면 연말까지 의회가 결정한다는 건데 이는 매우 서둘렀을 때이고 상황종료는 내년 중반기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90일동안 미국측은 재협상 등 별 요구를 다할 것이다.

정태인=한·미 FTA는 새로운 FTA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네거티브 방식의 개방(개방 유보를 명시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으로, 미래의 새로운 서비스는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 개방을 유보하더라도 언젠가 다 개방하게 돼 있다. 미래에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한미FTA 자동 소급해 적용되며 계속 커질 것이다.

심상정= 부시 대통령이 자국 축산 농가 앞에 가서 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말로 더빙한 방송을 한국 내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CNN 회장을 만났다. 양 정상의 태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나 방송은 래칫(Rachet·역진 방지) 방식으로, 현재 개방 정도 이상으로 후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당사국간 아니라 한국 국내 정책 차원에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그것으로도 한·미 FTA 협정 선상에서 향후 계속 적용된다. 한·미 FTA를 경제통합이라 하는 이유가 양국 협정 내용의 구속력 아니라 국내 정책 전반에 걸친 구속력을 가져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이해영=총론적으로 우리 협상팀은 3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첫째 실익도 없는 수출관세 2.5%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둘째, 쌀 문제는 선결 과제로 제외하지 못해 의제화를 막지 못했다. 우리가 미국에 스크린쿼터를 내준 것처럼 농업을 미국으로부터 미리 양보받았어야 했는데 못했다. 셋째 무역구제의 실익이 상당함에도 치밀한 사전 조사 없이 마구잡이 덤벼들다가 제풀에 지쳤다. 이게 실패한 협상으로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

심상정=과거 강화도 조약 불평등이 처음부터 교섭지위에서 불균등 탓이다. 이번은 한미간 교섭지위나 의지와 관련,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도 태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의원들은 자국, 자기 지역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양국 정부를 압박하고 국내에도도 서한을 보내왔다. 우리 의원들은 협상이 중단될까 봐 쉬쉬했다. 결국 불균형 협상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있는 것이다.

사회=한미관계의 영향은 어떻게 될까.

심상정=보통 흥정과 거래에서 맞으면 성사시키고, 안 맞으면 깨지는 것 상식이다. 2년간 미국과 FTA를 도모한 40여개 나라가 협상을 중단했다. 유독 한국 찬성론자는 협상 중단이 마치 한미 관계를 포함해 큰 재앙으로 생각한다. 애당초 협정이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대체할 미국 전략에 부응하는 것이고, 보수 정치 재편이란 정략 의도와 맞물려 추진된 것 볼 수밖에 없다. 정략적 의도가 국민 삶과 미래를 부시 정권과의 결탁을 위해 맞바꾸는 역사적 범죄가 되는 것이다.

정태인=기존 외환위기에 이어 이제는 FTA 협정을 통해 초국적 자본 이익에 종속시키려는 것이다.

〈사회|권재현·정리|전병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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