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빼고 다 내주는 전대미문의 농업학살” |
입력: 2007년 04월 02일 07:57:15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비판적 전문가들은 “한·미 FTA는 ‘자유무역’ 협상이 아니라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요무역’이며, 국내 세제, 검역, 약값 등을 미국식으로 다 바꿔야 하는 경제통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주장해온 경제적 이익도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한신대 이해영 교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함께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과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봤다. 좌담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사회=한·미 FTA 협상 마지막 날 미국측 요구로 일정 시한이 48시간 정도 연기된 배경은 무엇으로 보나.
심상정 의원(이하 심상정)=노무현 정부는 내용 여부에 상관 없이 타결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즉시 철폐해온 자동차 관세를 미국측 요구인 ‘자동차 3년, 픽업트럭과 부품은 10년 관세 철폐’ 등의 안을 갖고 조율해왔다. 이마저도 불균형 협상이지만 우리 정부는 감수하려고 했는데 미 의회에서 시장점유율 균형까지 내걸어 3년, 10년 안도 안된다면서 더한 요구를 해오는 게 협상을 이틀 연장한 핵심 요인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찰스 랭글 세입세출위원장, 레빈 무역위원장 등 미 의회 인준에 결정적 권한 가진 의원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낸 것이 변수였다.
우리 정부가 세제 개편이나 소비자 인식제고 등 자동차 모든 분야 주문을 들어주는 대신 미 행정부는 승용차와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한을 각각 3년, 10년으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민주당 핵심 의원들 주문은 한국 내 미국 차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지 미국 내 관세 철폐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최소한의 체결 명분인 자동차 관세 철폐조차 얻지 못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협상을 마땅히 결렬시켜야 했다. 한국 내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 보장 요구는 실제 협상 성립 자체를 부인하는 거라서 협상을 체결하지 말아야 했다. 그걸 감수하고 체결한다면 우리 정부의 도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태인 전 비서관(이하 정태인)=미국이 추가로 시장 점유율을 더 들이댄 것이다. ‘자유무역’ 협정을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통상 역사로 보면 그다지 이상한 요구가 아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도 똑같다. 일본 내 미국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 차지할 때까지 일본 반도체의 수입을 규제하겠다고 했고, 일본이 굴복해 협정을 맺었다.
이해영 교수(이하 이해영)=(미 하원 무역소위원회) 샌더 레빈 위원장이 지난해 8월3일 ‘한국과 공정무역법’안을 제출했다. 한국 내 미국차 판매 20% 달하기 전까지 관세를 동결하라는 거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뒤 나온 일련의 보도를 보면 협상 48시간 연장은 정말 갑갑한 일이다. 3년, 10년 안도 빈 껍데기인데 거기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신통상 정책을 제출하면서 협조문(서한)을 반영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미국 관세 철폐 반대 급부로 한국의 세제 개편, 소비자 인식 개선 등 미국측 요구 리스트 80여개를 받아주기로 한 거 아니었냐. 참여정부가 어떻게 맨정신에 받을 수 있을까. 현재 수입차 점유율이 4.2%인데 5배까지 허용해주고 미국은 빈 껍데기인 관세 2.5%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심상정=결국 관세 철폐가 FTA 기본이고 자동차 분야는 우리 정부가 최대 효과로 선전한 것인데 아예 관세 철폐 시기를 후퇴하는 정도의 협상안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체결해선 안된다. 자동차는 우리 정부가 국민 건강권이나 공공서비스 시장화, 국가 주권 훼손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가리기 위해 경제 측면에서 득실을 강조해온 분야다. 그런데 자동차 관세 철폐가 아예 늦춰지거나 불가능해질 때 FTA의 긍정적 효과라는 무역량 증가조차 부정하는 게 된다.
이해영=3년, 10년 안도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제안인데 껍데기다. 현대차 미국 현지 생산이 현재 20%에서 3년 뒤 70%, 4~5년 뒤 100%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관세 철폐 의미가 없다. 부품도 쏘나타 현지 조달 비율이 70%다. 부품도, 차도 현지에서 만든다면 10년 뒤 부품관세 철회 필요가 없다. 픽업 트럭은 우리가 만들지도 않는다.
사회=쇠고기 개방에 대한 한·미간 입장 차이는.
정태인=미국은 오는 5월 이후 국제수역사무국(OIE)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쇠고기 수입 위생·검역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회의 결과가 나온 뒤 개선 여부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심상정=쇠고기 문제는 내용상 합의됐는데 명분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다. 이 대목에서 한·미 FTA라는 ‘괴물’의 실체를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각의 얘기처럼 미국식 제도를 이식해 선진 제도를 수용하는 게 아니라 미국 이익을 위해 국내 세제부터 약가, 위생검역 정책 등 다 변경해야 하는, 경제통합 성격이다. 경쟁력 향상이 아니라 미국 다국적 기업 이익을 무제한 극대화하는 강요 무역협정이다.
정태인=그래서 ‘FTA’가 맞다. ‘Force(완력) Trade Agreement’ 아니냐.
심상정=쟁점이 3가지다. 쇠고기 문제는 40%인 관세 철폐, 쿼터량 문제, 가장 중심인 위생검역 문제다.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전량 반송하는 조치는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안다. 미국은 뼛조각 쇠고기 전면 개방을 주문했다. 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예비판정을 받을 것이므로 그 전에 수입조건을 완화하라는 요구다. 한국 정부는 아직 예비판정이니까 5월에 인증되면 그때 하겠다는 것으로 시기 문제만 남은 거다. OIE 총회 사무국은 미국이 주도한다. 미국은 일본과도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범례 만든다는 차원에서 한국측에 빨리 서면 약속을 하라고 주장하는 거다.
이해영=뼈 쇠고기 수입, 관세 10년안 철폐, 위생검역(SPS)을 서면 보장하라는 것은 합의됐다고 본다. 1년 이상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라는 게 미국 요구다. ‘사이드 레터(이면합의)’ 형태로 쪽지를 줄 수도 있다고 보는데 핵심은 농산품 중 민감도 1위가 쇠고기, 2위 돼지다. 쌀만 지키고 나머지 다 개방하는 게 이번 협상의 핵심이다. 역대 이런 규모의 개방은 처음이다.
제주 감귤과 과일, 채소류, 축산물 모조리 포함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개 이상 민감 품목이 10~15년 동안 관세 철폐시 피해를 1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즉시 철폐시는 1조9000억원의 피해다. 매년 이런 피해가 나올 거로 예상된다. 전대미문의 ‘농업학살’로 기록될 만한 대형참사다.
심상정=관세 철폐 기간을 조금 늦추고 조정관세나 계절관세로 포장할 텐데 단순히 피해 규모도 최대지만 농업의 완전한 포기로 인한 경제, 사회적 비용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감귤의 경우 제주도 농민의 먹고 사는 문제여서, 지역 경제 자체가 근본적 변화를 겪게 된다. 정부는 지원금을 주면 되지 않느냐는데 지원한다 하더라도 결국 다른 일거리 잡아야 하는데 간단한 과정이냐.
다수 농민이 몰락하고 실업자 양산, 지역경제 파탄, 사회 양극화 등 공동체 해체와 건강권, 식량주권 해체의 재앙으로 봐야 한다.
정태인=노대통령의 며칠전 발언에 다 나타났다. 농업을 시장 밖에 놔둘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농업관이 문제다. 농촌 문제는 ‘복지 문제’로 119조원의 재정을 복지비용으로 쓰면 된다는 거다. 농업 없이 농촌은 유지가 안된다. 관광 등 기타 사업도 어렵다. 농림부 박홍수 장관이 지킨다는 것도 곡류나 오렌지나 좀 있지 나머지는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심상정=추가 지원대책 1조2000억원과 기존 119조원 재정 가운데 30조원은 투·융자다. 나머지도 해마다 농업예산 8조원을 조금 늘린 것뿐이다. 그동안 지원도 약 80%나 되는 직접 피해자인 소농 소득지원보다 생산기반 확충사업 비중이 높다. 정부가 규모화 사업이라고 해서 6ha 이상 규모의 7만호 육성 사업을 했는데, 농민 주문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농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친환경농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거다.
정태인=미국처럼 농업 보조금을 최고로 주고 땅도 넓고 비옥도가 높은 나라와 ‘자유경쟁’하라는 것이다. 농업을 없애겠다는 생각과 같다. 농촌이 몰락해 땅이 남으면 대농으로 간다는 산업 구조조정을 생각한 것이다. 농업 양극화는 맞지만 40, 50대 대농들은 억대 빚을 지고 있다. 이를 무시하는 대농 육성 기조 자체가 틀렸다.
이해영=현행 농가 보조금 1300만원을 미국에 걸맞게 농가당 20배로 늘린 다음 시장경쟁을 하라고 하면 된다. 소가 우리나라에는 200만 마리인데 미국은 1억마리다. 불공정한 조건에서 자유경쟁은 죽으란 얘기다.
심상정=2004년 남미 35개국이 미국과 FTA 협상을 결렬시킨 이유가 미국 보조금 철회 요구를 부시 대통령이 반대해서다.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대부분 선진국이 농업 보호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다. 우리처럼 살농정책을 하는 선진국은 없다.
이해영=오렌지는 개방하되 계절 관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칠레 포도는 남반구니까 수확기가 다르다. 거꾸로 오렌지, 감귤은 우리와 미국이 모두 북반구라서 서로 수확기가 일치한다. 또 쌀만 지켰다는데 어차피 10년 뒤 개방인데 미국 입장에서 이미 협상이 끝난 문제라 지킨 게 아니다. 의무 수량 늘리거나 해 미국 쌀이 엄청나게 싸질 것이다.
사회=섬유는 어떻게 되나.
심상정=정부는 섬유를 최대 기대 효과가 날 분야로 선전해왔다. 처음 우리가 1500개 품목을 요구했다가 85개로 갔다가 5개로 줄었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하고 협상할 때 잔가지들은 예외를 인정해줬다. 싱가포르와 제3국 원사 사용에 대해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면제를 인정했다.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도 역내 생산지 원사를 예외로 인정하고 페루와도 제한된 쿼터내 인정해줬는데 5개 품목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양보한 기준으로 보면 최소 양보다.
사회=섬유 관세 철폐 이득은.
정태인=협상 결과를 가지고 중국 등 미국 시장에서 경쟁국과 비교해야 한다. 멕시코가 2000년까지 섬유산업이 크다가 2001년부터 도산했다. 결국 관세까지 문 중국산이 밀려 들어와 물류비가 적은 멕시코 섬유도 무너졌다. 중국 수입 규제가 2008년이면 끝난다. 거기서 한국이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약한 니트류 등 일부는 늘지 모르지만 다른 부분은 전혀 아니다.
우리 차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일본 차와 경쟁해야 한다. 석유 화학도 캐나다와 계산해 비교 열위다. 그런 나라와 이길 정도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해야 하지만, 아니다. 정부는 미국 시장규모가 우리의 17배라고 FTA 효과가 있다는데 우리 가격 인하 효과가 경쟁국과 경쟁력 따지면 효과 제로(0) 아니냐.
이해영=계산해봤더니 관세율을 함께 철폐해도 미국이 2배 이상의 이익을 가져간다. 미국보다 우리가 수출 이익이 지금은 많은데, 관세가 똑같아지면 2배 이상 미국이 이익이다. 수출이 늘지만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심상정=정부가 최대 기대이익이라고 하는 무역구제,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전문직 비자면제 쿼터 분야가 허구다. 무역구제는 위원회 하나 설치하는데 법적 효력도 없다. 자동차는 한마디로 ‘세제 팔아먹으려고 세탁기 끼어주는 식’의 협상을 하다 그것도 안 받아주는 식이다. 전문직 쿼터도 나중에 하겠다고 해 끝났다. 유일한 게 물품 취급 수수료 면제 이익 300억원이다.
이해영=처음에는 항만과 물품 수수료 면제를 요구했다가 항만은 안되고 물품만 했다. 그것도 미국이 그냥 주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직 비자쿼터는 ‘미국에 무비자 취직된다’고 광고했으나 거짓말이다. 다른 나라 쿼터를 보면 캐나다는 무제한이고, 멕시코 5000명, 싱가포르 5400명, 칠레 1400명인데 한국은 0이다.
심상정=재정경제부는 호주처럼 나중에 따로 협상했다고 항변한다. 별도로 호주가 1만500명을 따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영=마치 ‘빌트 인’ 식으로 ‘인천에 배들어 오면 보자’는 거 아니냐. 그게 협정이냐.
사회=의약품 분야는 어떤가.
정태인=약가 적정화 방안은 세계보건기구(WHO)도 권장하는 좋은 정책이다. 신약 특허권이 연장되면 카피약(제너릭)은 손해다. 피해액은 산정하기 어려운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간 6000억~1조원이라고 했다. 의료 단체는 10조~12조원까지 얘기한다. 호주를 보면 대개 5조원은 되는 거 같다.
무엇보다 신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 제약사도 피해고 국민 모두 보험료를 더 내야 해 피해를 보게 된다. 오로지 미 제약사를 위해 국민 모두 피해보는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우리에 맞게 만든 제도를 초국적 기업 이익을 위해 포기해서 국민 삶의 질 저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유 장관은 사기친 셈이어서 욕을 먹어야 한다.
이해영=유 장관이 생명을 걸겠다던 신약 최저가는 방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별도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 일환으로 이후에 열어 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소비자 1인당 최소 3000~4만원의 추가 약값 부담을 지불해야 한다. 약 1조5000억원이다.
특허 신약 경우 일종의 독점이라서 제약사가 독점적 기대 이익을 갖는데, 약값 적정화 방안에 의해 특허 신약가가 떨어지면 우리는 ‘포지티브 리스트’에 따른 정당 집행이지만 미국사 기대 이익을 침해해 비 위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적재산권이 ‘투자’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정부 제소권 대상이 되면, 포지티브 리스트가 자칫 무력화될 수 있다.
심상정=정부는 특허보호가 한국 제약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얘기한다. 국내 제약사 경쟁력은 1위인 동아제약 매출이 화이자 매출의 1%에 불과한 정도다. 애초 경쟁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는 국제적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비교적 기술 강점이 있는 제네릭 강화로 가야 했다.
정태인=의약품이나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우리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신약 개발에 20년 걸린다. 의약 벤처캐피탈이 형성되고 전문인력이 형성돼야 하는데 제도적 인프라 없이 인센티브 부여로는 안된다.
사회=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연장된다. 또 금융 세이프가드 문제는 어떤가.
정태인=미국에서 불과 3년전 70년으로 바꿨다. 저작권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로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인정 기간이 50년인 ‘베른협약’이 오래 유지되고 있고 최근 3년 사이 이를 바꾼 선진국을 못봤다.
심상정=금융의 일시 세이프가드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개방 정도가 세계 수위급이기 때문이다. 외국자본 비중이 높고 대외 의존도가 높다. 대외변수로 거시경제의 변동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금융 위기가 예상될 때 일시적 결제 등 중지 권한을 가져야 한다.
정태인=아르헨티나가 외환위기 때 금융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동시에 40개 투자자-국가 제소(ISD)를 맞았다. 달러가 나가는 것을 막아서 제소된 것이다.
심상정=우리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예외로 했다고 하는데, 투자자 제소권은 외국 투자자를 국가 위에 인정하는 것이다. 전기 통신 우편 수도 철도 가스 방송 등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하라는 강력한 무기를 부여하는 거다. 이번 유보했다지만 교육 의료 등은 국민 저항이 워낙 커서 경제특구나 국제자유도시 등에서 제한적 개방해 단계적으로 전국화할 것이다. 자발적 개방화로 돼 있다.
사회=개성공단은.
정태인=이 건을 갖고 협상에 들어간 게 잘못이다. 미국에는 ‘밥’이다. 부도어음 비슷하다.
사회=우리 국회에서의 계획은.
심상정=이대로 타결되면 타결 무효를 촉구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뜻을 모아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협정에서 우리는 미국처럼 통상절차법도 없고, 그나마 법적 절차인 개시 전 공청회도 없이 불법으로 철저히 비민주적 처리됐다. 졸속협상 타결을 대통령 직권으로 하겠다는 것은 독재나 다름 없다.
헌법 72조에 국가 안위에 관한 사안은 국민투표를 물을 수 있다. 2003년 노 대통령은 자신 신임을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했는데, 이게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이해영=이런 조건을 타결하는 것은 시민 사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국민적 저항 운동을 펼 것이고, 정식 조인시 국회 비준동의 반대, 이번 대선 및 총선에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미국의회는 6월30일까지 조인된다면 8월 의회가 휴회이기 때문에 9월에 이행법안의 최종 문안에 대해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미 하원은 일반적으로 FTA 찬반 비율이 거의 50대 50이다. 한·미 FTA 협상 내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듬뿍 가져가면 동의 가능성이 높다. 9월말 이행법안이 제출되면 연말까지 의회가 결정한다는 건데 이는 매우 서둘렀을 때이고 상황종료는 내년 중반기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90일동안 미국측은 재협상 등 별 요구를 다할 것이다.
정태인=한·미 FTA는 새로운 FTA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네거티브 방식의 개방(개방 유보를 명시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으로, 미래의 새로운 서비스는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 개방을 유보하더라도 언젠가 다 개방하게 돼 있다. 미래에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면 한미FTA 자동 소급해 적용되며 계속 커질 것이다.
심상정= 부시 대통령이 자국 축산 농가 앞에 가서 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말로 더빙한 방송을 한국 내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CNN 회장을 만났다. 양 정상의 태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나 방송은 래칫(Rachet·역진 방지) 방식으로, 현재 개방 정도 이상으로 후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당사국간 아니라 한국 국내 정책 차원에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그것으로도 한·미 FTA 협정 선상에서 향후 계속 적용된다. 한·미 FTA를 경제통합이라 하는 이유가 양국 협정 내용의 구속력 아니라 국내 정책 전반에 걸친 구속력을 가져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이해영=총론적으로 우리 협상팀은 3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첫째 실익도 없는 수출관세 2.5%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둘째, 쌀 문제는 선결 과제로 제외하지 못해 의제화를 막지 못했다. 우리가 미국에 스크린쿼터를 내준 것처럼 농업을 미국으로부터 미리 양보받았어야 했는데 못했다. 셋째 무역구제의 실익이 상당함에도 치밀한 사전 조사 없이 마구잡이 덤벼들다가 제풀에 지쳤다. 이게 실패한 협상으로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
심상정=과거 강화도 조약 불평등이 처음부터 교섭지위에서 불균등 탓이다. 이번은 한미간 교섭지위나 의지와 관련,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도 태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의원들은 자국, 자기 지역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양국 정부를 압박하고 국내에도도 서한을 보내왔다. 우리 의원들은 협상이 중단될까 봐 쉬쉬했다. 결국 불균형 협상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있는 것이다.
사회=한미관계의 영향은 어떻게 될까.
심상정=보통 흥정과 거래에서 맞으면 성사시키고, 안 맞으면 깨지는 것 상식이다. 2년간 미국과 FTA를 도모한 40여개 나라가 협상을 중단했다. 유독 한국 찬성론자는 협상 중단이 마치 한미 관계를 포함해 큰 재앙으로 생각한다. 애당초 협정이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대체할 미국 전략에 부응하는 것이고, 보수 정치 재편이란 정략 의도와 맞물려 추진된 것 볼 수밖에 없다. 정략적 의도가 국민 삶과 미래를 부시 정권과의 결탁을 위해 맞바꾸는 역사적 범죄가 되는 것이다.
정태인=기존 외환위기에 이어 이제는 FTA 협정을 통해 초국적 자본 이익에 종속시키려는 것이다.
〈사회|권재현·정리|전병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