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첫출근.

부평역에 도착하니 이제 소사를 지나고 있다는 전광판 알림을 보고는 롯데리아에 들러 1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플랫폼에 섰다.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 목은 좀 아프고 ..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이 어딘가 얼어있는 눈인지 얼음인지를 녹이는 모양이다. 곳곳에 물들이 녹아 흐른다. 2016년 마지막처럼 2017년 첫 풍경을 찍으며 내려왔다. 지난 며칠 눈에 보이던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관을 열고, 카페를 열고, 음악을 틀고, 스피커를 내놓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사진관 컴퓨터를 켜고 .. 커피는 마셨으니 올해 첫 차는 얼그레이와 나비가 준 중국산 녹차를 우렸다.


그러는 동안 왁자지껄 .. 고등학생들이 졸업사진을 셀프로 찍나 했다. 그러기엔 좀 늦었을 수도 있겠지만 .. 그러나부다 했는데 셀카를 찍는다. 핸드폰을 삼각대에 고정하고 .. 연출을 하느라 제법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차를 한 잔 내려마시고 찍어주마 했다. 


뭐하려는 사진이니 하니까 .. 방송제 포스터란다.

인일여고와 제고 방송부가 연합방송제를 한단다. 예뻐라. ..


그들의 핸드폰과 내 카메라로 휘리릭 .. 찍어주고 .. 새해선물로 18명의 사진을 무작위로 뽑아줬다. 좋은 기억이길 바라며 .. 그러고도 아이들은 한참을 사진을 찍고 놀고있다. 따뜻해서 다행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새해초다.

어떻게 또 살아낼 것인가?


가계부를 좀 써보기로 했고, 책을 한 주에 한 권은 읽기로 했고, .. 운동, 싫어하지만 해야하겠지? 생각날때마다 예전처럼 스트레칭이라도 하기로 하고 .. 올해도 조금씩 가진 것들을 버리기로 하고 .. 카페는 책방을 겸해서 풀어볼까 하며 .. 한 달에 한가지는 뭔가 해보기로 했다.


첫 달은 북아트를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다. 재료도 사두고 좀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꼬물락 거리는게 쉽지않다. 하지만 뭔가 생산해내는 것은 중요한것 같다. 머리쓰는 것 말고도 뭔가 만들어내는 활동을 꼭 해보려 한다.

천으로는 티코츠라고 하는 찻잔받침, 종이로는 노트 .. 앨범 .. 이런걸 만들어보자. 흘러다니는 종이들엔 무어인가 떠오르는 메모들을 담아보려고 한다. 뭐 .. 그렇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것 보다 할 수 있는 하고자 했던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한다.

이 아이들처럼 말이다.


어제 <판도라>를 봤다. 아니 사실은 일부분만 봤다. 속터지고 미칠껏 같아서 .. 보다가 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다. 영화 시작하며 까먹은 귤 껍질을 던질뻔 했다. 그저 영화인데 그 아픔은 영화가 아녔다. 너무 아팠고 너무 고통스러웠고 너무 화가 났고 .. 국가는 정부는 없었다. 고스란히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고통이었다. 언제나 그랫듯이 말이다. 상영장을 뛰쳐나와 화장실에서 얼룩진 화장을 지웠다. 토가 나왔다. 손에 쥔 귤껍질이 짓이겨져 있었다.


금요일까지 많이 추웠는데 그날 저녁부터 푹해지더니 곧 따뜻해졌다. 정선사는 무동(정석)이 다녀갔다. 한여름인가 가을즈음이던가 "크리스마스 전에 봐요~" 했던 약속을 지키더라. 약속을 지켜서 그랬는지, 먼데서 친구가 와서 그랬는지 기분이 좋았다. 먼데서 친구가 온다는 게 참 좋았다. 나도 그런 친구가 되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구 사는 은희, 청주 사는 현숙언니, 이제 다녀간 정선사는 정석과 규현, 경아까지 .. 모두 문득 그리워졌다.


일요일은 늦잠을 잤다. 엄마가 핸드폰을 두고 가셔서 갖다드리러 엄마식당에 갔고, 오랜만에 엄마의 소머리 국밥을 먹고, 시레기국을 싸왔다. 시장에 들러 떡볶기를 사갖고 돌아와서 두어주 미뤄둔 청소를 하루종일 했다. 힘들었지만 개운하고 즐거웠다.


다인이 고맙게도 일꺼릴 줘서 겨우살이 준비가 되고 있다. 어제는 쉬는 날이지만 기꺼이 나왔다. 추가된 인천노동열사, 노동운동, 5.3민주항쟁 사진이다. 그리고 오늘은 다시 인천대 선인학원 정상화 운동 사진이 추가 되었다. 엉망이었지만 .. 그것밖에 없다. 인하대는 사진이 좋았는데 .. 아쉽다.


박의상실 어머니가 선물용 비닐팩을 갖다달래서 .. 오늘은 여기까지 ..






지난 금요일 2016년 12월 10일 금요일 4시가 좀 넘어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안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300명 국회의원중 1명(친박 새누리당 최경환) 불참, 2명이 기권, 234명이 찬성, 56명이 반대, 7명 무효  

공은 이제 헌재로 넘어갔다. 새누리는 62명 정도가 찬성한 것으로 보여 1000억의 국가교부금이 없다면 순조롭게 분당되겠지만 서로 나가라고 결국 돈싸움질이다. 특검은 검찰이 겁먹어서 못한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이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자 전 검찰총장은 특검 출두 요구서를 받지 않으려 도망다니고 있고, 최순실 일족들은 온갖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특검에 나오지 않고 있고, 박근혜는 황교안을 꼭두각시로 부릴 요량인지 기어이 하야도 퇴진도 하지 않고 버티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국정농단, 박근혜 게이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다음 날 청주에 사는 현숙언니가 광화문에 가냐며 문자가 왔다. 부평에서 집회를 할거라 거기 가려고 했지만 언니가 온다면 기꺼이 그를 마중하러 가마 했다. 조금 일찍 문을 닫고 시청으로 향했다. 이전보다 차가운 날씨라고 했지만(손이 시려운 걸 보니 확실이 온도가 떨어진거 같다)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 추운걸 몰랐다. 청계천 광장입구 거대 골뱅이까지 갔는데 이전보다 노점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고, 크레인이 있는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통행을 하는데 불편함을 줬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옆 종소리가 영롱하게 울렸다. 구세군이 자신들의 빌딩을 세운다는 것을 몰랐다면 얼마간 기부를 했겠지만 .. 사람들이 한 두푼 정성을 들인 기부금으로 그따위 짓을 한다는데 대해 분개해 지난 해 부터 돈을 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니 오래된 지인이 "영희야~"하며 부른다. "강"이라는 성씨이자 선택한 이름을 쓰지만 그 이름을 선택하기 전에 만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뜨거운 어묵과 닭꼬치를 좀 챙겨먹고 꺼지지 않는 LED_초와 초모양 머리삔을 샀더니 LED 불이 빛나는 봉을 주셨다. 그리고 다시 타오르는 진자 불꽃-초를 사서 불을 켰다. 그리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두 주 전 들렀과 달리 그럭저럭 지나다닐만 했다. 세월호 농성장을 지나 이순신 동상을 지나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광화문을 지나 효자동을 지나 청와대 100미터 인근까지 갔다.


분노는 사그라들고, 낯선 이들과 웃음을 나누고, 여유를 나누었다. 구호는 잦아들었지만 ..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혹시나 했는데 .. 이 사람들, 이 민중들이 이 나라를 지켜왔구나 싶었다. 절절한 그 마음들이 뭔지 모를 연대감으로 이어진 차가운 겨울, 토요일의 밤거리를 데우고 있었다.


청와대 100미터에서 경찰들이 몇 겹으로 길을 막아섰고, "얘들아 고생한다. 힘내라!"하며 말을 건네고 독한 술을 나눠마시며 시국을 이야기하고, 여성을 이야기하고, 인권과 삶을 이야기 했다. 절절한 분노의 목소리를 듣고, 시시콜콜 이 상황과 분노와 속상함을 이야기한 길고 긴 8행시를 들었다. 돌아 나오는 길, 지난번에 걸었던 곁길로 들어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광화문에 이르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만 생각하면 이렇게 마음이 아팠다. 아 ... 사는 일이란, 살아야 한다는 것은 .. 산다는 게 무너지 싶은데 .. 내 엄마의 전화, 언제오니 한다. 옆에서 그 통화를 들은 언니가 그만 가자 한다. 10시가 조금 안되서 전철에 올랐다. 언니는 서울역에서 11시 기차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인천으로 향했다.  


...


화장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도 집에 도착한 내 얼굴은 얼어있었다. 추운 날씨였군 .. 싶었다. 부평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장로터리까지 가지 못하고 시장로에서 집회를 한 모양이다. 나비도 내가 부평에 도착할 즈음 귀가중이라 했다. 뒷풀이를 했을지 ..


일요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월요일은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유튜브로 수 많은 발언들을 들었다. 조금 일찍 퇴근한 엄마는 곶감 만드는 걸 정리하시고, 나는 어쩌다 잠드는 타이밍을 놓쳐 유해진의 <럭키>를 봤다. 그리 뛰어나거나 특별한 내용은 없는 멜로작품 이었지만 .. 부담스럽지 않게 볼만한 영화였다. 그러고도 김어준이 새로 하는 팟캐스트를 절반가량 듣다가 3-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어두웠다. 흐린가부다.

늦게 잠들어서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몽롱하게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가 일어났다. 영 잠을 못자는 건 아니라서 불면증은 아닌거 같은데 .. 참 고단한 일이다. 구역꾸역 .. 눈을 떳고, 꾸역꾸역 출근했다.


식사도 안하고 못하고 .. 일하는 나비에게 엄마의 소머리곰탕을 갖다 주러 갔더니 뭔 촬영이 있다. 종종 있는 일이라 그러러니 했는데 .. 힐끗 보니 공유다. 생각보다 작아서 놀래다.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기도 했겠지만 .. 도깨비 촬영중이란다.  그랬군 .. 여고생들의 괴성이 그렇게 울린 거였군 .. 아침부터 ..


머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 볕이 떠올랐다.


기상청이며 일기예보가 한파라느니 춥다고 난리였지만 난 춥지 않았다.

열이 많은 탓이기도 하고, 내복=히트텍이라고 하면 뭐가 좀 다른가 싶기는 하지만 여튼 내복도 작년부터 입기 시작했고, 그리고 갑자기 일교차가 많이나서 그렇지 그렇게 추운 날씨도 아닌 탓이다.

나라꼴이 그래서 속터져 죽을 맛이지만 .. 아직 초겨울 ..


나는 때때로 되새김질을 한다.

소화를 잘 시키는 편이지만 사과껍질이나 고기 비계나 그런 거를 먹은 날이면 그렇다. 상황이 되면 뱉어내지만 아니라면 다시 삼켜야 한다. 꼭꼭 씹어서 몇 번을 넘겨본다. 


되새김질 ..


감정적이고, 다혈질에 단(순하고)무(식하고)지(랄) 소속이다.

직관적이고 직선적이고 거칠다.

할 말을 잘 참지 못한다.

피해의식도 좀 있어서 방어적이다 못해 공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사십대 중반을 곧 지난다. 


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람이 절대 아니다.

아니 누구도 그럴 수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떤 .. 이상향을 원한다.

그 이상이 현실로 내려와 땅을 딛는 일이 .. 나는, 성숙해지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조차 나는 아직 덜 성숙했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말을 먼저하고 나중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고민한다.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할테지만 그보다는 탐색?이다.

말은 결국 수많은 나의 어떤 부분이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머리를 먼저 쓰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직관적으로 말하고, 그 말이 어디로부터 왔고,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 말을 했을까 생각한다.

결국 나의 시간이 지나온 환경들속에 내가 긍정 또는 인정, 부정한 내용이었을 테다.



어제 니가 말한 .. 같은 말을 해도 거칠고 까칠하지. 공격적이고 .. 부드럽지 않고 .. 나도 알아 .. 그동안의 다양한 환경-회사, 문화계, 예술계, 가족안, 지역사회 안에서 내가 내 존재를 인식하며 지내는 방법이었어. 그래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아 .. 그래도 있는 사람도 있기도 하더라구. 달싹 붙어있지는 않아도 .. 너도, 나비도, 현숙언니나, 은희도 ..


너나 내가 인식하고 있듯 구조의 문제인데 .. 지금 이 상태의 구조를, 시스템을 바꿔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 결국 그 한계와 어떤 부분에서의 내 한계로 못하고 있지. 그것을 넘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던거 같아. 그게 정치라는 부분이고 ..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태도를 네가 말한건 알지만 .. 나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 이 나이가 되면 사람이 바뀐다는게 거의 어렵다는 것을 알고 .. 인정받기위해 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싫기도 해서 .. 또 그런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거 같아.


나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토양이 아니란거 알고 .. 사람들의 인식은 내가 인식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도 알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으면 해야겠는데 .. 하는 생각에 .. 내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으니 내가 지금의 사람들속에 어필할 수 있는 나의 장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나봐.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를 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알고 있는 평가이긴 해서 ..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거 같아.


생각나는 걸 정리해서 메일로 쓸라 했는데  .. 줄바꿈 엔터를 쳤는데 보내져서 ^^; .. 보내진 김에 주저리주저리 해봤네. 너 요즘 힘든데 .. 괜히 더 힘들게 한건 아닌지 싶어서 .. 걱정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 긴 글을 썼네.  남은 주말 힘내시고 .. 감기 조심하시고 .. 그리고 .. 그래도 너의 성과라고 난 생각해!! 10년 노고의 보상(에는 택도 없지만 그래도)이 아닐까 싶어 .. 난, 장관상 축하축하!!!!!!!! . 내 친구 최영진, 10년 넘게 .. 고생 많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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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속에 마신 맥주 몇 잔에 슬그머니 취했다.  친구에게 내가 정치를 하면 어떻게 겠냐 물었는데 .. 나를 만나본적 있는 난 지인들의 말을 빌어 .. 직선적이고 거칠고, .. 옳은 말도 전달하기에 따라 거부감을 줄 수 있는데 내가 그런 태도가 있어 불편해하더란 말을 전해줬다. 난 그들의 오래된 사람이고, 나이든 사람이라 그렇다며 반박을 했다. 사실은 나도 그런 면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싶었는지 .. 어떤 긍정을 바랬는데 비판부터 나오니 ..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 그가 비판한 그런 태도로 그를 대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 내가 했던 말을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판은 쉽지 않지만 필요한 말이다. 달콤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난이 아닌 비판은 정말 애정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물론 습관적으로 또는 태도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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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도 시국이려니와 .. 구조를 시스템을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에 개인적인 이유- 내가 속편하게 행복해도 되는 옆에 있는 사람이 이웃들이 불편하고 불행하면 그게 안되니까 -로 꼭 기여를 해보고 싶다는 게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일도 진보정치 활동도 여러가지 이유로 그게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피해의식도 가졌고, 성장도 했고, 조금 더 거칠어지기도 했고, 조금 더 차분해지기도(지인들은 인정하지 않을테지만 ^^;) 했고, .. 10년에 한 번은 지독한 되새김질로 만신창이가 되지만 그렇게 , 이렇게 지금, 내가 있다.


난, 그래서 이 사회를 위해 내 이웃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한다.


작은 카페에서 때때로 만나는 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사회적 임금(기본소득) 캠페인과 최저임금 인상, 평등하고 다양한 삶에 대한 존중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것으로 내 운동의 방향을 정하고 .. 살고 있지만  .. 지도층이라 불리는 자들의 추접하고 더럽고 책임감 없으며 허접한 모습에 역겨워 울분하며 내가 정치를 해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때때로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다면 가난하거나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 힘을 이용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들에 분노하고 화가 난다. 즐거울 때 마음 껏 웃는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그 의견을 낸 이의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조율과 조화를 통해 살아가는 세상이면 좋겠다. 강압으로 누군가를 억누르는 거 말고 말이다. 그게 제일 싫다.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롭기를 ..


그런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더 나이먹으면 나도 구려질거 같아서 .. 지금 정치를 해보고 싶었다.

길도 방향도 없으면서 그렇다.













계속 청소중이다. 집도, 사진관도, 카페도 .. 창고도 다 뒤집었다. 정리하려면 버려야 하는데 버리질 못한다. 조금 버리고, 먼지 털고, 바닥 물걸레질 .. 그리고 내놓은 물건 대부분을 다시 들여놓았다. 그래도 연말연초는 버리려고 노력한다.


일년에 한 두번, 적지않은 물건들을 길가에 내어놓고 먼지털이를 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 늦봄이나 초여름에 .. 그렇게 한 번씩 먼지쌓인 물건들을 옮기도 정리하며 다시 나를 본다. 내 놓은 물건에서 하회탈은 팔고, 소년소녀 도자기 저금통은 마음에 들어하신다는 아저씨께 드렸다. 뭔가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두었던 것들을 포기해야할 일이다. 그때 쓰지 않으면 쓰여지지 않는다는 걸 배운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페북을 안한다 해놓고 나도 모르게 들여다보길래 아예 핸펀앱을 지웠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휘리릭 훑게 된다. 오늘 아침 신문은 또 누가 집어갔는지 .. 토요일 판은 재미있는데 아쉽다.


날이 많이 풀렸다. 가만 앉아있으면 좀 춥지만 그럭저럭 ..

어젠 손님덕에 와인을 많이 마셔서 아침까지 머리가 아팠다. 들여놓은 물건들을 찬찬히 보며 또 정리해야하는데 문득 게을러진다. 하기 싫어져서 흐느적대고 있다. 동동이가 친구들과 4시쯤 모델 촬영을 할꺼란다. 갤러리쪽을 좀 정리해둬야하는데 ..


오늘은 6차 촛불집회가 있다. 지난주부터 김장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시면서 언제 따듯하다냐 물으시고, 애들은 시간 언제 된다냐 물으신다. 배추랑 무를 사놓고, 날 따뜻해지면 다들 시간될때 하신다며 머뭇거리시길래 오늘 내일 날씨가 푹하다 그냥 하자고 했다. 앞으로 따뜻하다고 해도 겨울은 깊어질테고, 조카들이며 언니도 시간이 되지 않지만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하자고 했다. 

첫째 조카는 12월 내내 주말과 휴일 모두 일을 한다고 하고 둘째는 여행계획이 있다고 하고 막내 조카는 여튼 시간을 내지 않고 있다. 새언니는 새우젓 파는 수원 언니네 일이 너무 바빠서 못 온단다. 

다들 사느라 고생인데 정치권은 정권은 그런 국민 도우랬더니 지들 주머니만 돕고 있다. 더럽고 추접하기가 말할데 없다. 청산되지 못한 일제와 그 부역자들은 여전히 일본앞잽이짓을 하고 있다.   

힘쓸 사람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오빠는 김장을 돕는다고 하고, 서울 동생이 "800포기도 한 우린데 30포기야 뭐, 우리끼리 하자! "며 내려온단다. 


생일이며, 제사, 김장 .. 난, 그런 날에 가족들이 얼굴보며 인사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 더러는 티격태격해도 일년에 열번쯤은 그렇게 만나 즐겁기를 .. 그런게 문화이기를 바란다.

삶의 문화, 그것은 일상의 문화다. 일상을 사는 방식으로서의 문화이기를 바란다. 그런 태도들이 문화이기를 바란다. 발렌타인데이니 무슨데이니 말고 .. 우리들 일상의 것들 말이다. 그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의 미림 소식을 기사로 올리고, 커피 한 번 내리고, 설거지에 간단한 식사에 카페를 빌려주기로 해서 정리하고 나니 벌써 3시다. 글 마무리가 쉽지 않군. 오늘은 여기까지 ..



어제 아침이었나? 그제 아침이었나? ..
페북을 당분간 하지 않겠노라고 .. 쓰고 나왔다.
그런데 습관이 무섭다고 어느샌가 페북에 가서 사람들의 글을 보며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를 누르고 있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나, 중독이었나? 허헉 ㅜ.ㅜ
누른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를 취소하고 페북을 나왔다.
그래도 무심코 페북에 들어가 기삿꺼리를 보고 나왔다.
점차 검색 수는 줄었지만 오늘 아침도 기사 서너개는 보고 나온거 같다.
신문을 보고, 주간지를 앱으로 보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했지만
지인들이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페북속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기로 했다.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과김기춘일족들의 국정농단에
MB를 단죄하지 않고, 그자 뿌려놓 씨앗에 강이 죽어가고 있는 소식을 듣고,
세월호의 사람들(단원고 아이들과 모처럼 제주행 여행선을 탓던 분들)에게 구조의 손길도 거부한 정부덕에 죽어갔고, 일본과 위안부 협약이라니 .. 감히 할미들이 원하는 사과대신 돈이라니 그지같은 정부의 헛짓꺼리, 20살 꽃다운 나이에 삼성재벌의 농단에 백혈병으로 죽어갔고, 내 성실하고 착한 이웃들의 노동이 유린당하며, 내 어린 조카들의 피땀어린 노동이 웃음꺼리가 되는 짓꺼리들에
토가 나고, 머리가 희어지고 빠졌다.

그 화로 잠은 잘 오지 않았고, 멍하니 TV화면에 넋을 놓아보려해도 되지 않았고, 멍청한 핸드폰 게임에 정신을 놓아봐도 스트레스만 쌓였다. 이건 .. 이건 .. 아, 이건 ...
또 한동안 그렇게 사는 일이 치사하고 치사하고 또 치사하다.

살아있는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라는걸 ..
겨우 그 부끄러움을 견디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속죄라니 ..
그 무기럭과 허무를 견디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니 ..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바닥을 본다.
더 냉정해지고 더 차가와져야 하는데 .. 화가 삭혀지지지 않는다.
여름의 우울을 그래도 벗어냈는데 ..
화다.

시간이 ..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화를 식히고 냉정하게 .. 그 다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신간을 준다.
다시 ..

사진을 고르고 골라 갤러리에 건다.
시를 다시 쓰고 또 써보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다시 또 그리려고 한다.

나로 오롯이 서는 일이 무엇일까?
내 후대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이 나라의 내일은 오늘보다 좀 나으리라는 희망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책임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서천석(마음연구소)


책임감이란 무엇일까?

내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이 답변은 얼핏 보면 쉬워 보인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적잖은 사람들이 싫든 좋든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금 박근혜 정권의 장관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주어진 일을 한다. 청와대에 머무는 공무원들 역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면서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부터 제대로 해내야지, 그건 방기하고 엉뚱한 짓을 하면서 다녀서야 되겠냐고. 일단은 할 일은 하고 자기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런데 자기에게 지금 주어진 일을 하면 그것이 책임을 다 하는 것일까? 여기서 묻게 된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과연 무엇인가?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마도 위에서 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면 우리는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 공무원이라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일이 유일한 권력자인 국민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어야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만약 위에서 시킨 일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이 아니라면, 오히려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라면 그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셈이다. 스스로는 책임감을 다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책임도 다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순응을 책임감으로 생각한다. 또 반항을 무책임이라고 여긴다. 분명 책임감있는 순응도 있고 무책임한 반항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책임감 없는 순응도 있고 책임감에 기반한 반항도 있다. 책임감 있는 삶이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묻고 그에 맞춰 진실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상황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이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는 아니다.


부모의 책임감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약하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기 쉽다. 어른이 되었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해도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인지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인생이 별 것 있겠나?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적당히 상황에 맞춰서 살며 편안하면 그만인 거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아이에게 나름 책임을 다한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같이 놀고, 공부도 시키고, 못 하면 야단도 친다. 힘들어 할 때는 도와주고 마음 아픈 일이 아이에게 생기면 같이 마음아파 한다. 어쩌면 이만해도 충분히 좋은 부모다.


하지만 이 부모들은 갈등 상황에 놓일 때 혼란을 느낀다. 아이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할지, 공부에 대해 얼마나 강요해야 할지, 아이의 삶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이런 복잡한 고민 앞에 서면 무력감을 느끼고 그저 사회의 일반적 기대에 순응하고, 아이에게도 순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렇게 순응하며 아이에게도 순응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책임있는 부모의 모습일까? 아이를 제대로 돕고 제대로 키운다는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나름 생각을 가진 부모라도 막상 육아를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기란 쉽지 않다. 현실을 제대로 모른 채 가졌던 생각이라면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 무너진다. 또 자신과 아이가 부딪혀나갈 현실이 너무나 강고해 보여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그래서 잠시 반항하고 저항하지만 그저 순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이 인생은 아이 인생이라며 내버려 두는 것이 책임감 있는 태도는 아니다. 깊은 고민없이 무조건적인 저항적 태도를 선택한다고 책임감 있는 부모도 아니다.


책임감이란 이처럼 만만치 않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책임감을 유지하려면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때론 어려움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을 망치지 않고 상황을 무리없이 처리하려면 지혜도 필요하다. 아이를 키워가는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고민과 결단, 그리고 정성이 들어간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성장 환경 자체가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책임감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환경에서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기성 세대 중 상당수는 그저 순응을 책임감으로 착각하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의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내가 놓인 상황은 어떠한가? 주어진 상황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인 가치에 충실하기 위해 나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가 오랫동안 몸에 배어있다면 그리 힘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삶의 태도를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는 아이들을 존중하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선택을 책임지게 하고, 책임진다면 존중해야 한다. 실패에서 배우고 격려하며 앞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할 힘이 있음을 알고, 지금의 자기 모습도 자신이 선택하였음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진정한 책임감을 갖는다.


쉽지 않다. 나도 배워보지 못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치있다. 이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부모로서 나의 책임이다.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70창간기획-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시민이 개헌 주도한 아이슬란드…이런 게 ‘주권자 권리’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ㆍ시민 통치는 가능한가


‘11·12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대행진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농단 책임자로 지목하고 스스로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11·12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대행진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농단 책임자로 지목하고 스스로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질문을 받은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는 “우리의 삶과 일상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어떤 나라가 민주공화국인지를 분석하는 틀 중 하나는 ‘누가 지배하는가’이다.


“민주공화국은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해서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 과연 누가 결정하고 누가 지배하고 있죠?” 그에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과두제이다. 재벌, 기득권 정치세력, 행정·사법관료, 기득권 언론이라는 소수가 다수의 시민을 지배하는 사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최악의 소수 지배를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60)는 청와대를 비롯한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사익을 추구했다. 재벌들은 800억원이 넘는 돈을 갖다 바쳤다. 그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꼭두각시 역할에 충실했다.



■왜 주권자인 시민은 결정 못하나 


민주공화국이라면 중요한 사회적 의제나 국가 정책 결정은 주권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 박 대통령 집권 기간 이뤄진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은 대부분 비민주적이고 독점적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가 그랬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이명박 정부 때 불거진 밀양 송전탑 건설도 강행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위안부 합의는 3년 정도 비교적 잘 지켜오다가 국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의사를 듣지 않고 마치 군주의 의사 결정처럼 급전환했죠. 사드 배치도 한·중관계와 남북관계를 고려해 잘 지켜오다가 밀실 결정으로 급변침하는 식이었고요. 개성공단 역시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입주기업들의 권리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전면 폐쇄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결정 과정은 전혀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국민의 이익을 국가가 보장하는 공화주의도 찾아볼 수 없었죠.”


자신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에서조차 직접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은 들러리 신세였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을 반대하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됐다. 소수 지배 권력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나머지 국민과 분리시킨 뒤 ‘외부세력’ ‘불순세력’으로 몰아 공격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농민 관련 농성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국가 공권력 추락이 빚어낸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공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자는 결정이 누가 어떻게 논의해 이뤄진 것인지 시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며 “이런 식의 밀실 합의와 일방적 통보에 대해 시민들이 항의하면 경찰력을 투입해 찍어누르고 공안정국을 조성해 돌파하는 것이 정부의 반복된 행태였는데, 이런 권위적 통치는 공화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생명·재산 보호 못하는 국가 


박근혜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에서부터 무능하고 소홀했다. 304명의 생명이 죽어가는 걸 온 나라가 눈 뜨고 지켜봐야만 했던 세월호 참사가 불과 2년 전이다.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그냥 국가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건”(한상희 건국대 교수)이었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지난 9월 경주 강진 때도 ‘정부의 부재’가 드러났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없고 각 부처가 따로 노는 난맥상은 되풀이됐다. 시민들은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나 공영방송의 재난특별방송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진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얻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우려하는 여론이 비등할 때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기상청은 “안전하다” “그럴 일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진앙에서 반경 50㎞ 안의 고리·월성 원전 인근에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이 단층에서 최대 규모 8.3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공개 정부 보고서 내용이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됐다. 시민들에겐 ‘위험의 자기결정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마다 SNS에서 ‘생존 배낭’ 꾸리는 방법을 검색해가며 각자도생을 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개성공단 전면 폐쇄는 헌법의 ‘재산 보호’ 의무(23조)를 저버린 사건이기도 했다. 북한 핵 도발 제재를 명분으로 공단을 폐쇄하면서 입주기업들은 하루아침에 사업 근거를 잃었다. 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가 적법 절차를 위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며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이 추산하는 손해액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2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5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안보 대치가 격화되는 속에서 개성공단만 희생양이 된 꼴이다. 


지배와 통치의 도구 ‘안보 상업주의’도 다시 봐야 한다. 1972년은 “정치적으로는 유신, 경제적으로는 중화학공업정책, 조세 및 복지정책에서는 소득세와 기업 부담을 줄이고 간접세에 의존하는 저부담, 저복지 체제가 도입된”(장덕진 서울대 교수) 해였다. 독재 체제를 옹호할 때도,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제한할 때도 ‘72년 체제’가 내세운 핵심 가치가 안보였다. 


정권의 안보는 ‘민주공화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안전보장’의 줄임말인 안보는 사전을 보면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뜻이다. 혁명사를 전공한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근대 이후 모든 국가의 최우선 목표는 구성원의 안전보장이었다고 설명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다. 기본권은 결국 사람의 생명을 말하는 것이고 그와 관련된 자유와 안전을 포괄한다. 프랑스대혁명 이래 모든 혁명의 인권선언과 근대국가의 헌법에 안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국가로서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 


최 교수는 “헌법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돼 있다”며 “한국은 헌법 선언과는 달리 내부로부터 국가의 기본 가치를 허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이 근대국가로서 최소한의 공적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는 걸 드러냈다. 통치와 지배 문제에다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시민의 지배와 통치는 불가능한가. 주권자인 시민은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일까.



■권력 분산과 직접민주주의 확대로 가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관에 맞서는 민의 대항체로 전국적 차원의 시민의회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아이슬란드의 예를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2010년 무작위로 선발한 시민 1000여명이 헌법 개정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책임을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질 때였다. 이 실험은 기성 정치세력에 대항하는 ‘해적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국민투표 활성화와 국민발의제, 사법부 수장 직선제, 검찰총장 직선제 같은 대안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만 해도 국민이 직접투표 등으로 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결과에 관계없이 민주주의 학습의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 사법부 고위직도 평판사·평검사들이 투표로 뽑은 ‘최고사법위원’들이 임명하는 식으로 바꾼다면 사법부의 불신이 지금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지방자치의 급진적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가 독점한 국가 권력과 예산을 인구 비례에 따라 다 나눠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기본소득 등 다양한 복지·사회 정책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이 구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지식인들은 주권재민을 현실화할 방안으로 한결같이 기존 권력의 분산을 꼽았다. 문자 그대로 공화국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다. 시민의 자기 통치가 가능하려면 정치·경제 권력을 보다 평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박명림 교수는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주권재민 원칙”이라며 “이걸 실현하려면 대통령 권력과 행정부 권한이 입법부를 압도하는 지금의 권력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위임받은 의회가 우위에 서서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회 강화를 위해선 의원 숫자를 지금보다 배 이상 늘리고, 현재 행정부가 독점한 인사·예산·정책·감사권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은 의회가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의 구성과 감독·감시와 관련된 업무를 행정부로부터 독립시켜 입법-사법-행정부에 이은 제4부로서 ‘감독부’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했다.


■특별취재팀 

김종목 이주영 장은교 황경상 김형규 심진용 박광연 이유진 최미랑 최민지 허진무 기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52211005&code=940100#csidx8ad82514cec1bf9821cc2d28e695988

[70창간기획-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6)여자라서 안되고, 덜 받고…남녀, 같은 국민 맞습니까

이주영·김형규·심진용·이유진·허진무 기자 young78@kyunghyang.com

ㆍ남성의 나라에 산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때 여고생 2명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때 여고생 2명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여대를 나와 로스쿨에 들어간 정소영씨(28·가명)는 모든 게 낯설고 불편하다. “여성이란 걸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있다가 갑자기 남성이 더 많은 집단에 들어오니 목소리를 마음껏 내지 못한다. 여권이 많이 신장됐다고 해도 소수라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검사 힘든데 왜 하려고 해?’ ‘변호사 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듣곤 한다. “남자들에겐 하지 않을 질문이죠. 자기 검열에 빠지곤 해요.”


강은진씨(24·가명)는 대기업 3년차 직장인이다. 강씨는 일상에서 차별을 느낀다. “여자들에겐 중요한 일을 안 시킨다. 같은 팀 남자 후배가 더 인정받는 느낌이다. 그 후배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회식 때에도 마지막까지 남는다. 퇴사율은 남자들이 더 높은데도 ‘여자들은 뭐라고 하면 운다’느니, ‘그만두면 된다’느니 얘기한다.” 직간접적인 성희롱도 흔하다고 했다.


 정부는 기업들에 연 1회 60분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을 뒀다. “교육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교육 자료는 성희롱 예방보다는 대처에 집중돼 있다. ‘짧은 치마 입으면 타깃이 될 수 있다’ ‘남자 상사와 개인적 시간을 갖지 말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성희롱을 당하면 선배 여직원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성차별·불평등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과거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에, 문화와 제도 전반에 공고히 박힌 가부장적·성차별적 사고는 여전히 여성들을 소수자,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내몬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인터넷이나 각종 재현물에는 여성들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여자들은 늘 위축돼 있고 눈치 보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고민한다. 실질적·감정적으로 소수자”라고 말한다.


여성이라서 겪는 문제는 공공과 공정, 공평이라는 공화국 핵심 요건에도 어긋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 속 ‘국민’ 범주에 여성은 온전히 들어 있지 않다. 여성들에게 ‘2016년 대한민국’은 위협과 착취, 투쟁의 공간이다.

[70창간기획-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6)여자라서 안되고, 덜 받고…남녀, 같은 국민 맞습니까


■“권력이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는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가 15명씩 동수인 내각을 출범시켰다. 성별 균형이 화제에 오르자 트뤼도는 “지금은 2015년이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프랑스는 4년 전 내각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이탈리아도 2014년 16명의 장관 중 8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외무·국방·경제개발·교육·보건 등 요직에 포진했다. 스웨덴(43.6%), 핀란드(42.5%), 아이슬란드(41.3%)도 여성 의원 비율이 절반을 향해 간다. 여성 정치인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반적으로 행복지수와 청렴도, 사회복지 수준이 높다. 


대한민국 20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17%(300명 중 51명)다. 17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2명(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를 보면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145개국 중 115위다. 중국(91위)과 인도(108위)는 물론 가나(63위)보다 낮다. 한국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할 때 받는 임금은 남성의 5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4개국 조사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가 36.7%(2014년 기준)로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5.6%다.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45분(2009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OECD 회원국 26곳 중 가장 짧았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27분으로 남성보다 5배 길다. 남녀는 같은 ‘국민’인가? 


이나영 교수의 얘기다. “헌법 1조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그 국민 안에 여성은 한 번도 제대로 들어간 적이 없다. 국민은 항상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이다. 더 좁히면 명문 학교를 나온 특정 집단이다. 여성은 늘 소수자, 약자, 주변인으로 존재했다.” 이 교수는 권력관계가 어떻게 차별적 관계를 생산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문단 내 성폭력’ 폭로로 알려진 유명 소설가의 성추행도 권력관계에서 나온 ‘갑질’이었다. 그가 추행한 여성들은 출판사 직원, 방송작가 등 업무 관계에서 약자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다. 그는 “다정함을 표현하고 분위기를 즐겁게 하느라”고 그랬다고 항변한다. 성적 위협은 일상에 퍼져 있다.


 가해자들의 욕구는 사회적 지위나 학력과도 무관하다. 여러 ‘명문대’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동료 여학생을 대상화해 성희롱 발언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남성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의 발언에 웃는 여성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던진다.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 어떠한 일을 하든 ‘어쨌든 생물학적 여자’라는 시선은 이미 여성혐오사상에 근거한 성차별주의적 의식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남성을 유혹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여성혐오사상은 여성차별로 이어진다. 이러한 여성혐오나 여성차별은 노골적인 방식으로만이 아니라 매우 은밀하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도 행사되는 것이다.”(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의 페이스북 글)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공화국인가 


헌법의 민주공화국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차별받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서로를 혐오하며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지난 5월17일 오전 1시20분,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가해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경찰은 가해자가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한 사실을 들어 ‘묻지마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남역 일대에 붙은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중 일부가 남성혐오 시각을 드러내면서 남녀 간 성대결로 비화됐다.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성우가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를 표방한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은 사진으로 항의를 받아 교체된 사건은 혐오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의 얘기다. “갈등 해소 방법을 가르치는 게 민주공화국의 핵심이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행동으로 들어간다. 집단행동은 상명하복, 권력지향적 문화에서 나온다. 나와 다르면 내 말을 듣도록 하겠다며 강제적으로 내 의사를 상대방에게 관철하도록 만드는 것이 권력이다.”



■최고지도자가 만든 여성혐오의 낙수효과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재임 기간 민주공화국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고, 페미니즘도 위협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는 ‘수첩 공주’ ‘여왕 패션’ 같은 생물학적 성을 부각시키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전임 대통령들을 비판할 때 남성성을 강조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태가 드러난 후 극대화됐다.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고 최태민 목사에게 의존했고, 정치 입문 후에 최순실씨의 사실상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은 “여성은 주술에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민주공화국’을 기치 중 하나로 내건 민중총궐기(2차) 연단에서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강남 아줌마” “병신년” 같은 말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트위터에 “왜 최순실, 박근혜는 다른 모든 잘못보다 여성이란 점을 부각해 비난받나. 연단 위 여성·청소년·장애인 비하 발언과 그에 박수 치는 이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는 남슬아씨 발언을 올렸다. 


최근 결성한 박하여행(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은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과거의 대통령들은 남자라서 독재를 하고, 남자라서 4대강을 판 것입니까?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하야해야 하는 이유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여성민우회는 12일 3차 민중총궐기에 ‘박근혜 퇴진! 여성혐오 퇴장!’을 슬로건으로 걸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집회’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나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한국여성단체연합 제공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성을 비판하면서 젠더적인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여왕으로 만들어 조롱하고 풍자하는 과정에서 공화국의 내용을 채워야 할 구체적인 내용들은 사라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내용은 사라지고 풍자의 쾌락만 남는 것이다. 여성의 권력화에 대한 기대들은 박 대통령에 의해 다 죽고, 오히려 여성 리더십을 정당하게 조롱할 권리가 생겨버렸다. 여성혐오의 낙수효과다.”(권명아 동아대 교수) 

■특별취재팀 

김종목 이주영 장은교 황경상 김형규 심진용 박광연 이유진 최미랑 최민지 허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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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52206005&code=940100&s_code=as166#csidxaaf0bb1f5963708ba960fa9e6bcfdf8

내 곱고 아름다운 어머니께

효도한 건 마땅히 없어서


치사하게 나 오늘도 살아있다.


내 어여쁜 조카들에

물려줄 건 마땅히 없어서


그들에게 물려줄 조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다.


회색빛 11월은 원래 좀 흐린데

2016년 이 계절은 너무 부끄럽다.

쓰린 속을 달래며 1리터 짜리 싸구려 와인을 마구 쏟아 넣는다. 

사는 게 치사한 날들을 버티는 방법이

겨우 이거다.


겨우살이 걱정을 해야하건만

이 부끄러운 계절을 어찌해야할 지 ..


우리나라가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란다.

돈을 가진 게 부끄러운 나라이기를 바란다.

배고픈게 자랑이기를 바란다.

이미 돈을 갖느라 저 윗대가리들은 추접하고 더럽고 역겹고 허접하다.

불쌍한 아귀들 같으니 .. 그걸 권력이랍시고 휘두른다.


휘두르는 헛칼질에

어여쁘고 아름다운 이들이

숨을 놓치고

숨을 잘리고

숨을 버린다.


산다는 게 좀 치사한 날들에

나, 내 어머니와 내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핑게로

살아있다.


어차피 죽을꺼 .. 이 귀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게 뭘까?

어리석은 나는 속만 상하다.

부끄러운 나는 속만 아프다.


그렇게 하루 또 살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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